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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란은 전 세계에서 얼마 안 남은 기회의 땅"
"엄청난 잠재력 불구 경제제재 7년간 낙후 개발수요 많아"
"정유·건설·전자 등 블루오션…중소기업에도 전망 밝아"
2016-07-18 06:00:00 2016-07-18 0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란에 가실 때에는 유로화를 현찰로 가져가시고, 이렇다 할 호텔이 없으니 현지 교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이란을 다녀오시면 미국으로 입국할 때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이란을 다녀온 여행자의 말이 아니다. 국내 최고 이란법 전문가로 꼽히는 법무법인(유) 율촌 신동찬(45·사법연수원 26기) 변호사의 현실적 조언이다. 이란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인들을 위한 팁으로, 이란에 대한 세세한 이해가 돋보인다. 그는 이란 진출을 고려한다면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신 변호사는 2010년 대 이란 경제제재 발효시부터 이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을 근접 지원했다. 로펌 차원의 권유도 있었지만 국제투자, 통상 전문가인 그로서는 이란은 우리 기업과 법률가들이 개척해야 할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의 땅이었다. 중동에 나가 있는 외국로펌에 파견 가 3년여 동안 근무했고, 이란 본토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현지 로펌과의 베스트 프랜드십도 이끌어냈다. 그와 여러 변호사의 노력으로 율촌은 지난 14일 ‘이란법센터’를 개소했다. 학계와 실무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로펌으로만 따지면 전 세계로펌 중에서도 유일하다. 신 변호사를 만나 경제제재가 풀리면서 더욱 가치가 높아진 ‘기회의 땅’ 이란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법무법인(유) 올촌의 신동찬(45·사법연수원 26기) 변호사. 그는 국내 몇 안 되는 이란법 전문가 중 한명이다. 사진/최기철 기자
 
왜 이란인가.
 
1970년대의 우리나라 중동건설 붐의 중심지가 바로 이란이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밀접한 국가다. 인구만 해도 8000만명이다. 경쟁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700만명으로,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면적은 우리나라의 7.5배이다. 원유 매장량은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이다. 그만큼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이란은 팔레비왕 시절인 1973년부터 핵무기 개발 의심을 받아왔는데 UN은 2016년 12월 이란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란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고 결국 2015년 7월14일 핵협상이 타결됐다. 지난 1월16일에는 미국과 EU, UN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에 부과해온 원유무역과 금융거래 제한 등 제재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물론이고 장기적 불황을 맞고 있는 세계경제에 돌파구가 열린 셈이다.
 
이란법센터의 목적은 무엇인가.
 
율촌은 2010년 9월 우리나라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란에 진출해 있던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위험에 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초기에는 미국 로펌에 있는 이란 전문변호사들을 많이 초빙해서 도움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제재안에 대해서는 율촌 자체적으로 연구했다. 그 시기가 경제제재 직전인 2010년 7~8월이다. 8월 말에는 율촌이 해외건설협회에서 주최하는 이란세미나에 참여해서 대응 방법 안내와 법률자문을 처음 제공했다. 이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꾸준히 정보와 자료를 업데이트해 지금까지 이란과 이란법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왔다. 이란은 중동 국가인데다가 여러 국제이슈와 맞물려 있다. 종교적인 면도 복잡하다. 때문에 이란을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를 성공적으로 하려면 법 이외에 주변 정보에도 밝아야 한다. 이란법센터에 법률가는 물론 여러 학자들과 외교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요컨대 이란법센터는 이란과 관련한 토탈 서비스를 하기 위한 종합 연구기관이다.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경제, 정치 부분까지 자문할 수 있다. 이란법센터 규모만큼 전문적으로 이란을 연구하는 집단은 국내 최초이다. 로펌으로만 따져보면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동에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영국로펌들도 팀단위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란 관련 인프라는 얼마나 확보했나
 
