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황영기 "CDO, CDS 투자 몰랐다"
여야, 팽팽한 책임공방
입력 : 2009-10-23 15:25:32 수정 : 2009-10-23 18:08:19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23일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금융당국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놓고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감사에서는 투자손실 문제를 놓고 '금융당국 책임론'과 '황영기 책임론'이 팽팽히 맞섰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황 전 회장은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 황영기 "CDO, CDS 투자사실 몰랐다"
 
황 회장은 이날 "우리은행장을 지낼 당시 미국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고 투자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과 이 내용을 협의하거나 묵인을 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발언은 황 전 회장이 파생상품 투자를 지시했고, 투자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자신에게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내린 금융당국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황 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며 황 전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당시 조영제 금감원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황 전 회장)본인은 투자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우리가 확보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었다.
 
아울러 황 전 회장은 "2007년 하반기까지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고 감독당국도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투자가 문제가 된 시점이) 퇴임한 뒤여서 조치할 상황이 아니었고 예금보험공사와 금융당국도 지난해 초까지 액션을 취하기 어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책임론' 봇물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됐다. 황 전 회장이 잘못된 투자를 할 때 금융당국과 예보 등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며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CDO, CDS 평가손실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게 2007년 3월이고 종합검사를 실시한 것은 같은 해 5월인데 뒤늦게 황 전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며 "손실에 대한 책임이 지적되자 잘못을 덮어씌웠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황 전 회장에게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예금보험공사, 금융위, 금감원 중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타당하냐"며 "2006년 초부터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라고 독려한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의 입장에 맞춰 투자한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2007년 금감원이 감사를 할 때 (파생상품 투자를) 중점 감사사항으로 본 것 같지 않다"며 "일부 파생상품 관련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심층적인 감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금융당국 책임론'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 황 전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진 위원장은 "감독은 사후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완벽하게 대응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 "본인 책임 크다"..황영기, 법정소송 가능성 시사
 
일부 의원들은 황 전 회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당시 우리은행의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당시 황 전 회장이 외형 확대에 사활을 걸고 간부들에게 파생상품 투자를 독려했다"며 "CDO, CDS는 거래구조가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고려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황 전 회장은 내부적으로 사전심의절차를 폐지했고 금감원과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리스크 관리 지적을 무시했다"고 강조했다.
 
황 전 회장의 '화려한' 경력도 구설수에 올랐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 퇴임 이후 메릴린치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을 지적하며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우리은행은 메릴린치에 2억 달러 가량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 때문에 큰 손실을 본 메릴린치에서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전 회장은 "이번 징계를 놓고 법정다툼을 할 의사가 있으냐"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국감 이후 '황영기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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