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윤태곤의 분석과 전망)13일, 새누리 비주류의 해방의 날인가
2016-10-09 10:35:46 2016-10-09 10:35:46
대구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신)는 지난 7일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 보좌관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의원의 지역구 사무국장이 지난 2015년 12월 대구 한 장애인단체가 라면 100상자를 살 수 있도록 현금 105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두고 있지만, 유 의원 쪽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고 있다.
 
아주 악질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걸리면 억울한 것’ 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공직선거법이지만 이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긴 하다. 검찰은 “모 측에서 고발이 들어온 것을 엄정히 수사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출신당의 무공천으로 무투표 당선이 될 뻔하다 타당이 벼락치기 공천을 했지만 75%를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의원 쪽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당한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다.
 
이제 20대 총선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만료일인 13일까지 나흘 남았다. 중간 점검을 해보면 배우자 혹은 선거사무장까지 포함해서 기소된 의원은 20여명이다.
 
보통 이런 국면에선 눈엣가시 같은 야당 의원에 대한 정치탄압 시비가 화제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은 꽤 독특하다. 여당이 오히려 관심사다.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김종태 의원은 경북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상대로 경선 승리를 따낸 사람이다. 최근 기소된 박성중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으로 서울 서초 경선에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을 꺽은 인물이다.
 
부산 사상에 무소속으로 나가 ‘박근혜 키즈’ 손수조 후보를 물리치고 복당한 장제원 의원, 소장 비박계의 중심 중 한 사람인 황영철 의원도 눈에 띈다.
 
물론 죄질이 나빠보이는 친박계 의원들도 몇몇은 기소됐다. 그런데 예를들어 조동원 새누리당 전 홍보위원장 리베이트 사건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도마 위 생선처럼 속살이 낱낱이 드러났던, 물론 본인들은 상당 부분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13일까지 기소자 명단은 좀 더 늘어날 것이다. 감히 예측컨대, 여야 구색은 좀 맞을지 몰라도 계파 구색을 맞추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검찰이 기소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뱃지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유승민 의원의 경우 보좌관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할지라도 의원직에는 변동이 없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와서 진행된 재벌 관련 수사나 공안 사건에서 검찰은 별건 수사, 수사 브리핑, 수사 내용 흘리기, 기소로 말했을 뿐이다. 유무죄는 신경도 안 쓰는 분위기지 않나?.
 
이번 기소도 그렇다. ‘위 쪽’ 입장에서 보면 기소한 의원들 뱃지를 떨굴 수 있으면 떨굴 수 있어서 좋고, 아니래도 상관없다. 기소를 해놓으면 의원이 법원에 불려다닐 일이 많아질테고 정부나 청와대 앞에서 자기 검열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검찰이 “월급 받고 놀면 뭐하냐”는 마음으로 항소, 항고라도 하면 송사는 길어질 것이고 당사자들 피는 바짝 바짝 마를 것이다.
 
그리고 유승민 의원 같은 사람 이름 앞에도 “아내가 직접 현금을 돌린 OOO 의원,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표한 XXX 의원 등과 마찬가지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이라는 긴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
 
뿐인가? 조응천 의원 추석 선물 시비 때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법 등으로 기소가 된 의원들에겐 선물을 보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명절에 청와대 선물도 못 받게 됐다. 이러다보니 최소 여권에선 우병우 수석에 대한 이야긴 요즘엔 쑥 들어갔다.
 
그런데 말이다. 13일 이후엔 ‘그들’이 무슨 무기를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 상당수가 “네 입에 채워놓은 지퍼는 13일 날 열린다”면서 “기소가 안 되면 자유인이고, 기소 되면 이판사판이다”고 다니길래 하는 말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