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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이도훈 "미국, 북한과 비핵화협상 준비 됐다는 것"
북의 동창리·영변 폐기 언급에 "모든 것 책상 위로…2차 북미정상회담 쉽게 이뤄질 수도"
2018-09-20 20:10:00 2018-09-20 20:10:00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초청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제안한데 대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협의가 잘 이뤄질 경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생각보다 쉽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이 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관계가) 한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상황에서 이번에 평양합의를 이뤄냄으로써 대화에 물꼬가 다시 트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이자 얼마 전 임명된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협상 파트너이기도 하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를 비롯해 평양공동선언에 언급된 동창리 엔진시험장와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을 놓고 이 본부장은 “모든 것이 책상에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어서 추가로 본인들이 원하는 요소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만나 구체적으로 협상할 때”라며 “(지금까지는) 남북미 정상이 큰 틀에서 갈 길을 정했다면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은 협상단이 해야한다. 합의가 어느정도 되면 다시 올라가서 정상들이 동의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핵 신고서 제출과 영변 핵시설 폐기, 참관단 방문, 종전선언, 관계정상화, 대북제재 해제 등 여러 요소들이 (협상 테이블에) 이미 올라가 있다”면서 “개인적 생각이지만 꼭 완전한 패키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조그마한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 본부장은 동창리 미사일 시설과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 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만일 그것(영구적 폐기)만 이뤄진다면 북한 핵위기가 시작되는 1990년대 초부터 약 30년 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땅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 핵능력을 고려할 때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을 일축한 것이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전날 “미국이 6·12 싱가포르 선언 합의사항을 이행한다면, 북이 영변에 있는 핵시설을 영구히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것은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평양정상회담 선언문과 미국 쪽 성명을 봤을 때 (북미가) 대화를 통해 비핵화, 평화정착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가능성도 점쳤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지난달 말 방북할 예정이었지만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호전적인 편지’를 본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이 본부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선 종전선언’ 관련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먼저 취해져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그래서 북미가 교착상태에 있었다. 비핵화 관련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종전선언 추진 여건은 매우 좋아졌다”고 말했다. 연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것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질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협의가 잘 이뤄지면 2차 북미회담도 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방문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가운데 2차 북미 정상 간 만남도 그 전후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결정이 북한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가운데, 워싱턴 방문도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 본부장은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는 분위기 속 우리 정부의 역할이 컸다고도 자평했다. 일각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해결 연관성이 낮다’는 주장을 내놓는데 대해 그는 “제가 보기에는 (연관성이) 크다”며 “이런 방식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미국에 넘겨주는 우리의 역할이 분명하게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평양공동선언의 또 다른 성과에 대해 이 본부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텔레비전(TV) 앞에서 (공동선언 발표를) 했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대목”이라며 “과거에는 북한이 이 정도로 최정상급에서 대외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톱다운(Top-Down)’ 방식의 효용도 증명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양공동취재단,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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