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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도 '현대' 러브콜…대북 7대 사업권 재조명
2018-09-20 17:42:32 2018-09-20 17:44:09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남북 경제협력의 길이 열리면서 현대그룹을 향한 기업들의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7대 대북사업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의 협조를 얻기 위함으로, 현대는 7대 사업권 외에도 북한과의 신뢰 등 경협의 마중물이 될 유·무형 자산을 갖춘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20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남북 경협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에는 평양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 현지 상황과 경협 사업 또는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문의하는 기업들의 요청이 크게 늘었다. 판문점에서 진행된 1·2차 정상회담과는 다르게 평양에서 열린 이번 3차 정상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정상화 등 구체적 경협 내용이 공동선언문에 포함되면서 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일반기업과 공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까지 많은 기업들이 경협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사업의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제시할 수 없지만, 요청 기업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스터디 모임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평양으로 출발한 지난 18일 ‘남북경협사업 TFT’ 회의를 가진 데 이어 현 회장이 출근하는 21일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TFT는 따로 회의 날짜를 잡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열어 상황을 점검한다”면서 “회장께서 평양을 다녀온 뒤의 소감과 북측 인사들과의 논의 내용을 설명한 뒤 그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남과 북 인사들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열린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평양공동취재단
 
경협 관련 그룹 차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짜고 있는 TFT는 현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 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을 맡아 실무를 지휘하고, 각 계열사 대표들은 자문 역할을 담당한다. 실무조직은 현대아산 남북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그룹 커뮤니케이션실이 배치됐다. TFT는 매주 1회 정기 회의를 열고 사안이 발생할 경우엔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TFT는 지난 1998년 6월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다녀와 설치한 ‘현대대북사업단(사업단)’의 뒤를 잇는 기구다. 당시 사업단은 북측과의 합의에 따라 ▲금강개발(금강산개발) ▲현대상선(유람선) ▲현대자동차(승용차 조립) ▲현대전자(자동차 라디오 조립, 통신사업)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정공(고선박 해체) ▲인천제철(압연강재), 현대건설(제3국 건설업 진출, 공업단지 조성) 등 계열사를 총망라해 각 사업을 책임지도록 했다. 사업단이 작성한 경협안을 바탕으로 현대그룹은 2000년 8월 북측으로부터 전력·통신·철도·통천비행장·임진강댐·금강산 수자원·명승지 관광 등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최소 30년간 독점 운영할 권리를 얻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경협 재개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7개 SOC 사업권을 얻었던 당시와 현재는 주어진 여건이 너무 다르다. 10년이 넘는 경협 중단과 자금난으로 현대그룹의 외형은 축소돼 30대그룹에서도 탈락했고, 각 사업을 책임졌던 계열사들도 뿔뿔이 흩어져 ‘현대’ 깃발로 경협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버거운 상황이다. 이 같은 사정을 악용해 경협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일부 기업들이 정치권 등을 통해 현대의 독점 사업권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권을 인정하고 있고,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받들어 경협의 주체는 현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경협에서 발을 뺐던 범 현대가들이 다시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가 그룹 관계자는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라도 함께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지난날 오너 일가 사이에 일부 잡음이 있었지만 이는 과거의 일로, 경협이 본격화되면 범 현대가가 모여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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