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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정상회담)8개월 만 다시 마주한 북미 정상, '종전' 밑그림 그린다
회담 첫날 단독회담과 만찬 진행…영변 폐쇄·상응조치+α 두고 치열한 협상
2019-02-27 21:00:00 2019-02-27 21:00:00
[하노이 =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저녁 6시3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8시30분) 2차 북미 정상회담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양 정상은 1박2일간 최소 다섯 차례 마주앉아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합의했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합의하고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평화체제·비핵화 문제를 구체화하는 성격이 크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큰 틀에서 지붕(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씌우고, 기초공사(초기 이행조치) 정도는 (합의)해야하는 과정"이라며 "이후 차차 벽을 쌓고 집을 완성하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향후 실무진 간 추가협상을 진행하고, 해당되는 조치들을 시행·확인한 후 다음 단계의 비핵화·상응조치를 양 정상이 재차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이번이 행여 마지막 회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과의 추가 정상회담을 시사한 바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양측이 비핵화와 상응조치 관련 어떤 수준의 합의를 이룰지 여부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쇄, 미국이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을 카드로 내놓고 추가로 합의가 가능한 부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정신에 따른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의 추가조치 용의가 있다"고 밝힌 상태다. 영변 핵시설 폐쇄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제 더 이상 북한이 핵물질을 생산할 수 없다는, 즉 (북한의) 핵무기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영변 핵시설 폐쇄에 대한 구체화 방안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이를 검증할 핵 사찰단 파견이나 핵신고 리스트 제출 등으로, 현재로선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루고 향후 추가회담이나 후속 실무협상을 통해 구체화해 나갈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종전선언의 경우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다자협상의 장을 연다는 의미와 함께 미국이 내놓는 약속을 북한이 믿을 수 있는 증거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태도를 기존 '믿지는 않지만 검증하겠다'에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믿겠다, 그러나 검증하겠다'로 바꿨다"며 "북한이 싱가포르에서 원했던 것이 종전선언이었다. 적어도 그걸(종전선언) 해주면 새로운 관계형성의 징표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 전 단계인 평화선언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6일 하노이 도착 후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실무대표단의 보고를 받았다며 "2차 조미 수뇌회담의 성공적 보장을 위해 조미(북미) 두 나라가 현지에 파견한 실무대표단 사이의 접촉정형(결과)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고 전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 실무협상단의 활동을 '정상회담의 성공적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이번 회담 결과에 기대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베트남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게 번영하는 몇몇 나라 중 하나"라며 "북한도 비핵화한다면 매우 빨리 똑같이 될 것이다.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밝혔다. 1990년대 들어 미국과 동반자관계로 전환하며 경제 번영을 이룩하고 있는 베트남을 예로 들며 김 위원장에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의 길을 갈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표현하며 친근감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후 6시30분 회담장소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만나 10분 간 인사와 환담을 나눴다. 6시40분부터 20여분 동안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실시했으며 이후 양측에서 각각 두 명의 수행원이 배석한 가운데 만찬을 1시간30분 가량 하고 헤어졌다. 둘째날인 28일 회담은 단독·확대 정상회담과 업무 오찬, 공동선언 서명식 순서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공동선언'에 들어갈 중요 내용은 양 정상의 단독회담에서 대부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시작 전 취재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현지시간)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해 환영나온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뉴시스
 
하노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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