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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기존 저임금 모델 뛰어넘어야"
"중·일·러 다자협력 예상…남한 포지셔닝 중요"
2019-01-23 16:19:02 2019-01-23 16:19:02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남북경협이 기존의 저임금 의존 모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표적 경협모델인 개성공단이 뚜렷한 성과를 내긴 했지만 대외 변수로 인한 한계도 분명했던 만큼 다양한 생산요소와 환경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형 남북 비즈니스 모델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재호 중소기업연구원 동북아경제연구센터장은 "2차 북미협상이 가시화하는 등 남북미 관계가 개선되면서 전쟁 없는 한반도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동시에 평화 경제권 형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의 남북경협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기존 경협 구조의 틀을 깨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설명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따라 남북 경협을 넘어 본격적인 대륙으로 경제권 확장이 가능해졌다는 판단이 정부의 통일경제 구상에 담겼다는 것이다. 정부는 동해안과 서해안에 각각 에너지·자원벨트와 물류·산업벨트를 만들고 이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를 조성하면 사실상 섬으로 머물러 있던 국내 경제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노동과 기술, 자본 등 생산요소와 투자방식, 북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 우선 기업의 준비에 따라 위탁가공, 합영-합작, 협동조합 등 진출 형태를 결정한다. 이후 진출 지역과 산업에 맞게 지역산업 연계모델, 공정연계 모델 등 결합 방식을 찾은 뒤 가용한 생산요소에 따라 직·간접 생산제조, 자원개발, 연구제조, 공공연구 등을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와 중기중앙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중소기업이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남북 경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결제 제도를 비롯한 중기 전용 지원 정책이 보강돼야 한다"며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중심 남북경협의 컨트롤타워로서 북한 시장과 지역, 산업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정책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중기 보호·육성을 위한 구조 재편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의 남북경협이 퍼주기였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반론을 내놨다. 이 센터장은 "지난 30년 간 남북경협 총액은 245억달러로, 지난해 한국의 교역총액 1조1000억달러의 2% 수준이다. 생산 기준으로는 32억달러로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0.2%에 불과하다"며 "경제 규모 대비 아주 작은 규모였지만 개성공단에서 전체 개성시민 20만명 중 5만명이 근무할 만큼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본격적인 남북경협이 제대로 된 첫 발을 내딛지 못한 상태에서 중단된 만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안국산(安國山) 중국 연변대 교수는 "북한은 해외와의 경제협력에서 동쪽의 원산·금강산, 서쪽의 신의주, 남쪽의 개성, 북쪽의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다자 협력이 예상되는 만큼 남한은 포지셔닝을 정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ICT 등 첨단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북한의 변화된 현실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며 벤처기업들이 나설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연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희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북한 투자에 가장 문제되는 사항은 분쟁해결절차의 불확실성"이라며 남북 합의사항인 남북상사중재위원회를 정상화하고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북한도 시장경제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는 만큼 값싼 노동력에만 기대는 기존의 모델인 아닌 북한을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상생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남북경협의 관점이 바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양한 경제협력의 성과를 창출해 나간다면 중소기업들의 북한 진출 또한 자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남북경협에 적합한 주체임을 강조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형 남북 비즈니스모델 토론회'에서 박성택 회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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