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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 관객의 마음 울릴까?
내면적 성숙을 주제로 던지는 잔잔한 감동의 메시지…내달 9일 국내 개봉
2017-04-27 14:25:32 2017-04-27 14:49:02
[뉴스토마토 신건 기자] 애니메이션 ‘목소리의 형태’는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 개봉한 ‘너의 이름은’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이다. 그러나 올해 도쿄 애니메이션 영화제 애니오브더이어 작품상 수상, 제40회 일본 아카데미 우수 애니메이션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 만큼은 ‘너의 이름은’에 뒤지지 않는다.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목소리의 형태’에 대해 “색감도 연출도 아름답다.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극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흥행 면에서도 ‘너의 이름은’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2위, 흥행수익 23억엔을 달성했기 때문에 나쁜 성적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명의 만화책이 원작인 ‘목소리의 형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녀 ‘쇼코’와 그녀를 괴롭혀왔던 소년 ‘쇼야’가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나 그려내는 감성 로맨스 애니메이션이다. 만화책은 총 7권으로 완결이 됐다. 전개에 있어서는 만화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감성은 만화책과 확연한 차이가 있기에 만화책으로 작품을 접한 사람도 다시 한번 애니메이션을 볼 것을 권한다.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 제공
 
 
우리는 아직도 어린 시절에 머물러 살고있지 않나요?
 
‘목소리의 형태’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현재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숨거나, 회피하거나, 순응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주도적으로 바꾸어 나가라는 것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등장인물들은 일련의 사건을 통해 갈등을 겪게 되고, 서로 데면데면하는 관계에서 고등학생으로 자랐다. 캐릭터들은 표면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초등학생 때 보여주었던 성향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각각의 캐릭터들이 내면적으로 성숙해가는 모습들은 어떤 일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변해봐”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 제공
 
형태가 없는 목소리는 상대를 움직이지 못한다
 
제목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았을 때는 다소 이상한 감도 없지 않다. “목소리에 형태라니…. 그런 게 있었나?”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가 상대에게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어투에 따라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이 듯, 목소리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면 캐릭터들의 말투에 조금 더 신경 써서 감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품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고멘’(ごめん, 미안해)이라는 말은 어떻게 전달되느냐에 따라 상대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도, 받아들이지 못하게도 만든다. 장난스럽게 또는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는 목소리로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감독은 목소리에 진심이라는 형태를 만들어 상대방에게 얘기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진심을 담아 낸 목소리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감독은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사진/엔케이컨텐츠, 콘텐츠게이트 제공
  
막간을 이용해 작품 속에서 기억에 남는 수화 하나를 소개한다.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든 뒤 손을 가로로 눕혀 가슴 아래쪽으로 가져다 대면 된다. ‘또 보자’라는 의미를 가진 이 수화는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닌 당신과 내가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이다. 당신을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커다란 용기와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너의 이름은’이 판타지적 요소로 감동을 주었다면, ‘목소리의 형태’는 현실적인 요소들로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오는 5월9일에 개봉하는 ‘목소리의 형태’가 ‘너의 이름은’처럼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신건 기자 hellog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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