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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개편에 사활 걸었지만…"네이버 검색 독점 구조 이어질 것"
한성숙 대표 "네이버 미래 달린 실험"…학계·시민단체 "모바일 UX 그대로" 지적
2018-10-10 18:22:58 2018-10-10 18:22:58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3000만명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네이버의 미래를 건 실험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10일 네이버 모바일앱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내년이면 창립 20주년을 맞는 네이버가 모바일 검색 시장을 석권한 뒤 최대 도전에 직면했다는 말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지난 1997년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설립됐다. 이후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한 뒤 PC 검색 시장에서 다음(현 카카오)과 오랫동안 경쟁을 펼쳤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에서 네이버 모바일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치열한 싸움을 벌이던 네이버가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포털로 거듭난 것은 모바일로 넘어오면서부터다. 네이버는 2009년 처음으로 네이버 모바일을 출시했다. 첫 출시 당시 월 이용자가 35만명뿐이던 네이버 모바일은 현재 일일 이용자 수가 3000만명에 이르는 국내 최고 검색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네이버의 검색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뉴스 콘텐츠와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알 수 있는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검)가 꼽힌다. 다만 편집에 따른 특정 콘텐츠 쏠림 현상으로 정치적 이슈에 종종 휘말리는 등 성장의 그늘도 컸다. 이번 개편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낸 고육지책이다. 한 대표는 "모바일 첫 화면에 노출되는 7개 뉴스와 실검 기사는 이용자의 시선을 특정 콘텐츠로만 집중시켰다"며 "네이버는 검색 본연의 기능인 '연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첫 화면 개편 ▲인공지능(AI) 추천버튼 '그린닷' 추가 ▲'웨스트랩' 등을 중심으로 네이버 모바일 개편안을 공개했다. 첫 화면에는 검색창과 날씨, 위치 등 기본 기능만 남겼다. 그린닷은 이용자 관심사에 맞춘 콘텐츠 정보를 제공하며 웨스트랩을 통해 이미지·동영상 서비스에 변화를 줬다. 뉴스편집과 관련해서는 콘텐츠제휴 언론사가 직접 주요 뉴스를 선정하는 '뉴스판'과 이용자 맞춤 AI 추천 뉴스를 볼 수 있는 '마이뉴스'판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날 네이버 개편안에 대해 학계와 시민단체는 네이버의 검색·뉴스 독점 구조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겉모양은 바뀌었지만 검색 결과나 뉴스 편집 등에 지속해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봉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사무처장은 "외견이 바뀌었지만 네이버가 순수 검색 서비스만 제공하진 않는다"며 "검색·뉴스 배치 등에 대한 검증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 초 '드루킹 사건'이 불거졌을 때 뉴스 개입 논란이 불거져 정치권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네이버의 검색·뉴스 배열 알고리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 사무처장은 알고리즘 검증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컴퓨터  공학·정보학·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발족했다. 한 대표는 "이달 중으로 알고리즘 검증위원회가 검증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재건연구원 교수는 "네이버가 AI 검색 기술을 강화한 개편이 눈에 띈다"며 "그러나 국내 이용자에게 마땅히 대체할 모바일 검색 서비스가 없는 만큼 (이번 개편이) 네이버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기존 모바일 사용자경험(UX)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개편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75.2%에 이른다. 뒤이어 구글 11.8%, 다음 10.2%, 네이트 1.8%였다.
 
반면 포털이 갖던 정치 여론 형성 기능이 해외 사업자로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명준 건국대 교수는 "현재 정치 여론 형성 기능이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넘어간 상황에서 이번 개편으로 그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1020세대를 중심으로 동영상 검색이 강화된 상황에서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소비하던 이용자마저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검을 제외하며 과도한 여론 형성 집중 비난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며 "검색 시장을 네이버와 유튜브가 양분하는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이러한 새로운 검색 시장 구조에 대한 고민을 이날 내비쳤다. 한 대표는 "1020세대를 중심으로 이용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며 "네이버가 검색·뉴스·실검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내부에서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모바일 첫 화면에서 왼쪽으로 넘기면 나타나는 '웨스트랩'을 들 수 있다. 네이버는 문자 중심의 기존 콘텐츠 판에서 벗어나 동영상, 이미지 중심으로 웨스트랩을 꾸릴 예정이다.
 
한편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이날 발표에 불참했다. 이 GIO가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을 찾는다. 이 GIO는 프랑스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해 이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도 불출석했다. 이 GIO는 오는 26일 열릴 과방위 국감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9'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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