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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사건 70주년) 문 대통령-5당 대표 한 자리 모여 "진상규명·국가보상" 약속
문 대통령 내외, 가슴에 동백꽃 배지…첫 추념식 사이렌에 제주 전역 숙연
2018-04-03 18:13:59 2018-04-03 18:18:26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제주 평화공원에서 열린 4·3사건 70주년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청와대 참모진과 여야 5당 지도부까지 정치권 인사들이 모두 모였다. 2014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현직 대통령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이전에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사를 찾았다.
 
청와대는 이번 추념식이 12년 만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추념식으로, 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의 약속을 지키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인 지난해 4월 18일 4·3 유족을 만나 “정권교체로 새로 들어서는 민주정부 대통령은 4·3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적 추념 행사로 위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에 앞서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등과 함께 4·3 평화공원에서 행방불명인 표석을 먼저 참배했다. 문 대통령 내외 가슴에는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가 달렸다. 문 대통령은 마포형무소에서 실종돼 행방불명된 희생자의 유가족에게 “아직 당시 희생자 유해가 남은 곳이 있지 않느냐”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한 분이라도 더 찾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윤경 4·3 희생자유족회장은 “오늘 대통령님 방문으로 유족들 한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추념식에서는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미래당 박주선·민주평화당 조배숙·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5당 대표와 여야 의원들이 조우했다. 각 당 지도부는 4·3 사건의 진상규명과 정부 지원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4·3 생존자 및 유족, 4·3범국민위원회, 4·3실무위원회, 4·3평화재단, 각 종교대표, 사회각계 대표 등도 참석했다.
 
추념식 배경 화면에는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라는 글귀가 적혔다. 동영상을 통해서는 “집집마다 한 사람이라도 안 죽은 사람이 없어” “가족들이 죽었는데도 왜 몰살당했는지조차 모릅니다” 등 유족들의 증언도 나왔다. 참석자들 상당수가 눈물을 훔쳤다. 본행사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1분간 제주도 전역에 4·3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 사이렌이 처음으로 울렸다.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제주도민들도 추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에서 “오늘 날씨가 너무 화창하고 꽃도 만발하고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이제는 4·3의 서러움을 넘어서서 평화와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제가 약속을 지키게 됐구나’라는 안도감도 든다”며 “오늘 대통령의 추념사가 우리 유족, 생존 희생자들, 제주도민들께 정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 조금이라도 위로가 좀 되셨습니까”라고 묻자 행사 참석자들은 호응하며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직후 제주의 한 호텔에서 피해자 유족 등과 오찬 간담회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의 절반은 정부의 몫이지만 절반은 국회가 할 몫”이라며 “국회와 함께 열심히 해서 끝까지 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배·보상 문제 등의 경우 국회 입법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제 누구도 4·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또는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똑바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는 희망을 유족들과 희생자들이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40여명의 국회의원과 함께 추념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추 대표는 “제주의 염원으로 정권교체 이후 대통령이 제주 4·3 추념식에 직접 오셔서 제주의 진실을 끝까지 완결짓겠다고 약속의 말을 했다”며 “지난해 제가 왔을 때 ‘다음에 정권교체가 되면 대통령을 꼭 모시고 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표류 중인 것을 지적하며 “지금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4월 임시국회가 있다”며 “저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민주평화당이 당당하게 원내 교섭단체로써 정의당과 함께하게 됐다”며 “같이 새롭게 원내교섭단체로 출범한 만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이상 사진 오른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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