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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형마트 '갑질'에 '솜방망이 처벌'
부당이득 317억에 과징금 20억 처분…채이배 "패소 우려해 느슨한 법 적용"
2016-10-19 16:48:00 2016-10-19 16:48:00
[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대형마트의 ‘갑질’로부터 납품업체 보호에 나서야 될 공정위원회의 조치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317억원 상당의 부당이익과 3만개의 부당반품, 납품업체 직원 1000여명을 불법동원했음에도 이에 대한 과징금은 20억원에 불과했다. 공정위에서 보다 실효성있는 과징금 부과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19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대형마트 3사 과징금 처분 의결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과 7월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159억원의 인건비를 납품업체에게 부당하게 전가했음에도 5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처분받았다. 이마트는 49개 납품업체 3만1715개 제품을 정당한 이유없이 반품하고 납품업체 직원 181명을 부당하게 동원했지만 과징금은 9억원에 불과했다. 롯데마트도 115억원 상당의 제품을 부당반품하고 납품업체 직원 855명을 부당하게 사용, 43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납품업체에게 상납 받았지만 공정위의 과징금은 7억6000만원 정도에 그쳤다.
 
이와 같이 공정위의 과징금이 감경된 이유는 유통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허술하게 제정했고, 법 또한 소극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었음에도 처벌을 할 근거를 공정위 스스로 유명무실화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에는 ‘위반행위를 한 기간 동안 구매한 관련 상품의 매입액’이 과징금 부과의 산출 기준이 된다. 하지만 상품 매입 시기와 위반 행위 시기가 차이나면 관련 상품 매입액 산정이 불가해 과징금 계산이 안 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을 7~8월에 매입한 후 이를 9~10월에 부당하게 반품하면 법 위반 시기는 9~10월이 된다. 이 기간에 상품 매입이 없으면 과징금 산출이 불가능하다.
 
또한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에도 종업원 부당사용과 납품업체제품의 매입 간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기 때문에 역시 과징금 계산이 안 된다. 결국 이런 경우 5억원 이하의 정액 과징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채 의원의 지적이다.
 
법 집행과정에서 본사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현장조사가 아닌 대부분 서면조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납품업체 종업원 부당사용이 현재까지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공정위는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마트 직원이 업무용 노트북을 은닉하거나, 웹하드 기록을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공정위는 10%의 가산율을 부과하는데 그쳤다.
 
공정위가 법원 패소 등을 우려해 법규를 느슨하게 적용한 점이 과징금 감경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마트의 경우, 납품업체에게 43억원에 이르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수취했음에도 공정위 조사 전후에 스스로 시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지 않았다.
 
채이배 의원은 “공정위는 경제 분야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준입법권, 준사법권, 행정권을 사실상 독점한 거의 유일한 부처”라며 “현장에서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온갖 갑질로 납품업체와 직원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공정위의 엉성한 시행령 및 고시의 제정,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법 집행, 과도한 과징금 감경 및 느슨한 법 적용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공정위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의 지적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일정 권한을 지자체와 공유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과징금 처분 직후에도 법 위반 행위가 줄어들기는커녕 사업자들이 여전히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현실에 대해 시정조치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지난 17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보다 실효성있는 과징금 부과체계를 마련해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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