율촌에서 이란 관련 연구를 시작하기 시작하면서 제가 2012년4~2014년 3월말까지 UAE의 아부다비에 있는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영국로펌)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이란에는 경제제재 때문에 직접 들어가기 힘들었다. 그후 1년 더 연장해서 2013년 4월부터 작년 3월말까지는 UAE 두바이에 있는 트라우얼스 앤 햄린스(영국 로펌)에서, 여기는 중동에 특화된 영국로펌이다. 도합 3년을 중동에서 근무했다. 이란 현지에도 '아티어소시에이트' 이란 중견로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세미나를 열고 있다. 제재 초기부터 연구해왔기 때문에 이란과 우리 정부가 주최하는 각종 정책회의에 참여하고 상호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을 근접지원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중동순방 때 사절단으로 제가 참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로펌 중에서는 유일하다. 이런 인프라를 통해 현재 이란에 진출해있는 포스코대우와 대림산업, SK네트웍스, 현대건설, 포스코, 현대상선, GS글로벌 등 10여개 기업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이란은 국제 파트너로서 어떤가치가 있나.
 
원유 수입 등과 관련해서 한나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중동국가 뿐만 아니라 이란과도 교역할 필요가 있다.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특히 이란은 7년간 경제제재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보조를 맞추려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 정유와 건설, 자동차, IT산업 등 전 분야에 걸쳐서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때문에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이미 이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란이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휴대전화만 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란 국내 1~2위를 다투고 있다. 테헤란에 돌아다니는 차량도 석대 중 한 대가 우리나라 차량이다. 여기에 미국은 아직까지 들어올 수 없다. 이번에 풀린 제재는 2차제재이다. 즉,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제재만 풀린 것이다. 1차제재는 유지 중이기 때문에 보잉이나 애플 등 일부기업을 제외한 미국내 기업들은 진입을 못한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올라설 때까지 우리나라와 기업이 근접 지원해서 도와준다면 장기적으로 상당한 경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러나 무력분쟁 등의 위험은 없나.
 
IS 등 테러는 이라크나 시리아를 중심으로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이란은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강대국이다. 제가 3번 정도 이란으로 출장을 가서 머문 적도 있었는데 치안도 매우 안전하다. 주변국가와는 비교가 안 된다.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는 등 이스라엘과 더불어 중동 국가 중에서는 민주주의가 비교적 잘 정착한 나라이다. 이란은 이슬람 신정국가로, 율법인 샤리아가 기능하는 면도 있지만 대륙법도 상당부분 기능하고 있고, 상업적 투자나 교역 등은 근대법을 따르고 있다. 국제교역에는 큰 문제가 없다.
 
법무법인(유) 율촌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에 있는 상공회의소에서 이란법센터 개소식을 열고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태형 율촌 고문, 권태균 율촌 고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권형 박사, 서울대학교 김호동 교수, 윤세리 율촌 변호사, Hassan Taherian 이란 대사, 서울대학교 안덕근 교수, 신동찬 율촌 변호사. 사진/율촌
 
이란을 둘러싼 선진국들 동향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로 크게 나눠서 봐야 한다. 미국은 1, 2차제재가 모두 살아 있다. 인권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1차제재는 이란과 교역하는 미국 자국 기업에 대한 제재이고, 이번에 해제된 2차제재는 이란과 교역하는 외국기업들이 미국과 교역할 때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모순되기는 하지만 1차제재가 살아있기 때문에 미국 기업은 이란과 교역 못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교역이 가능하다. 때문에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은 이란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미국이 배제된 상황이라 강력한 경쟁국가가 없는 셈이다. 다만 보잉사와 애플사는 이란과 교역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보잉사가 부품을 판매하지 않다보니까 이란항공 여객기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애플도 SNS활성화로 이란 내 민주주의를 활성화 시킨다는 전략으로 제재를 풀어줬다. 유럽은 금융분야는 스스로 교역을 피하고 있다. 금융기관 자체 성격이 보수적이기도 하지만 과거 제재를 크게 받은 적이 있어 아직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다만, 제조업체들은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국제 법률시장 동향은 어떤가.
 
