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려보긴 처음"
위로와 치유·감동의 장 연출한 5·18기념식 …세월호 유가족 "37년 한 푸는 계기 되길"
입력 : 2017-05-18 17:30:18 수정 : 2017-05-18 17:31:0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금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안내가 나오자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와~" 하는 환호를 쏟아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1만여명이 손을 맞잡고 이 노래 제창을 마치자 환호는 더 커졌다.
 
18일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감격과 환호, 그리고 치유가 이루어지는 한판 씻김굿이었다. 기념식 내내 참석자들은 환호하고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쳤다. 지난 9년여 간 쌓여왔던 광주항쟁 희생자 가족들과 광주·호남 시민들의 한과 설움도 모두 한판 굿에 씻겨나간 듯했다.
 
하일라이트는 문 대통령의 기념사였다. 문 대통령은 5·18 광주항쟁의 정신과 의미, 광주와 호남민들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상처를 두루 어루만지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항쟁정신 계승 의지를 분명히 했다. 참석자들은 기념사를 들으며 수십차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감격에 겨워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렸다. TV 중계로 기념식을 봤다는 한 시민은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려 희생된 많은 젊은이들의 이름을 대통령이 직접 부를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정부 공식 기념식을 보며 이렇게 눈물을 쏟아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갈등·분열을 해소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 사회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영·호남 갈등을 넘어서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 시작 전, 기념식장에 들어서는 김부겸 의원에게 많은 시민들이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격려와 함께 악수를 청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에게도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도 기념사에서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광주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지난 대선기간 중 생긴 갈등도 치유 대상이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씨는 무대에 올라 ‘상록수’를 열창했다. 지난해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해 사람들에게 많은 성원을 받았지만 안 후보 지지 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비판을 받았던 그였다. 그랬던 그의 노래를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따라부르며 하나로 어울어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연대의식도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노란색 옷을 맞춰입고 기념식장을 찾았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60여명은 전날 광주 망월동 5·18구묘역을 거쳐 찾은데 이어 이날도 모습을 보였다. 유 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후 “37년 간 응어리졌던 가족들의 한을 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2·28 민주운동기념사업회, 3·15의거기념사업회, 제주 4·3유족회 명의의 패찰을 단 관계자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광주 시민들의 관심도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 행사시각 30분 전 이미 기념식장은 자리가 찼으며 문 대통령이 행사장에 입장한 후에도 정문(민주의문) 쪽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지난해 기념식에는 오지 않았다는 이모(64·광주 도호동)씨는 “새벽부터 와서 자리를 잡은 사람도 있더라”며 놀라워했다.
 
주최측 추산 1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모습.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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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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