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기업이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사회적 고민 해결”
"'형식'의 외투 벗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접근"…KT의 기가스토리
“ICT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일회성 아닌 지속성 중요”
입력 : 2018-01-08 13:52:36 수정 : 2018-01-08 14:11:1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ICT 강국 한국의 이면에는 지역과 계층, 세대 간 정보 격차가 있다. 특히 노년층과 저소득층의 경우 초고소인터넷 활용 등 ICT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돼 있고, 이는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을 낳는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표한 ‘2016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보 취약계층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58.6%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키 위해 KT가 나섰다. 정보 격차가 극심한 도서 및 산간 등 오지 지역부터 주목했다. 2014년 임자도에서 시작한 기가스토리 사업은 대성동 DMZ(비무장지대), 백령도, 청학동, 교동도에 이어 지난해 12월 강원도 평창 의야지 마을에서 여섯 번째 이야기를 썼다. 해외에는 지난해 4월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 섬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1774km. 기가스토리를 만드는 직원들이 하루 이동하는 거리를 더하면 1774km의 대장정이다. 바닷길, 눈길에 꼼짝없이 갇히는 경우도 허다했다. 하지만 '형식'의 기존 외투를 벗고, 기업이 가장 잘 하는 것을 통해 사회적 고민과 문제에 접근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들도 이어졌다. KT의 기가스토리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선주 지속가능경영단장(상무)을 만나 그 의미를 좇았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 사진/KT
 
-기가스토리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IT교육 전문 봉사활동인 IT서포터즈를 활용해보기로 했다. 하루는 임자도의 한 아이가 IT서포터즈에 “그동안 IT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편지를 보낸 것을 봤다. 이후 임자도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직원들이 차에서 내리니까 아이들이 달려오면서 “‘아이패드 선생님’ 오셨다”고 반겼다. IT 환경으로부터 동떨어진 곳에 네트워크를 깔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하면서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는 일이 KT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국내 6개의 기가아일랜드를 구축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대성동에는 학생 수가 30여명에 불과한 초등학교가 있다. DMZ(비무장지대) 안이어서 네트워크 환경이 미흡했다. 교장실에서 통화가 안 될 정도였다. 수년째 그곳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IT서포터즈를 기반으로, 아이들이 ICT 환경을 계속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두 번째 사업 지역으로 삼았다. 지금은 어디서나 LTE도 잘 연결된다. 백령도는 가장 힘든 곳이었다. 처음 인천에서 배로 4시간을 들어갔는데 (기상악화로)이틀 동안 나오지 못했다. 한 번 들어가면 언제 나올 수 있을지 모른다. KT는 백령도 내 26개 대피소 간 화상연결 솔루션을 구축해 비상시에도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피소도 카페처럼 예쁘게 꾸몄다. 
 
-기가아일랜드 구축을 위해 KT가 들이는 노력들은.
기가아일랜드 구축에는 약 1년이 걸린다. 처음 지역을 방문하면 주민들이 영업 목적으로 오해해, 소통하고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든다. 예산은 네트워크 운영, 솔루션 개발, 건물 리모델링 등으로 초기투자비용만 5억원에서 10억원 정도 든다. 하나의 기가아일랜드를 구축하기 위해서 200~300명의 지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현재 기가스토리 사업에 30명이 종사하고 있고, 은퇴한 KT 직원 70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번 의야지 마을의 경우에는 멧돼지 퇴치 솔루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마켓에 미래융합실 인원이 투입됐고 융합기술원 인력들도 같이 움직였다.
 
-기가스토리 사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부분은.
교동도는 마을기업이 생겼다. 스튜디오, 자전거 대여 등 관광 플랫폼으로 지난해 매출 1억원을 올렸다. 최근 교동도 주민들이 버스를 대절해서 5~6시간 거리의 의야지 마을을 찾았다. 교동도에서는 쌀을, 의야지 마을에서는 황태를 준비해 교환했다. 임자도와 청학동도 교류가 있었다. 임자도에는 마을기업 ‘임자 만났네’가, 청학동에는 영농협동조합이 생겨났다. 매출은 나눠서 써버리는 게 아니라 마을을 위해서 무엇인가 배워오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선순환들이 생긴다. 진정한 사회적경제가 실천되고 있는 모습이다.
 
