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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문재인, 위기 '관리'를 돌아볼 때
2016-10-23 13:32:56 2016-10-24 11:20:09
정치인들, 특히 대선 후보들에게는 스스로 자초한, 혹은 본인이 어떻게 손 쓸 수 없는 영역에서 발생한 수많은 위기들이 닥쳐오고 또 지나간다.
 
하지만 지나가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는다. 위기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은 어찌 저찌 운으로 넘길 수 있다. 상대가 다른 실수를 해서 내 위기를 덮어줄 때도 있다. 하지만 위기 관리에서 스스로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결국 그 위기는 덩치가 더 커져서 돌아오기 마련이다. 선거 기간이 아니면 당선 이후에라도 재조명된다. 물론 낙선하거나, 정계를 은퇴하면 위기요인도 생명력을 잃는다.
 
최근 한국 정치사에서도 케이스 스터디 할 사례들이 많다. 첫째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 논란이다. 이 문제는 1997년 이회창 후보의 첫 대선을 강타했다. 의혹은 쏟아졌지만 불법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2002년 선거에 ‘버젼 업’된 의혹은 또 맹위를 발휘했다. 물론 그 때도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두 번의 선거에서 캠프는 후보 가족 문제를 제대로 해결 혹은 해명하지 못했다. 돌파 대신 보호를 선택했지만 보호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최종적으로 기양건설 의혹, 김대업 의혹 등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선거에 패배한 이후였다.
 
둘째가 최근 정국의 블랙홀이나 다름없는 최순실 씨 논란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상대편인 이명박 후보 측은 최태민 목사-정윤회, 최순실 부부 문제를 박근혜 후보의 약한 고리로 삼고 맹공을 가했다. 박 후보 측도 BBK 및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문제에 화력을 집중했다. 2007년 경선에서 워낙에 많은 이야기가 나온 탓인지, 2012년 대선에선 야당은 이 문제를 불지피진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당선 후 이렇게 일이 크게 터지고 말았다.
 
첫째는 위기 ‘관리 능력’의 문제였고 둘째는 위기 ‘요인’ 자체의 문제다. 박 대통령과 캠프는 선거 기간 최순실 씨 등을 철저히 대중의 시선 밖으로 두고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위기 ‘관리’엔 성공했다. 하지만 오히려 선거가 끝나면서 관리 혹은 자제의 시한도 끝나버린 것이 일을 오늘에 이르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는 어떨까? 문 전 대표의 경우 지난 번 경선, 대선 과정에서 아들 취업 의혹이 잠깐 제기된 것을 제외하면 본인의 도덕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없다. 지난 대선과 다음 대선 사이의 기간 동안 문 전 대표가 계속 주목받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갑자기 다른 도덕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다른 위기 요인은? 아무래도 정치인 문재인의 최대 기반인 노무현 정부 때 일들이 거꾸로 위기 요인이 될 것이다. 왜냐? 지금까지 그랬으니까.
 
먼저 NLL 남북 정상 대화록 문제가 그랬다. 이 논란의 본질은 여권의 색깔론 공세가 분명하다. 여권은 ‘사초실종’이라고 공격했고 문 전 대표는 “내가 책임지고 기록원으로 이관했다”고 맞섰다. 그런데 팩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도움이 되도록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지 않고 국정원에 내려보냈던 것이다. 대화록이 사라진 적은 없다. 그런데 기록원에도 없었다.
 
성완종 리스트 파동 당시 여권의 반격에 스텝이 꼬인 것도 닮은 꼴이다. “참여정부 때도 사면 됐다”는 엉뚱한 덤터기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대답은 “사면은 법무부의 업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으로 불거진 논란. 문 전 대표의 대답은 두 가지다. “내가 제일 앞서나가니 새누리당이 색깔론을 내세운다”와 “구체적인 것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측근들의 이야기도 두 가지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정직하다는 증거다”와 “비서실장은 그 일을 잘 모른다”
 
세 가지 경우 모두 위기 요인 자체가 아니라 관리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그게 더 문제다. 관리 되지 못한 위기는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문 전 대표 측은 본격적 행보 전에, 이미 행보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지만, 위기 관리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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