영국에서 로펌이 많이 나가 있지만 이란 본토 보다는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 주변 국가 주요도시에 포진해있다. 사실상 제재 전후 국제적으로 이란에 대한 중요성을 법률가들이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유럽 로펌들이 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1차제재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리는 EU보다 경제제재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때문에 율촌 같은 경우에는 이란 국내법에 대해서 영국로펌 보다 더 깊이 연구해왔다. 제재 막판에는 이란 현지 로펌과도 교류와 협업을 시작했다. 
 
이란 전문가는 얼마나 확보하고 있나. 
 
국내에 이란변호사(이란법자문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율촌에는 윤세리(63·연수원 10기) 대표변호사와 저, 이주희 변호사(38·연수원 38기) 변호사 등이 있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시절 터키 이스탄불 페킨 앤드 페킨(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전문가 중에는 외교부 정책기획국장과 안보정책 심의관을 역임한 이호진 고문(전 핀란드 대사)과 주 아랍에미리트 대사를 지낸 권태균 고문(해외인프라개발협회 이사장)이 있다. 이 외에 이란법센터에는 14세기 이란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이 집필한 인류 최초의 세계사 <집사(集史)>를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한 김호동 교수(서울대 동양사학과), 국제 무역 정책과 통상 협상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의 안덕근 교수, 이란 테헤란 국립대 정치학 박사 출신인 한국외대 유달승 교수(이란어과 학과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권형 박사(아중동팀장)가 외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란어를 전공한 패러리걸을 한명 최근 채용했으며, 중동권 언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이란에 현지 지사를 낼 수 있게끔 준비 중이다. 
 
이란법센터는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가. 
 
남아 있는 이란 경제제재 상황과 대처법. 금융결재에 대한 애로사항 해결, 이란 현지 로펌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통한 투자자문 등이다. 리스크에 대한 조기 발견과 대응도 강점이다. 또 우리 정부 담당 부처나 이란정부 관계부처와도 협력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란 진출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이란이 핵합의를 어길 경우 발동되는 것이 바로 '스냅백(snapback)'이다. 지난해 7월 이란이 UN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과 독일이 함께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포함시킨 조항이다. 스냅백이 발효되면 그 시점까지 이란에서 진행되던 외국의 건설이나 무역 등은 그 이후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이란에 호텔을 짓기로 계약하고 80% 이상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스냅백이 발효되면 바로 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이란 자체로서도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스냅백 조항이 오히려 이란으로 하여금 핵합의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다만 기업 등이 이란과 교역하거나 계약할 때 계약서에 스냅백 상황을 반영한 특혜규정 등을 반드시 둬야 한다. 그 외에 이란 상황은 다소 유동적인 면을 고려해서 경제 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와 문화 등 여러 사정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이란 진출을 고민하는 기업에게 도움되는 팁은 뭐가 있을까.
 
이란에 직접 가볼 것을 권한다. 현지에서 직접 느껴보고 사업기회도 따져보고 현지반응도 살펴보고하는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 다만, 이란을 한번 가면 미국의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는다. IS 테러 때문에 이라크나 시리아쪽에 다녀온 사람은 비자면제프로그램이 적용 안 된다. 이란 핵합의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공화당에서 드라이브를 걸어서 이란도 여기에 포함됐다. 아직도 이란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제재 영향이 있는 셈이다. 그런 면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화폐는 유로화를 가져가서 환전해서 쓰면 된다. 미국 달러도 사용이 가능하긴 하다. 숙소는 이란 로컬호텔이나 한국 교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 된다. 당장, 이런 분야부터 우리 기업이 진출할 필요성이 있다.  
 
율촌이 지난 14일 이란법센터를 개소한 뒤 '이란의 경제현황과 우리기업의 진출전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사진/율촌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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