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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아래 해방촌 ‘신흥시장’···‘예술시장’으로 새단장
주민협의체가 사업 선정…서울시, 내년 초까지 10억 투입
2016-07-25 17:11:23 2016-07-25 17:11:23
[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신흥시장이 50여 년 만에 ‘예술시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서울시는 25일 기존 해방촌 지역산업인 니트(편직) 사업을 재조명해 젊은 예술가들을 유입하는 한편 오래된 시장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흥시장은 남산 아래 첫 번째 마을인 해방촌 내 지역시장으로, 지난 1969년 12월 처음 만들어졌다. 1970~80년대에는 니트사업으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점차 낙후된 주변 환경으로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시는 용산 2가 해방촌(3만2000㎢)을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중 한 곳으로 선정한 상태다. 특히, 신흥시장 활성화 사업은 지역주민 575명으로 구성된 ‘해방촌 도시재생 주민협의체’가 주축이 돼 선정한 핵심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다. 이밖에 주민협의체는 공방·니트산업 특성화 지원과 해방촌 테마가로 조성,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녹색마을 만들기 지원, 주민역량 강화 지원 등 총 8가지 중요 핵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시는 신흥시장 환경 개선을 위해 내년 초까지 1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어두운 시장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지적받아온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낼 계획이다. 도로포장과 배수시설 정비, 이벤트·휴식공간 마련, 시각적 간판·조명 설치 등도 추진한다.
 
아울러 신흥시장 내 빈 점포를 예술공방, 청년 창업공간 등으로 조성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소수 업체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니트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시장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주고, 이들이 재능기부 등을 통해 시장 활성화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시는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비를 최대 3000만원 까지 지원하는 대신 5년 이상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서울형 장기안심상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세입자들이 상권을 활성화시켜놓고 내쫓기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10억원을 투입해 해방촌 도시재생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흥시장을 새로운 예술시장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진/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해방촌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대한 주민들 의견을 듣기 위해 오전부터 해방촌 일대 현장을 방문했다. 박 시장은 주민들을 만나기 전 순서로 서울시·용산구·동국대학교·주민협의체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대학 역량은 뛰어난데 캠퍼스 안에만 머무는 경우가 있다”며 “대학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신흥시장 살리기 주민발언대'에 참석했다. 주민발언대에는 상인과 주민 공동체 조직, 예술인 등이 참가했다. 설치미술 작가로 활동 중인 이언정 씨는 발언대에서 “작업실이 없어 힘들게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이 많다”며 “이들을 위한 작업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언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성공회대 대학원 신현준 국제문화연구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도시재생 정책이 시행되면 관련 부동산이 들썩인다"며 "도시재생정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설치미술가 이현수씨 역시 "자본의 논리를 적용받아 소수를 위한 도시재생정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신흥시장 내에서 액세서리 작업실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지난해 7월부터 해방촌 일대에서 빈 점포를 알아봤는데 올해 초 계약 시점에 와서는 알아봤던 월 임대료보다 5만원가량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또 다른 매장을 운영 중인 황모씨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매장을 찾아와 다짜고짜 매장 임대료를 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해방촌 도시재생계획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동국대 한광야 건축공학부 교수는 "매물로 나온 빈 점포를 시 예산으로 매입해 활용하려고 해도 막상 매입의사를 내비치면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박 시장은 "개인재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공동의 재산을 투입할 순 없다"며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건물주분들이 임대료를 안올리겠다는 약속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신촌이나 성수동 일대 지역주민분들도 시와 상생협약을 맺고 임대료를 안올리기로 약속했고, 시도 그것을 믿고 투자를 했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신흥시장 내 ‘24-7 양초’ 매장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첫 번째)이 양초를 들고 매장 황혜연·황준환 대표(왼쪽부터 두 번째 세 번째)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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