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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전쟁에 북미수주시장도 '위태'
저유가 현상 지속…북미 셰일가스 업체 도산 우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아시아 시장도 위축
2016-01-17 11:00:00 2016-01-17 11:01:02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새해 들어 국제유가 하락폭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도 저유가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 이어 신시장으로 꼽혔던 북미시장까지 침체될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지난해 중동국가를 대신해 해외수주고를 지켜줬던 아시아 시장도 중국발 쇼크로 흔들거리는 모습이어서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수주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유는 배럴당 20달러 대로 떨어졌다. 브렌트유의 배럴당 가격이 20달러 대로 내려간 것은 2004년 4월 이후 처음이다. 30달러는 산유국들이 생산마진을 남기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원유수출이 차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각종 복지혜택을 축소하고 기존 인프라 투자도 철회하는 이유다.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올해 예산을 10% 이상 줄이기로 했고,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채권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산유국과 미국의 주도권 경쟁이 불러온 현상이다. 중동 등 산유국들과 미국이 국제유가 패권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는 탓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지역 국가들의 발주량이 급감했지만 올해는 북미,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 물량 감소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셰일가스 개발이 붐을 이루면서 석유화학플랜트를 비롯해 노후화된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건설사들의 지난해 미국 수주물량은 17억7199만달러로 2014년 3억2851만달러 대비 5배가 넘게 급증했다.
 
반면, OPEC 국가들은 2014년 365억3144만달러에서 지난해 188억1615만달러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하지만 산유국들과 미국의 주도권 싸움이 격화되면서 건설발주 물량을 주도했던 셰일가스 기업들이 도산위기에 처했다. 셰일가스 생산기업들은 그동안 기술개발을 통해 산유국들과 유가경쟁을 벌여왔는데 초저유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하고 부도위기에 몰린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보도에 따르면 유가가 하락세에 진입한 이후 지금까지 30여개 에너지 기업들이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이들 부채만 130억달러에 이른다. 초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석유·가스 생산업체 가운데 최대 3분의1이 파산에 몰리거나 구조조정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금리 인상과 중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국가를 대신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고를 지켜줬던 아시아 시장마저 위축될 경우 건설업계의 불안감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해외수주물량이 전년 대비 30% 가량 감소한 가운데서도 아시아 지역은 유일하게 증가세를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아, 북미 등에서 수주가 늘면서 중동 지역 부진을 일부나마 만회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미국금리 인상에 중국발 증시 쇼크까지 겹치면서 해외수주 감소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는 유가하락과 해외수주 증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계 원유 매장량에서 9.3%, 원유 생산량에서 4%를 차지하는 '원유 대국' 이란이 본격적인 원유수출 대열에 합류할 경우 국제 유가 하락세는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의 경제제재로 경제발전이 지연됐던 이란으로서는 재정확대를 위해 원유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원유 수출로 재정이 확보될 경우 업계에서는 총 160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건설·플랜트 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2009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5대 해외건설시장 중 하나였다.
 
중동 등 산유국과 미국이 국제 유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아시아 시장도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수주 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필리핀 바탄주 리마이 지역에 위치한 대림산업 페트론 정유공장 2단계(RMP-2) 프로젝트 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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