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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측과 노조의 1:1 교섭 시대가 저물고, 주주와 하청 노조가 등판한 다자간 파워게임이 시작됐습니다. 직고용 확대로 촉발된 원·하청 갈등에 배당을 지키려는 주주들의 압박까지 겹쳐 기업의 셈법은 극도로 복잡해졌습니다. 다중 교섭 시대로 접어든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얽히고설킨 복합 갈등을 풀어낼 교섭 룰의 재설계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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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전통적인 노사 교섭 테이블에 주주들이 강력한 이해관계자로 등판하고 있습니다. 거대 노동조합의 파업 결의에 맞서 소액주주들이 기업가치 훼손을 막는다며 맞불 집회를 열거나, 사업 부진에 따른 고통 분담 과정에서 노조를 향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직접행동으로 재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흐름에 올라탄 주주행동주의가 노조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올해 임단협을 앞둔 경영진은 노조의 임금 요구와 주주들의 배당 방어 목소리를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29일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수원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인은 우리”…노조에 뿔난 주주들
29일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수원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이날은
삼성전자(005930)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생산시설 점거 및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등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 기일입니다. 노조의 파업 예고와 무리한 성과급 요구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주주들의 재산권 침해로 이어진다고 판단해 직접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기업 내부의 노사 분쟁에 주주가 직접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개입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풍경입니다.
민경권 대표는 “노조 파업 시 양측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고 떠나라는 식의 노조 측 태도는 우호적인 주주만 남기려는 사 측의 ‘밀실 경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주주는 회사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모든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발언할 권리가 있다”며 “경제 주체에서 소외돼 온 주주들이 결집해 합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특히 전체 직원에게 영업이익을 동일하게 배분하는 ‘일률 보상 방식’이 핵심 연구 인력 유지 측면에서 의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과 같은 일률적 성과 배분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볼 수 있냐는 주장입니다. 그는 “수십억 원을 주고 데려와야 할 헤드헌팅 대상 핵심 인재들은 소수인데 그 성과를 7만명이 똑같이 나누는 것에 대해 그들이 공감하겠냐”며 “삼성전자가 세계적 수준의 인재 영입을 위해 명확한 보상 등급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주’로 불릴 만큼 개인투자자 비중이 압도적인 삼성전자의 특성상,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도 노조를 향한 쓴소리가 쏟아집니다. 오픈 채팅방과 블라인드 등에서는 “영업이익 분배 요구는 자본주의에 역행하는 날강도적 행태”, “‘노조전자’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 “노조 리스크만 해소되면 주가 뛴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의 위상은 단순히 한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체급 그 자체”라며 “사원들의 권익이라는 명분이 국가 경제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면 더 이상 정당한 노동운동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성과급 파이가 커져도 다툼이 되지만, 주력 사업 부진이 이어져도 고통 분담을 두고 갈등이 발생합니다. 부채 상환용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 이후 결집한
한화솔루션(009830) 주주들은 최근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자 “회사가 고개 숙이고 내놓은 패를 보고 노조가 달려든다”, “노조 리스크가 주식 정상화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반응입니다. “왜 위기 상황에 눈치 없이 우리한테 얹혀 가려는지 모르겠다”며 회사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톡방에서 노조 관련 문건 게재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전날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포스코(005490)홀딩스 주주 톡방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주주들은 “하청 노동자 7000명 직고용을 시작으로 요구가 더 많아질 거라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질 게 뻔해 얼른 먹고 나가야 한다”, “노조가 민폐”라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습니다.
"자본시장 선진화 활동 벌일 것"
주주들이 비대해진 노조에 대해 감시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가 부양과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명분이 강해지면서 ‘주주행동주의’가 폭발적으로 힘을 얻었습니다.
주주운동본부는 향후 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민 대표는 “노조를 비판한다고 우리가 사 측과 협조적 관계는 아니다. 오히려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 등을 다루며 대립할 가능성도 높다”며 “하반기부터는 주주대표 소송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 특정 기업에 국한되지 않은 ‘국민 주주 운동’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 주주의 배당 방어 압박, 하청 노동자의 직고용 요구가 동시에 분출되며 기업은 다중 교섭의 시험대에 처했다. (이미지=챗GPT)
법조계에서는 노조의 쟁의권과 주주의 재산권이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사 측이 뚜렷한 기준 없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경우 법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현재의 실적 호조는 반도체 경기라는 외부 특수에 기인한 측면이 큰데 이를 근거로 노조의 막대한 성과급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결국 주주에게 돌아갈 몫을 떼어주는 셈이라 배임 소지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과거에는 사 측이 노조 하나만 상대하면 됐지만 이제는 깐깐해진 주주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데다 노란봉투법 통과 여파로 하청 근로자들의 요구까지 응대해야 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 더 힘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2편에서는 하청 노동자 직고용 확대로 촉발된 기존 정규직과 신규 하청 노조 간의 ‘노노 갈등’의 실태와 진퇴양난에 빠진 기업들의 딜레마를 조명합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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