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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새누리, '여소'에 대해 생각해보길
2016-09-04 13:20:44 2016-09-04 13:20:44
난항을 겪었던 개원 협상은 전초전이었다. 추경을 둘러싼 줄다리기 역시 마찬가지였나 보다. 여소야대 국회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은 바로 지난 주 였다. 막말, 고성, 몸싸움, 항의, 점거, 보이콧 등 지난 국회에서 많이 보던 풍경들이 재연됐다.
 
이제 1라운드가 끝났을 뿐이다. 세 달 여 동안의 정기국회에 상임위, 예결특위, 본회의 등에서 유사한 장면이 또 나타날 것이다. 또한 대선이 있는 해인 내년 2017년엔 충돌의 강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17대 국회 이후 12년 만에 공수는 역전됐다.
 
다수가 된 야권도, 소수가 된 여권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특히 새누리당은 ‘여소(與小)’를 감당할 전략적, 심리적 준비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지난 주를 돌아보자. 새누리당은 먼저 소관 추경 예산안이 교문위 내에서 야당의원들에 의해서만 통과됐다는 이유로 조윤선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어느 상임위든 소관 예산에 대한 줄다리기는 일상다반사긴 하지만 예결위, 본회의에서 걸러낼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상임위원장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여당이 장관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러 언론은 “야당도 아니고 여당이 청문회를 보이콧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그리고 정세균 의장의 개원사. 이 역시 의장이 ‘사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본회의 보이콧은 의장에 대한 항의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당은 농해수위에서 열린 김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보이콧했다. 심지어 가습기 청문회까지 간사 한 사람만 보낸 채 불참했다.
 
물론 여당이 보기에도 흠결이 많은 장관 후보자를 엄호해주기 싫었을 수도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 과정의 학습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청문회에서 어떤 흠결이 드러나고 후보자가 해명을 못하든 말든, 청문 보고서가 채택 되든 말든,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현실적 부담이 덜했을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정 의장의 개원사는, 거대야당과 청와대 사이에 끼어서 옴짝달싹 못하는 여당 입장에선 울고 싶은 데 때려준 뺨 한 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강력한 전선이 만들어지자 유승민, 김무성 등 비박계 수장들도 정세균 의장 비판 대열에 합류했으니 성과를 거둔 것인가?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태 ‘봉합’ 직후 “우리의 전열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의원들의 정성은 매우 눈물겨웠다”고 자평하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우리의 지상과제인 내년 12월 목표 완성을 위해 소중하게 되찾은 우리의 힘을 부디 잘 간직하고 연마해서 이 힘을 바탕으로 국민의 뜻에 부응해 나가자”고 다짐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양상은 3가지 대목에서 참 많이 보던 그림이다.
 
△스스로 구심력을 강화할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선 외부와 대립각을 키워 정파갈등을 약화시키려 하는 것 △국민 전체와 일반 여론 보다 ‘강경 지지층’에 매달리는 것 △남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데 스스로는 ‘이겼다’고 승리적 평가를 내리는 것.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이 상황을 두고 “우리가 딱 그러다가 야당이 됐다”고 촌평하지 않았나?
 
스스로가 볼 때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새누리당이 당장 이번 주부터 어떤 기조를 채택할지 두고볼 일이다.
 
정세균 의장에 대한 윤리위 회부는 계속 밀어붙일 것인가? 예고된 정 의장의 ‘입장 표명’이 성에 안 차면 또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할 것인가? 경찰 신분의 국회의장 경호원 멱살을 잡았다가 고발당할 위기에 처한 한선교 의원은 당 차원에서 보호할 것인가? 국회 일정을 모두 보이콧하고 의장을 규탄하던 와중에도 성남공항으로 가 박 대통령을 환송했던 이정현 대표는 마중도 나갈 것인가?
 
해야 하는 것, 원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사이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여소(與小)’에 대해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길 새누리당에게 권유하고 싶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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