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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테크)9·13대책에 “더 사지는 못해도 달라질 건 없다”
추석이후 추가대책·시장변화 보고 결정하라
2018-09-19 06:00:00 2018-09-19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종부세 등 과세와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대책이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금과 대출규제로 다주택자를 묶는 방법을 선택했다.  
 
9·13 대책의 과녁에서 비켜서 있는 무주택자들은 ‘불 건너 불구경’ 중이다. 과세와 대출 모두 예전과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신규분양 아파트를 청약할 때는 유리해졌다. 정부가 1주택자의 추첨제 참여 폭을 줄이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지금까지는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를 초과하는 주택 청약은 추첨제로 이뤄져 1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추첨제에서도 무주택자를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9·13대책에서는 무주택자 대상으로 먼저 추첨한 후 남는 물량이 있으면 1주택자에게 기회가 돌아가도록 정했다가 강한 반발이 나오자 추첨제 물량의 일부(30~50%)에 대해 1주택자도 참여할 수 있게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9·13 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들을 정조준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추석 이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공급 대책과 한국은행 금통위의 금리 인상 여부에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1주택자의 종부세는 9억원부터다. 공시지가 기준이므로 실제로는 시세가 11억원은 넘는 집을 가져야 고민할 사안이다. 지금보다 종부세가 늘어난다면 시세가 18억원을 넘는다는 뜻이다. 만약 18억원을 넘는다고 해도 24억원까지는 10만원 정도 더 내는 수준이므로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24억원은 넘어야 종부세 인상액이 100만원을 초과하게 된다. 
 
시세가 급등한 사실을 모두가 아는 마당에 종부세를 내게 됐다고 해서 옛날처럼 ‘종부세 폭탄’을 운운하기에는 민망한 상황이다. 다만 시세의 80% 수준을 반영하는 현재 공시지가 산정 체계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포함된 만큼 세 부담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대출도 묶였으나 1주택 실수요자는 괜찮다. 조금 불편해질 뿐이다. 정부는 1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살 경우 온갖 조건을 붙여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꽁꽁 묶었으나, 이사하기 위해, 자녀의 분가를 위해, 부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 추가로 매입하는 실수요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증빙하면 대출받는 데 문제가 없도록 했다.    
 
정부의 타깃이 된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웬만한 집 두 채라면 종부세 납부자에 해당될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주던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세 제외 혜택도 새로 매입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니 각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주택자 중 상당수는 이미 정부의 규제 강화에 대비해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 중요하다. 9·13 대책 발표 이전에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라면 여전히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에서 자유롭다. 이미 받은 대출을 회수하는 것도 아니므로 달라질 게 없다. 단지 주택을 추가로 매입하기엔 부담스럽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갖고 있는 집을 팔 리도 없다. 양도세 중과세 조항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물론 종부세 최고세율에 해당될 다주택자들은 이런 방법이 별로 쓸모가 없겠으나 일반 투자자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다주택자들도 부담부증여를 이용해 자녀에게 사전증여를 한다거나 부부 공동명의로 돌려놓는 식으로 종부세를 피하고 있다. 
 
결국 9·13 대책은 새로운 다주택자들의 등장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기존 다주택자를 잡는, 그들이 보유한 집을 시장에 내놓게 만들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일관된 시각이다. 다주택자를 압박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1998년부터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한 다주택자는 “작년과 올해에 뛰어든 갭투자자들이 문제이지 오랜 기간 투자하던 사람들은 이미 버티기 준비를 끝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종부세, 양도세 규제가 기존 임대사업자들까지 압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번 조치로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의 대출규제와 신규공급 대책은 8·31 대책을 다시 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2005년 8월에 나온 이 대책은 발표 100일도 안 돼 다시 집값 급등으로 이어지며 전세가 상승까지 불러왔다. 
 
강력한 세제 및 대출 규제 카드를 썼으니 이제 남은 카드는 신규 공급과 금리 인상이 될 전망이다. 신규공급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이 공급하느냐에 따라 파괴력이 달라질 것이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시장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와 맞물려 있어 선뜻 꺼내기가 부담스러운 카드다. 
 
시장 참여자들은 신규공급 대책이 어떻게 나올지, 추석 연휴는 지나고 보자는 분위기지만, 발 빠른 일부 투자자들은 9·13 대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조정지역 밖 수도권 아파트와 상가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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