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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김성근과 박근혜
2016-11-06 13:30:18 2016-11-06 13:30:18
한화 이글스는 최근 박종훈 전 LG트윈스 감독을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 구단 고위층이 한화 바깥에 있는 야구인들 몇 사람을 면접해 그 중 박 단장을 영입했고 한다. 이와 함께 한화 구단은 ‘현장과 프런트의 분리’를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한 스포츠 신문의 고참 야구기자는 “책임단장제, 이원집정부제의 실험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프로야구 출범 2년차 신인왕 출신인 박 단장은 선수, 코치, 프런트로 화려한 경력을 쌓았고 1군 감독 경험도 있는 인사다. 김성근과 박종훈을 구단의 투톱으로 세우겠다는 것이 한화 그룹의 의중인 셈이다.
 
1군 운영은 물론 FA영입, 부상 선수 치료 병원, 심지어 2군 벌점표 까지 구단에 관계된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던 김성근 감독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다는 뜻이다. 이대로 실행이 되면 김성근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 없는 전권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75년 인생, 60년 야구 경력을 통해 쌓아온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 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난 2014년 10월 한화 구단과 김성근 감독은 3년 간 계약금과 연봉 합계 20억원의 최고 대우로 계약을 맺었다. 김성근 감독이 ‘전권’을 요구했고 구단도 이를 수락했다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계약 직후 김 감독의 행보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청와대 특강이었다. 그 해 11월 초 김 감독은 ‘리더십의 조건, 어떤 지도자가 조직을 강하게 하는가’를 주제로 강의했다.
 
당시 김 감독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한다는 것 자체가 리더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내가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내 뒤에 사람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을 슬프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진 사람”, “동정받고 위로받는 사람이 제일 불쌍하다” 등 지금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발언들이 많았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김 감독의 강연을 듣고 “희망의 새시대를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꼭 야신 김성근 감독님 말씀대로 이겨내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로부터 만 2년이 지났다. 한화 이글스는 2015년엔 6위, 2016년엔 7위를 기록했다. 표면적 성적만 문제가 아닌 게 2년간 한화는 FA 선수 영입에 타팀을 압도하는 돈을 퍼부었지만 선수단의 평균연령도 높아졌고 혹사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최근 야구단에 보기 드문 정실 인사 논란, 선수단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렇게 되자 한화 이글스 구단 팬들은 온라인 뿐 아니라 경기장, 한화 사옥 앞에서 직접 김 감독 퇴진을 주장했다. 다른 팀 팬들은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선 어느 구단이냐를 떠나 문제 인사들이 퇴출되어야 한다면서도 김 감독 유임이 자기 팀에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마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 구단이 결정한 것이 바로 1군 페넌트레이스와 나머지 구단 운영 및 육성의 분리, 외치와 내치의 분리다. 책임단장 제도 도입인 것.
 
“구단 고위층과 불화를 겪어 여러 번 쫓겨났다”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고 있고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라는 문구를 표상으로 삼고 있는 김 감독이 이런 ‘수모’를 감수하는 것을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야구계 인사는 “김 감독이 이제 구단에 뭘 요구하거나 고집할 상황이 일단 아니다”면서 “한 시즌을 더하면 어쨌든 기회가 생긴다고 볼 것이고 또 계약기간을 채우는 것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시즌 상황이 안 좋게 되면 핑곗거리를 더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간 김 감독은 선수, 코치, 언론, 심판 등 자기를 제외한 모두에게로 성적 저하의 책임을 묻던 사람이긴 하다.
 
한화 구단은 이렇게 결정했다. 김 감독은 일단 몸을 움츠린채 와신상담하고 있고 팬들은 실망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우리 국민들도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과 계약기간을 채우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인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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