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월트디즈니의 한국 영화 시장 ‘청사진’
2019-03-04 00:00:00 2019-03-04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월트디즈니의 전 세계 영화 시장 정복 전쟁이 3월 다시 시작된다. 이미 히어로 영화의 바이블이 돼 버린 ‘마블 스튜디오’를 거느린 채 상업 영화 흐름 판도를 바꿔 버린 디즈니다. 또한 애니메이션계 트랜드를 좌우하는 ‘픽사’도 소유하고 있다. ‘마블 이전 스타워즈’가 대세였던 SF영화계 흐름을 이끌던 루카스 필름도 디즈니가 주인이다. 여기에 지난 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십세기폭사 인수 합병도 진행 중이다. 이제 디즈니는 단순한 놀이 동산이 아니다. 지구 최강 영화 시장 할리우드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인이다. 그런 디즈니가 이달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마지막 퍼즐을 장식할 ‘캡틴 마블’을 출격시킨다. 이어 다음 달 ‘어벤져스: 앤드 게임’이 등장한다. 디즈니의 충무로 융단 폭격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마블의 흥행 폭격과 더불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디즈니가 한국 영화 시장을 직접적으로 노릴 가능성도 커졌다.
 
 
♦ 디즈니의 폭격
 
국내 영화 시장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자국 영화의 점유율이 높다. 이른바 4대 투자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가 시장을 지배해 왔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최근 몇 년 전부터 그 모양새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해 시장 지배 순위를 보면 디즈니가 2위로 뛰어 올랐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 1월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디즈니는 관객 점유율 12.2%로 전체 배급사 가운데 3위에 올랐다. 디즈니보다 높은 순위는 지난 해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1편과 2편의 투자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17.1%), 전통의 강자 CJ ENM(29.7%)였다.
 
1위 CJ ENM과 디즈니의 격차는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다. MCU의 세계관을 구분 짓는 ‘마블 페이즈’의 4단계를 마무리하는 이번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앤드 게임’의 흥행이 역대 최강을 이뤄낼 전망이란 기대치 때문이다.
 
한 중견 제작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지난 해 ‘어벤져스: 앤드 게임’ 개봉일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면서 “이미 두 편의 마블 영화가 국내 개봉하는 시점을 피해서 개봉일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 논리로 접근해도 두 영화가 국내 시장을 어떻게 초토화 시킬 지 예측 조차 불가능하다”면서 “이제 ‘마블’을 지배하는 디즈니의 시장 지배력은 단순한 수치 계산으론 부적절하다. 3월과 4월 등 전통적인 비수기 시장에 이 정도의 파괴력을 예측하고 투입된다면 점차 성수기 시장까지 노릴 가능성도 크다”고 예측했다.
 
♦ 일반화의 오류일까
 
전통적으로 마블이 초 강세를 이루던 국내 영화 시장에서 이달과 다음 달 개봉할 단 두 편의 영화만으로 ‘시장 위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접근하면 그 논리는 사실이 된다.
 
최근 영진위가 발표한 지난 해 배급사별 관객 점유율을 살펴보면 디즈니의 매출액 점유율이 20%대에 달했다. CJ ENM이 15%, 롯데엔터가 10%, NEW가 8% 수준이었다. 지난 해 최고의 신드롬을 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의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가 무려 8%대였다. 결과적으로 올해 합병을 마무리하는 디즈니와 폭스의 매출액 점유율만 따져도 무려 30%대에 가까운 거대 공룡 배급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두 회사의 합병을 바라보는 한 외국계 배급사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콘텐츠와 인지도를 가진 두 회사의 합병은 국내 시장 지배력에 확실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전 세계 배급을 타깃으로 한 작품 외에 국내 영화에도 직접 투자를 실시한다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십세기폭스는 2013년 ‘런닝맨’, 2014년 ‘슬로우 비디오’, 2016년 ‘곡성’에 투자한 바 있다. 디즈니는 아직까지 국내 영화에 투자한 경험이 없다.
 
 
♦ 디즈니의 진짜 빅픽처
 
현재까지 디즈니의 직접적인 한국영화 투자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디즈니의 한국영화 시장 사랑은 유독 각별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디즈니가 지배하는 마블이 새 영화를 개봉할 때마다 전 세계 최초 개봉 타이틀을 유독 한국 시장에 선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구당 영화 관람 횟수가 세계 1위(1인 연간 3.5회, 영화진흥위원회 2018년 집계)수준인 점도 디즈니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개봉한 마블 영화의 국내 누적 관객 수만 1억 명이 넘는다.
 
이런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디즈니의 행보와 결정은 분명 달라질 것이란 예측이 앞선다. 폭스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우선 앞서 언급한 국내 시장 매출액이 기존 4대 투자 배급사를 앞서게 된다. 여기에 폭스가 갖고 있던 국내 영화 투자 노하우까지 얻게 된다. 지배권을 행사 중인 마블의 국내 인기까지 더해지고 자국 영화 관람 비율이 월등한 국내 영화 소비층까지 고려된다면 직접 투자 방식도 분명히 거론될 전망이다.
 
물론 내부 분위기는 ‘신중함’이다. 월트디즈니코리아와 폭스코리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만난 자리에서 “합병 과정이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된다면 올해는 직접 투자 방식 등의 고려 사항을 둘러볼 여유가 많지 않을 것이다”면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로서 국내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지 않을까 고려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디즈니는 여러 채널을 통해 OTT서비스 출시를 언급한 바 있다.
 
스토리와 캐릭터를 총망라한 콘텐츠 제국에서 OTT란 플랫폼 장착까지 노리는 디즈니다. 일단 올해 이십세기폭스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디즈니가 고려하는 다각도의 청사진이 완성될 듯하다. 디즈니는 올해 애니메이션 원작 실사영화 ‘덤보’ ‘알라딘’ ‘라이온 킹’을 선보인다. 픽사 신드롬의 결정판 ‘토이스토리’ 의 네 번째 스토리도 개봉 대기 중이다. 폭스가 판권을 소유했던 ‘엑스맨: 다크피닉스’, 루카스 필름의 SF걸작 시리즈 ‘스타워즈: 에피소드9’도 개봉한다. 국내 개봉 유일의 1000만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두 번째 얘기도 올해 연말 개봉 대기 중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