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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호황 어디까지)시스템반도체·인력난 등 과제도 산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점유율 70%, 시스템은 5%
2017-09-13 06:00:00 2017-09-13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국은 메모리 최강국이지만 비메모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를 밑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핵심 반도체 역량이 부족한 셈이다.
 
인력난도 반도체산업 성장의 걸림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조차 적합한 반도체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충원에 애를 먹는 실정이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부족인력(정상 가동에 필요한 인력)이 매년 늘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35억달러(약 385조원) 수준이다. 이중 메모리 비중은 23%(801억달러), 나머지 77%(2634억달러)는 시스템반도체다. 업계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2020년에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3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선두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인텔이 20.27%로 1위, 퀄컴이 6.79%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에서는 점유율 70%를 차지하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5%도 안 되는 하위권이다. 200여개가 넘는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회사들도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로 영세하다.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 퀄컴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특정영역에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진입장벽이 높아 후발주자들은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투자와 연구개발이 메모리 분야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스템반도체 투자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제조공정이 정형화돼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 비중을 높여왔다. 용도에 따라 설계와 생산공정이 모두 다른 시스템반도체는 사실상 손을 놓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시스템반도체로 투자의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메모리 부문에서 도래할 업황 하락세를 시스템반도체로 상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와 중소 팹리스(fabless)만 참여해 상대적으로 투자가 적었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나서고 있으나, 관련 분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소속 인력 200여명을 시스템LSI 사업부로 배치하는 미봉책을 썼다.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분사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일할 인재를 구하는 데 난항을 보인다. 전문 인력도 부족하고, 새로운 개척지로 이동을 원하는 인력도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육성한 인재는 대기업으로 이동하고, 새롭게 유입되는 인력도 부족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10∼299인)이 경영상 부족하다고 느끼는 인력은 2014년 1496명(4.1%), 2015년 1649명(4.4%), 2016년 1936명(5.0%)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산업 분야의 부족인력은 2624명으로, 부족률은 1.8%였다.
 
향후 국내 반도체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지속된 활약과 함께 설계·장비 분야 중소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각 대학의 반도체 인재 배출 규모는 그대로인 데다, 이들마저 대기업만 쳐다본다”면서 “정부 지원, 대·중소 상생, 산학협력 강화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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