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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불진화 경진대회 후 무릎부상도 업무상 질병"
"업무상 사고인지 질병인지 명확히 판단 안 한 근로복지공단 잘못"
2018-11-26 06:00:00 2018-11-26 0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평소 무릎에 부담이 되는 산불 예방·진화 작업을 수행하다가 산불진화 경진대회 참가 이후 통증이 더 심해져 수술까지 받은 근로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질병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승원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판사는 김모씨가 "최초요양신청 불승인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판사는 "업무상 질병의 인정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김씨가 거치지 않은 점에 비춰 근로복지공단은 김씨가 경진대회에 참가했다가 무릎 통증을 일으키는 사고를 당했는지, 이같은 사고로 상병이 발생했는지를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경진대회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형외과에서 무릎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점, 경진대회를 마친 뒤에도 계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 정상적으로 출근한 점 등에 비춰 상병이 일회성 사고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바, 불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김씨는 요양급여신청 당시 '신체에 부담이 되는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다가 상병이 발생했다' 즉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요양급여신청서 '신청 구분'란에 업무상 사고·업무상 질병·출퇴근 재해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아무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 근무하기 이전부터 무릎에 부담이 되는 업무를 계속해 지난해 6월부터 무릎 통증에 관한 치료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또 경진대회를 준비·참가하면서 무릎 통증이 심해졌고 지난해 12월 더는 참을 수 없어 병원에 찾아갔다고 주장했다"며 "근로복지공단으로서는 김씨가 주장하는 업무상 재해가 업무상 사고인지 아니면 업무상 질병인지 명확히 한 후 그에 대한 조사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복지공단은 막연히 김씨가 업무상 사고로 상병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해 김씨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신체에 부담이 되는 정도, 김씨에게 기존 질환이 있었다면 업무로 인해 자연경과적인 속도 이상으로 악화했던 것은 아닌지 조사하지 않은 채 처분을 내렸다. 따라서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 용인시가 운영한 가을철 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서 산불진화·예방 활동 등 업무에 종사하다가 그해 11월 경기도 산불 진화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도중 무릎이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낀 김씨는 무릎 연골판 파열 등으로 연골관절제술을 받고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사고·질병과 관련 없는 만성 퇴행성 병변"이라며 불승인했다. 이에 김씨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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