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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내·외부 압박 뚫고 3연임 성공
회추위, 22일 회의서 차기 회장 후보로 김 회장 확정
금융당국 검사·노조 반발 등 후폭풍 거셀듯
2018-01-22 19:50:32 2018-01-22 19:50:32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3연임에 성공, 오는 2021년까지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2일 회의를 개최해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김 회장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회추위는 이날 김 회장과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표결을 진행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이날 각 후보들은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하나금융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중·장기 경영전략 ▲조직통합 및 건강한 기업문화 구축 ▲노사화합 ▲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소임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회추위는 이후 '대표이사 회장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추천절차'에서 정한 면접기준인 ▲기업가정신, 글로벌 마인드 등 비즈니스 통찰력(Business Acumen) ▲비전 및 네트워크 등 인력과 조직에 대한 통찰력(People & Organization Acumen) 등에 대해 개별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후보자들의 PT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 및 비교우위 평가 후 투표를 진행했다.
 
◆'영업통' 김정태 회장, 결단·추진력 앞세워 하나금융 성장 주도
 
1952년생으로 부산 출신인 김 회장은 1971년 경남고와 1980년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이듬해 서울은행에 입행한 그는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1992년 창립멤버로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이후 하나은행장을 비롯해 하나금융투자 사장 등 은행 및 증권을 두루 거쳤다. 2012년 김승유 전 회장에 이어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 2월 연임에 성공한 데이어 이번에 또다시 3년간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김 회장은 31년간 은행영업 일선에서 활약한 만큼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힌다. 그가 2012년 하나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에서 "명함을 받으면 지갑에 바로 넣지 말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라. 상대방을 가슴에 품고 진심으로 대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한 일화도 유명하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하나금융의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점이 연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작년 1~3분기 누적 1조54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최근 5년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순이익 역시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사상 최초 '2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금융의 주가 역시 지주 설립 이후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은 뛰어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외환은행 조기통합이다.
 
하나금융은 2012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5년간 독립 경영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투뱅크 체제' 유지가 힘들다는 판단에 김 회장은 조기 통합 추진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그는 조기통합 중단 가처분신청 등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결국 조기통합에 성공, 통합은행을 출범시켰다.
 
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원장은 김 회장에 대해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성장기반 확보, 그룹의 시너지 창출 및 극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돼 회추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며 "향후 3년간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서 하나금융그룹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검사·노조 반발 등 '첩첩산중'
 
김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지만 이로 인한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을 비롯해 각종 검사 결과, 노조의 반발 등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과 KEB하나은행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아이카이스트 부실대출, 채용비리, 중국 특혜대출 의혹 등이 하나금융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나금융은 작년 말부터 지속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및 최고경영자(CEO) 연임 관행에 대한 비판과 경영유의 조치에 결국 지배구조를 수정했다.
 
양측의 갈등은 회추위가 금감원의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일정 연기 요청을 거부하면서 확대됐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회추위에 후보자 면접 보류를 요구한 데 이어 15일 공문을 보내 일정 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회추위는 기존 일정을 강행했다.
 
이후 관치금융 논란이 거세지자 금감원이 한발 물러섰지만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대한 각종 검사를 진행 중이어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등이 작년에 고발한 정유라 특혜대출을 비롯해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특혜승진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걸림돌이다.
 
내부에서는 노조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김 회장의 연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조는 하나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김 회장의 CEO리스크와 관련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 금감원 검사 결과 김 회장에게도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김 회장뿐만 아니라 CEO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결정한 회추위원들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연임 이후가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보복성' 제재를 내려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마음에 안 드는 민간 금융사 인사를 밀어내는 것은 근절해야 할 '적폐'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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