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봄날, 재즈적 '자유'에 홀리다…그래도 '서재페'인 이유!
크리스 보티·아트로 산도발·브랜포드 마살리스 등 4만 관객에 재즈적 낭만·자유 선사
입력 : 2018-05-21 18:09:56 수정 : 2018-05-21 18:09:5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해질녘 노을이 무척이나 아름답네요! 이 오후의 순간에 말이죠. 이번에는 ‘재즈계의 전설’인 뮤지션의 곡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크리스 보티가 볼을 불려가며 트럼펫을 ‘쿨’하게 연주하자 일대가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격렬한 즉흥 연주로 대변되는 ‘비밥’ 스타일에 차분한 안녕을 고했던 ‘쿨 재즈’의 창조적 귀환. 차분하고 정적인 마일스 데이비스의 ‘블루 인 그린’ 원곡이 보티 식으로 변주되자 관객들은 보티를 향해 날씨만큼 “뷰티풀하다”고 외쳐 주었다. “보티, 뷰티풀. 아이 러브 유!”
 
19일 올림픽공원 잔디마당 무대에 선 크리스 보티. 사진/프라이빗커브
 
크리스 보티는 오늘날 ‘재즈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세계적인 트럼펫터다. 2004년 첫 데뷔 앨범 ‘왠 아이 폴 인 러브(When I Fall In Love)’는 전 세계 팝과 재즈의 장르 경계를 무너뜨린 일대 사건이었고 이후로도 스팅, 토니 베넷, 레이디 가가, 마이클 부블레, 조니 미첼 등 유명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왔다. 가장 최신작 ‘임프레션스(Impressions·2012)’로는 그래미 어워즈 연주 부문 최우수 팝 앨범을 수상하며 그 음악성도 널리 인정받게 된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낮 전경. 사진/프라이빗커브
 
19일 선연한 노을 빛이 녹색 올림픽공원 잔디 마당을 붉게 물들이던 시간, 보티는 반짝이는 자신의 밴드 멤버들과 ‘자유’를 연주하고 있었다. 재즈를 기반에 두고 장르를 뒤섞는 그 답게 무대에는 금관 악기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전자 기타까지 다양한 악기들이 오르내렸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의 손을 잡아주거나 와인을 시음하는 재즈적 자유와 낭만은 2만여 관객들을 홀리기에도 충분한 무대 매너였다.
 
“재즈가 없었다”는 일각의 혹평에도 ‘2018 서울재즈페스티벌(서재페, 19~20일·하루 2만여 관객 동원)’에는 보티처럼 ‘자유’를 구가한 재지스트들이 분명히 있었다. 쿠바 출신의 또 다른 트럼펫 거장 아트로 산도발은 다음날 보티가 연주한 그 자리에서 올해 70살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열적이고 흥 넘치는 기량을 뽐내었다.
 
이름만큼이나 멋진 ‘올 스타’ 밴드 멤버들과 함께 한 그는 트럼펫을 연주하면서 드럼도,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불렀다. 라틴계 쪽으로 경계를 확장한 재즈 음악에 관객들이 몸을 맡기고 덩실 덩실 춤을 췄다. 객석으로 내려와 던진 “꼬레아”라는 말 한 마디에선 사랑스러운 인간미까지 느껴졌다.
 
입술 모양을 움츠리거나 길게 늘어 뜨리면서 ‘악기’ 같은 목소리로 브라질 스타일로 변형한 재즈적 매력을 알려준 그레첸 팔라토, 재즈 피아노로 국내 민요 ‘아리랑’을 연주해 관객 박수를 한 몸에 받은 재즈 트리오 ‘칠드런 오브 더 라이트’ 등의 아티스트도 재즈적 ‘자유’를 무대에서 몸소 시현했다.
 
19일 저녁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꾸며진 실내 공연장 '트레저 아일랜드'에는 75세의 미국 색소폰 거장 마세오 파커가 무대에 섰다. 사진/프라이빗커브
 
미국 힙합 그룹 ‘푸지스’ 출신의 로린 힐과 팝스타 제시 제이, 그리고 에픽하이와 넬, 혁오 등 국내 유명 뮤지션들의 무대는 재즈에서 약간은 비켜 서 있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일부 뮤지션들은 재즈 팬들과 화합하려는 시도로 축제를 더욱 빛내 주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연했지만 매년 재즈 페스티벌과 상관 없는 뮤지션들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고 있어요. 근데 저는 그런 것(장르적 구별에)에 상관 없이 즐기고 미치고 싶은 대로 미치는 게 재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관객 여러분은 재즈 그 자체였습니다.(에픽하이 타블로)”
 
20일 밤에는 그래미 어워드 3관왕에 빛나는 색소폰의 거장 브랜포드 마살리스가 이끄는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이 온 몸으로 ‘이것이 재즈’라고 연주하는 듯 했다. 긴 음악의 러닝타임 덕에 별다른 멘트 없이 연주는 이어졌지만, 그것은 축제의 마지막 무대로 더 할 나위 없었다. 봄 밤에 걸린 초승달이 미소를 짓는 관객들의 입가를 고요하고 은은하게 비추었다.
 
서재페의 올림픽 공원 잔디마당 밤 전경. 사진/프라이빗커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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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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