(토마토칼럼) '세상 아까운' 돈
입력 : 2019-03-20 06:00:00 수정 : 2019-03-20 06:00:00
언젠가 지인의 차를 얻어타고 서울 강남에 간 적이 있다. 지인은 약속장소 골목까지 진입하더니 차를 주차장이 아닌 주정차금지구역에 댔다. 왜 불법주차를 하냐고 묻자 지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주차하면 돈이 얼만데, 난 주차비가 세상에서 가장 아깝더라. 이 시간엔 주차단속도 안할거야.” 안타깝게도 요즘 주차단속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기에, 결국 지인은 주차비의 10배 가량의 돈을 내야만 했다.
 
지인에겐 미안하지만 공유주차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주차장을 공유한다는 개념이다. 집 앞 거주자우선주차구역도 키피숍 주차장도, 아파트 주차장도 공유할 수 있다. 주차장을 안 쓰는 시간을 설정해 공유하면 주차장 주인은 돈도 벌고 주차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사회적으로도 이득이다. 공영주차장을 새로 짓는데 한 면당 수억원이 들어가고 그나마 땅도 찾기 어려운 현실을 생각하면 이만한 방법이 없다.
 
미국 타임지는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로 공유경제를 얘기했다. 과잉생산의 시대, 개인 소유 대신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쓰며 비용과 효용을 높이는 개념이다. 아이 장난감을 공유할 수도, 차량을 나눠 탈 수도, 심지어 사무실도 집도 나눠 쓸 수도 있다. 소비의 개념이 달라지면서 얼마든지 새로운 공유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고 택시와 공유승차업계이 갈등에서 보듯이 기존 시장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공유경제는 빠르게 확산해 이젠 24시간 공유경제로만 살기도 가능하다. 공유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공유주차로 차를 댄다. 이동은 공유이동수단인 타다로 한다. 심부름도 심부름 공유플랫폼인 띵똥으로 해결하면 된다. 집에 갈 땐 공유전기자전거나 공유전동킥보드로 해결하면 된다. 예전처럼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젊은 청년들은 공유경제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공유경제 중에서도 '스쿨 쉐어링'에 주목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은 방과 후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에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거나 인맥으로 연결된 생활체육 동호회에 빌려줬다. 그러다보니 공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담배와 막걸리병이 나뒹구는 일이 반복됐다. 교문 밖에선 체육공간이 부족한 다른 생활체육 동호회의 원성이 높아져만 갔다. 이를 악용해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스쿨 쉐어링은 학교 측과 협의해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미리 확인한다. 사용자들은 앱을 이용해 희망하는 학교 체육시설을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별도의 관리자를 채용해 음주, 흡연, 고성방가, 노상방뇨, 시설물 파손 등의 불상사도 막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지불한 비용은 학교의 시설물 관리를 위해 사용하면서 학교 측도 안심하고 체육시설을 빌려줄 수 있다.
 
분명 기성세대들은 아직 심리적 저항감이 있다. 여전히 ‘자기 소유’라는 서류가 그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고, 이미 익숙한 플랫폼에서 벗어나고자 하지 않는다. 스쿨 쉐어링의 경우에도 여전히 많은 학교들은 교문을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내 차, 내 자전거, 내 사무실, 내 전동킥보드를 원하는 이들에게 공유경제는 남 얘기일테다.
 
심리 장벽을 무너뜨리려면 공유경제가 유쾌한 경험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공유주차를 이용하면 일반 주차장보다도 4~5배 가량 저렴하다. 누군가에겐 ‘세상 아까운 돈’을 이정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마치 돈을 버는 것 같은 유쾌함도 함께 줄 수 있다. 공유승차플랫폼 타다를 타면 택시기사의 훈화말씀을 더이상 듣지 않고 휴대전화 충전도 하면서 이동할 수 있다. 다음에 지인을 만나면 공유주차부터 추천해볼 생각이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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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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