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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고독사'와 '이웃사촌'
2018-03-26 06:00:00 2018-03-26 06:00:00
한 달동네를 갔을 때다. 길 안내를 통장에게 부탁했는데 지나가는 가스 검침원에게 유달리 살갑게 굴고, 닫힌 문을 벌컥벌컥 열어 인기척을 확인했다. 신기해하자 통장은 이렇게 말했다. “달동네에 홀몸노인도 돈 없는 학생도 외국인도 혼자 사는데 가끔 아파서, 외로워서 죽는 경우가 생기더라. 이런 달동네에 사는 것도 슬픈데 죽은 것도 몰라주면 얼마나 슬프겠냐.”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마 엄마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미지 씨는 혼자 살던 오피스텔에서 숨진 지 2주 만에 발견이 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김병찬 씨는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후 뒤늦게 이웃에 발견됐다. 2015년 2월 원룸에서 집 주인에게 발견된 A(당시 29세)씨나 2016년 6월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사흘만에 경비원에게 발견된 B(당시 25세)씨도 있다.
 
일명 ‘고독사’라 말하는 외로운 죽음은 사실 명확한 개념 정립조차 안 된 상태다. 최근 고독사 예방대책을 발표한 서울시조차 ‘아무도 모르게 혼자 살다가 혼자 죽고 일정기간 후에 발견되는 죽음’이라며 위키백과를 인용할 정도다. 그나마 유사한 개념으로 인용되는 무연고사망의 경우 2013년 전국 1275건에서 지난해 2010건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업무분장을 살펴보면 대부분 독거노인 관련 부서에서 담당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특정 연령대보다는 전 연령대 1·2인가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서울시복지재단 보고서에 따르면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50대로 524건이었다. 이어 70대, 60대, 40대 등이 뒤를 이었다. 아직 사회적 관심이 적지만 20∼30대 청년층 비율도 결코 낮지 않다. 20대 102명, 30대 226명으로 둘이 합쳐 14%나 된다. 1인가구의 상당수를 청년층이 차지하는 만큼 청년 고독사 또한 외면할 수 없다.
 
양천구는 남성 고독사가 여성보다 6.5배나 많이 있다는 점에 착안, 그 중에서도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50대 남성에 주목했다. 어느덧 1년, 404가구를 발굴해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이혼·사업실패 등으로 사회에서 멀어졌던 이들의 사회 복귀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목2동에 사는 50대 독거남 C씨는 치아 치료와 멘토 지원을 받아 지금은 다른 기초생활수급자 집수리에 참여할 정도다. 신월1동에선 10여명의 독거남이 같이 텃밭을 가꾸고 20여명의 독거남이 요리를 배워 집밥을 함께 나눠 먹는다. 사업 부도 이후 이혼과 손가락 장애를 거쳐 자살까지 시도했던 D씨는 이제 몇 년간 만나지 못했던 자녀도 만나며 소통을 다시 시작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하나둘 움직임을 보이며 고독사 예방대책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고독사 공영장례 등의 내용을 담은 고독사 예방대책을 발표했고, 부산시도 중년지원팀을 신설했다. 전남의 고독사 지킴이단, 송파구의 65세 미만 1인가구 전수조사, 강서구의 5064 중장년 남성 1인가구 집중조사, 서대문구 똑똑 문안서비스 모두 첫 걸음으로 나쁘지 않다.
 
저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해법은 하나같이 ‘이웃’이다. 가족도 해체되고, 친구도 예전같지 않은 시대. 예전처럼 앞집,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는 몰라도 서로 안부만 물어도 좋다. 이웃사촌은 거기부터 출발할테니까 말이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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