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정규직은 언감생심" 청년 연구원 '불안한 나날'
국책연구기관 20대 정규직 줄여…3년간 채용서 비정규직 87.9%
2015-10-05 16:34:04 2015-10-05 16:34:04
국책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청년 연구원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규직 문턱은 갈수록 좁아지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한 자릿수에 그치면서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 모임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20대 직원 919명 가운데 89.2%인 820명이 비정규직이었다. 반면 30대 직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51%, 40대는 11.4%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비정규직이 적었다.
 
국책 연구기관들은 정규직을 늘린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만 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있다. 2013년 104명이었던 20대 정규직은 올해 99명으로 두 자릿수가 됐다. 30대 102명, 40대 65명, 50대 31명씩 정규직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20대가 대부분인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힘들다. 같은 당 이상직 의원은 이날 "최근 3년간 국책 연구기관들이 신규 채용한 직원 6473명 가운데 인턴을 포함한 비정규직이 5669명(87.9%)에 이른다"며 "이들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은 고작 318명(5.6%)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어긋나는 움직임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출연연구기관 연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들 연구기관은 비정규직 비율을 2017년까지 20~3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하지만 2013년 39.94%였던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39.04%를 기록하고 있다.
 
청년이 대부분인 비정규직 연구원들은 연봉도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새누리당 유의동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책 연구기관 비정규직 연봉은 3477만원으로 정규직(6267만원)에 한참이나 못 미쳤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이직률은 34.2%로 정규직(5.5%)보다 6배나 높았다. 유 의원은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해마다 수백 명씩 이직하면서 연구가 중도에 멈추거나 질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실적만 앞세우는 청년인턴제가 젊은 연구원들의 설움을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박병석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책 연구기관들은 지난해부터 청년인턴 기간을 11개월에서 5개월로 줄였다. 실업급여와 경력 인정을 받을 수 있는 6개월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간이다. 박 의원은 "청년을 많이 고용했다는 실적을 올리려고 기간을 단축한 것"이라며 "청년고용을 늘리고 우수 인력을 키운다는 취지에 어긋나고 인턴이 잡무만 담당하면서 잦은 퇴사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안세영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출연 연구기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