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부터 20대 국회가 시작된다. 뒤집어 말하면, 4·13 총선 이후 새 국회 개원 때까지 한 달 반의 시간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 전문가들, 각 당의 정치인들까지도 이 기간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총선 민심을 헤아리고 그에 맞춰 각각 조직과 태도를 가다듬어 여소야대 3당 체제에 걸맞은 협치를 준비하는 시기로 말이다.
그렇게 시작하는가 했다. 야당들은 “우리가 잘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님을 잘 안다. 이제는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권 교체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와 여당을 몰아붙이지 않으려 애를 썼고, 그러다보니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을 정도다.
여당 역시 총선 바로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계파를 막론하고 “할 말이 없다. 더 이상은 논란도 필요 없다. 즉각적으로 무소속 당선자들을 복당시키고 혁신에 돌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다. “국회 상임위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리지 않는다.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은 ‘가급적’ 법적 시한을 맞춘다”는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하나마나한 합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결국 빈손으로 20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진짜 개원은 언제 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긴 하다. 하지만 잘잘못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다수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다수당다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가능하겠다. 특히 5·18과 5·23(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을 관통하는 국면에서 ‘부자 몸 사리기’식 행보로 일관한 점이 아쉽다. 제3당으로 약진했고 의석수 이상의 정당투표율을 얻었을 뿐 아니라 의석수 이상의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구가하고 있는 국민의당. 과소대표되고 있는 당인데도 불구하고 과잉대표 되고 있는 당처럼 굼뜨다.
그래도 야당은 이 정도 외엔 별로 더 비판할 지점이 안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지난 한달 반 동안 야당을 못 살게 군 것은 별로 없다. 그럴 능력이나 의지도 없었으니까. 원내대표를 뽑았고, 우여곡절 끝에 혁신비대위원장 한명을 뽑아놓았다. 그게 다다. 총선 다음 날 뜻을 모았던 복당 문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임 원내대표가 보훈처장을 만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에 대한 결기를 보였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비대위 구성이고 혁신위 구성이고 아무것도 못했다.
한 마디로 무능하다. 그렇다고 ‘주체적이고 선도적으로’ 민심을 거스르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볼 여지는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바로 여기가 문제다. 대통령은 언론사 보도·편집국장을 만나 “민심이 국회를 심판했다”는 예의 ‘유체이탈’ 화법을 재연했다. 비대위·혁신위 역시 청와대와 ‘이심전심’인 친박이 “우리 아직 살아있다”며 실력을 발휘해 무너뜨렸다. 여당만 쥐 잡듯 잡은 것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3당 원내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 뜻을 피력했다가 보훈처장을 내세워 민심을 자극했다. 청문회를 좀 더 쉽게 열 수 있는 국회법이 법사위에서 논의될 때는 한 마디도 안 하더니 통과된 이후엔 아프리카에서 전자결재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일 수 있다. 그런데 국회 재의는 원천불가하다는 꼼수까지 쓰고 있다. ‘중지’를 모아 선임된 혁신비대위원장은 “20대 국회의 첫 과제는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 ‘개혁’ 4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이라는 일성을 쏟아냈다.
아무리 봐도 “이제 좀 ‘정쟁’을 하자. 이완된 우리 지지층 결집해야겠다”는 의도 말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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