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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패싱? 미운털 단단히 박힌 전경련
청 "특정 단체 배제 안 해"…재계 "말려 죽이기 심하다"
2018-04-05 17:00:51 2018-04-05 17:00:51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패싱이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경제 5단체 중 유일하게 초청받지 못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도 빠졌으며, 순방성과 공유를 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회에는 원천 배제됐다.
 
산업부는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문 대통령의 베트남·UAE 순방과 관련된 ‘프로젝트 수주지원 설명회’를 열었다. “순방 성과들이 빠른 시일 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후속조치 추진에 만전을 기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부처와 기관, 업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위한 첫 상견례 자리 성격도 있다.
 
설명회에는 GS에너지,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UAE와 베트남 진출에 관심이 있거나 이미 진출한 기업들을 비롯해 대한상의, 중견기업연합회, 중기중앙회,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코트라(KOTRA), 플랜트협회, 해외건설협회 등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사전에 준비된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업계 관심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국내 최대 민간종합경제단체로 대한상의, 무협, 중기중앙회와 소위 ‘경제 4단체’로 불렸던 전경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때 재계의 맏형을 자임했던 전경련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이후 해체 위기까지 몰린 상황이다. 경제 6단체에 속하는 중견련이 초청받은 행사에 연락조차 못 받은 것이 전경련을 바라보는 현 정부의 차가운 시선을 고스라니 보여준다는 평가다.
 
산업부 관계자는 5일 “플랜트협회와 해외건설협회 등을 통해 관련 기업들에게 연락을 했고, 지원기관에는 산업부에서 개별 연락을 했다”며 “전경련에는 연락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경련을 배제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러한 ‘전경련 패싱’ 논란에 청와대 측은 “특정 경제단체를 푸대접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재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실무성격의 행사조차 전경련에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청와대 눈치보기 아니겠느냐”며 “이런 식의 ‘말려죽이기’는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답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전경련 측은 패싱논란에는 말을 아끼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상네트워크와 싱크탱크 역량을 살려 한국 경제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베트남·UAE 순방성과 설명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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