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채권형펀드 설정액이 3년새 두 배로 늘었다. 저성장 국면 속 저금리가 장기화했고 향후 기준금리 추가 하락에 따른 강세 기대감이 계속 이어진 결과다. 주요 채권형펀드는 1년 사이 수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채권형펀드는 더 이상 불확실 속 안전자산으로의 도피처가 아니라 저금리에 고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107조6566억원으로 지난 2013년 같은 날(53조8062억원)보다 1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부터 3년간 46조~53조원 구간을 벗어나지 못했던 채권형펀드 규모는 지난해 8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1년 사이 24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채권형펀드가 보인 그간의 양호한 성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1년간 국내 채권형펀드는 채권금리 하락의 효과로 3.05%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반대로 2.3%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역의 관계로 금리가 하락할수록 채권형펀드의 자본차익은 커진다. 기준금리가 25bp(1bp=0.01%p) 인하됐던 지난 6월의 경우 채권형펀드 수익률이 0.7% 올랐다.
금리하락으로 인한 채권가격 상승률은 채권마다 다르지만 지표물인 3년물 채권을 기준으로 두고 계산했을 때 채권금리 1%p가 하락하면 채권값은 대략 3% 오른다. 지금과 같은 금리 하락기에 수정 듀레이션이 긴 펀드 성과가 양호한 것도 그런 이유다. 수정 듀레이션은 금리가 1%p 움직일 때의 채권가격 변화율이다.
계속되는 채권시장 강세(금리인하)로 채권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일부 채권형펀드는 두자릿수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1000억원 이상 펀드 가운데 수정 듀레이션이 8.2년으로 가장 긴 NH아문디 올셋 국채10년인덱스펀드는 1년 수익률 11.2%로 짭짤한 성과를 내 주목된다. 이어 6.8년 수정 듀레이션인 삼성ABF 코리아인덱스펀드가 8.7%의 수익을 거뒀고 한국투자퇴직연금펀드(5.5년), 트러스톤중장기펀드(5.2년)가 각각 6.4%, 6.1% 올랐다. 반대로 수정 듀레이션(0.2년)이 가장 짧은 미래에셋 TIGER 유동자금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은 1.44%로 수익률 하위권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오는 9~10월 중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대내외 여건상 채권시장 강세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잠복한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개별소비세 인하 시점 종료와 추가경정예산 집행 지연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경기 하방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란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전문가들은 다만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금리형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진 주식에 대한 분산투자가 바람직할 것이란 평가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투자는 상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최근 금리하락으로 채권보다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연 6~7% 가량의 수익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분산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형 펀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