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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재벌개혁 데드라인 앞두고 '이사회 개편' 카드
전자 이어 물산도 외국인 사외이사…재계 “대리인문제 제어 가능할지 의문”
2018-03-01 15:18:24 2018-03-01 15:18:2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의사결정구조) 밑그림이 완성돼 간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각 분야별 이슈 대응을 위한 TF 구축에 이어 이사회 투명성 제고 방안이 뒤따르고 있다. 이같은 구상이 ‘재벌 저승사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정한 자체개혁 데드라인도 통과할지가 관심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결정했다. 그 중 이사 선임안에 최초로 외국인 사외이사 후보가 오른 것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명단에 오른 인물은 필립코쉐 전 제너럴일렉트릭 전무(최고생산성책임자)다. 프랑스 국적인 그는 1994년 GE 메디컬시스템 운영담당 임원으로 발탁돼 미국 본사 부사장, 알스톰 발전부문 사장 등을 거쳤다. 삼성물산은 코쉐 이사가 이사회 내 전문성과 다양성을 제고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물산은 이날 최치훈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상정안에 포함시켰다. 최 사장은 지난 사장단 인사에서 건설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직을 자진 사임하며, 이사회 의장은 계속 맡을 뜻을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은 이로써 이사회와 경영이 분리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역시 이사회 투명성을 제고하는 의도다. 자본시장에서는 그동안 이사회 의장과 CEO를 겸직하는 대기업 관행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을 저해한다고 지적해왔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삼성전자도 이사회 의장 후보에 오른 이상훈 사장이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다. 아울러 삼성전자 역시 오는 23일 주총에서 외국계 기업 CEO 출신과 여성 사외이사 영입 안건을 올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신화를 이룬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과 여성 최초 법제처장을 지낸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가 그들이다.
 
이같은 이사회 중심 투명경영 의지는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 당시부터 강조해온 부분이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외활동은 자제하고 있지만, 차근차근 지배구조 구상을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3월 주총은 김상조 위원장이 재벌 자체개혁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고지다. 기한에 근접해 삼성이 다양한 방안을 내놓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가 발표한 자발적 개혁 사례에선 삼성이 빠졌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가 삼성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이라며 개혁을 압박해왔다. 지난달 21일 전원회의에서 제정·의결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 지침은 곧이어 26일 시행에 들어갔다. 삼성에 유권해석 변경 결과를 통보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늦어도 8월26일까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해야 한다.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여당 정책이 삼성의 순환출자 및 금산분리 해소를 향해 가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다만, 당장의 출자변경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며 개선의지만 보여줘도 된다고 거듭 밝혀왔다. 이에 삼성이 내놓은 이사회 개선안이 개혁 기준을 만족시킬지 관심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가 주주 추천 방식의 사외이사 개선안을 내놓은 것에 비해 단순 외국인 이사 선임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사회 의장인 최치훈 사장이 과거 GE에 몸담았던 인연으로 이번 외국인 이사 선임에 관여한 듯 보인다”며 “주주가 아닌 자체 선임한 사외이사가 경영진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리인문제를 제대로 제어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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