-KT가 기가아일랜드에 제공한 솔루션 중 상용화, 또는 비즈니스 모델화된 사례가 있다면.
임자도에 소개한 요닥 서비스는 상용화 단계까지 갔다. 요닥은 휴대용 스마트 소변 검사기를 활용해 당뇨, 간질환,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한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KT는 요닥 서비스를 의원, 보건소, 보건진료소에 제공했다. 방글라데시에는 모바일 초음파기가 소개됐다. 모바일 초음파기는 신장염, 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기다. 청학동에는 비콘(블루투스 송수신기)을 활용한 관광지 소개 서비스가 적용되고 있다.
 
-기가아일랜드 사업의 개선사항은 어떤 것이 있었나.
시행착오를 겪은 일도 있었다. 백령도 어르신들에게 스마트워치를 통해 맥박과 체온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움직임이 없으면 자녀들에게 알림이 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활용도가 다소 낮았다. 이후 다시 한 번 어르신들을 면담해 자택에 스마트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부착한 LED 전등을 달았다. 장기간 사람의 움직임이 없으면 동작감지 기능을 통해 관리자에게 통보해 주는 기기다. 이렇듯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대체 솔루션들을 도입하고 있다. 임자도도 아이들 IoT 교육장을 추가로 만들었고, 드론 교육장도 만들고 있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팜도 구축했다. 주민들이 지난해 12월 자신들이 기른 배추로 김장을 해서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줬다. 백령도에도 딸기 스마트팜을 만들었다. 백령도 영농협동조합과 협의해서 딸기를 자체 공급하고 있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방글라데시 모헤시칼리 섬의 기가아일랜드 구축에 대한 현지 정부나 주민들의 반응은.
방글라데시 정부는 돈으로 할 수 없는 차별화된 사회공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KT가 모헤시칼리섬에 투입한 금액은 다른 기업이 방글라데시에 원조하는 금액보다 결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개소식 때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수도 다카에서 1시간 넘게 시간을 할애하면서 화상을 통해 행사에 참석했다. 이후 방글라데시 ICT 장관이 ‘디지털 방글라데시 2020’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IT서포터즈가 IT교육차 찾았는데 주민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현지 청년들이 코이카와 함께 모헤시칼리에서 나온 특산물을 다카까지 팔 수 있는 전자상거래도 열었다. 정부는 KT 직원이 직접 가 있을 수 없는 환경을 감안해, 섬에 센터를 관리하는 직원을 신규채용했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T
 
-올해 새로운 기가아일랜드 구축 계획은.
기가스토리를 양적으로 많이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는 1곳 정도 고민하고 있다. 지금 구축된 곳들도 솔루션을 투입해야 하고, 유지보수 등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간다. 지역을 새롭게 선정하기 위해서는 KT 인력이라든지 당시 사회 이슈 등 여러 요건이 고려된다.
 
-KT의 기가스토리 사업이 경쟁사와 차별화 된 점은.
KT가 가진 경쟁력은 전국 곳곳에 있는 IT서포터즈다. 지역사회를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KT의 기가스토리 프레젠테이션을 보더니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마을을 하나 정해서 사회공헌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행 중이다.
 
-올해 개인적인 비전이나 목표가 있다면.
기가아일랜드에 있는 이장님, 훈장님들을 한자리에 모아 토크콘서트나 축제를 열고 싶다. 특히 대성동에 있는 아이들은 난타를 프로 못지않게 잘한다. KT 기가스토리를 담은 책을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사회공헌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가스토리 사례집은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
 
-기가아일랜드 사업의 지속성에 대해서.
시대에 따라 사업의 이름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역량을 쏟아서 사회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얻은 정답이다.
 
강원도 평창군 의야지마을 꽃밭양지카페 앞에서 황창규 KT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을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이 '평창 5G 빌리지' 개소식을 열고 있다. 사진/KT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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