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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1조원 넘는 스포츠산업 성장…"상품 품질향상·구장 환경개선에 더욱 주력"
"프로야구는 하루 5억원짜리 공연입니다. 더욱 많은 관심 얻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5-09-13 20:00:00 2015-09-13 20:00:00
지난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가 어느새 34시즌째다. 프로야구는 창설 이래 수년 동안 국내 프로스포츠 중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프로야구는 전환점에 있다. 20년이 넘게 8개 구단 체제였던 리그가 NC와 KT의 참여로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됐고, 선진 야구 인프라가 조금씩 구축되기 시작했다. '심판 합의 판정' 등 새 제도가 시행 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재벌그룹을 물주로 삼아 창설됐던 프로야구가 재벌그룹의 펫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산업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팀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프로야구의 태동기부터 함께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1988년 KBO 입사를 시작으로 27년간 한국 프로야구와 함께 인생을 살아왔으니, '한국 프로야구의 산 증인'이라 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 격동의 한국 프로야구를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다. 양 총장을 만나 프로야구 산업화와 인프라 구축 그리고 시스템 정비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 사진 이준혁 기자
 
-KBO리그가 지난 29일 5년 연속 관중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번 시즌 초반은 괜찮았는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관련 사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날씨가 차차 더워질 무렵 순위 싸움도 점점 치열해졌다. 덕분에 관심이 늘며 5년연속 관중 600만명 돌파를 이뤘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관중수 750만명 달성이 예상된다. 메르스가 아니었다면 올해 관중 800만명 달성 등을 논했을텐데 아쉽다.
  
-예년에는 없던 올해 관중증가 유인 요소가 있나.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이 주효했다고 본다. 이에 따른 비난도 있을 수 있긴 하지만, 프로야구는 흥행이 최우선이다. 와일드카드 제도가 없었더라면 이미 4위 미만 팀들에게는 순위가 무의미해서 흥행에 차질이 생겼을 것이다.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이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애초에 1.5경기 차이일 경우만 와일드카드 제도를 행하기로 하고 발표했다. 그런데 1.5경기 차이란 조건이 달리면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없는 팀은) 시즌 막판에는 내년 시즌을 대비해 리빌딩하는 시간을 취하게 된다.
  
그런데 개별 팀들의 이런 조치가 (다른 팀을) 밀어주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고 논란이 될 여지도 있다. 그래서 그 조건을 없애 이사회에 다시 올렸다. KBO 입장에서는 (제도를 시행 도중에 일부 수정하는 점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깊이 생각 못했다'고 시인하고 제도를 수정했다. 
 
요새 (불법)스포츠토토나 부정 행위 등이 위험하다. 그래서 잘못 휩쓸릴 수도 있고 괜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밀어주기 등의 좋지 않은 모양새가 형성되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것이 훨씬 낫다 생각했다. 
 
-'국민 스포츠'라고 불리울 정도로 프로야구가 많이 성장했다. 그 계기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대 원동력은 단연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이다. 베이징 올림픽 및 두 차례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야구는 좋은 성적을 냈다. 전국적으로 중계가 많이 됐는데 그간 야구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나 여성들이 야구에 빠져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KBO가 전국 모든 구장에서의 중계를 실현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오후 6시30분 TV(텔레비전)을 켜면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2009년부터다. 사실 전 구장 중계는 얼마 안 된 근래 일이다.
  
더불어 KBO와 구단이 일찌감치 인프라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여성관객들을 위한 화장실 문화 개선이라든지 점차 문화를 바꿔나가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종목별 스포츠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4대 프로 스포츠 중에서 스포츠 관전 1회당 소비 지출에 야구가 최고(4만5050원)로 나타났다. KBO도 많은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본다.
 
KBO가 노력한 것이라기보다 구단의 노력이 더욱 많았다. 극장에 가면 팝콘과 콜라 등을 소비하는 것처럼 야구장에 가면 치맥(치킨+맥주)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또 관객층이 꽤 젊어져 소비가 늘었다. 젊은 관객은 원하는 것은 구매하려고 하고 물품은 모으곤 한다. 그래서 1인당 소비가 늘지 않았나 본다. 전에는 야구를 보고 응원만 했다면, 지금은 먹고 마시고 좋아하는 선수의 관련 상품을 구입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그렇게 문화가 바뀌는 과정에서 구단이 다양한 노력을 했고 KBO도 이들 구단의 노력을 도우려고 했다. 구단이 나서 야구장 시설 개선을 주도한 것은 구단의 최대 공이라 본다.
  
-추가적인 소비 활성화 계획은 있나.
  
아무래도 야구장 인프라가 바뀌어야 가능하다. 기존 구장들은 매점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좁은 통로를 거치고 뒤로 돌곤 된다. 이동하는 도중 야구를 볼 수가 없고 먹을 것을 사 먹으려 하는 마음이 있어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선진국 야구장이나 최근 일부 야구장처럼 콘코스(concourse) 형태로 바뀌어서 용변 시간을 빼고는 잠시 움직이는 중에도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구매하는 시간과 소비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소비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상품의 질도 좋아야 한다.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인터넷 직구(직접구매)를 통해 메이저리그 상품의 구매도 가능해졌다. 바로바로 (한국의 야구 상품과) 비교된다. 조악한 상품을 만들면 이제 안 된다. 제대로 잘 만들어야 한다.
 
KBO는 무조건 많이 만들려고 하지 말고 격에 맞지 않는 것을 제조하지 말라 권한다.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면 그에 걸맞는 브랜드와 손을 잡아야 한다. 최고의 기업, 좋은 품질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와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구매욕이 생긴다.
  
-4대 프로스포츠 매출총액은 4조280억원이다. 야구는 1조630억원으로 축구(1조9870억원)에 이어 2위다. 업체와 종사자의 비중도 야구는 '2381개 사업체, 7571명 종사자'로 '4916개 사업체, 1만8684명 종사자'의 축구에 이어 2위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매출액으로 범위를 좁힐 경우 야구(5630억원)는 축구(5090억원)를 11%가량 앞선다. 통계에서 느끼는 KBO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이 있을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는 연간 관중 수나 팀별 매출액 등을 보면 확연하다. 이 점은 많은 야구 팬들에게 감사하는 바다.
 
축구는 아마추어 팀이 많고 다른 나라와의 대회가 A매치(국가대표 팀간 경기) 외에도 많이 열린다. 그래서 통틀어 살피면 축구 매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조기축구도 있고 산업의 매출은 축구가 많다.
 
그러나 야구도 사회인 야구도 활성화되고 있고 리틀야구 팀도 전국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의 스포츠 인프라 구축 상황을 감안하면 야구 매출이 축구에 많이 육박하고 있다고 본다.
 
- 최근 경제·산업계는 프로야구에 여러모로 관심을 보인다. 엔터테인먼트가 산업화에 성공한 것처럼 스포츠도 산업화를 이룰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난 3월 유진투자증권은 '프로야구, 가치를 재발견하다'(정호윤·이상윤 연구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KBO리그의 산업화, 사무총장으로서의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솔직히 한참 멀었다. 지금까지는 초보적 스포츠산업 단계다. 이제 우리(KBO)도 좋은 브랜드를 통해 통합마케팅을 하며 재고관리·원가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늘리려 한다. 그래야 프로야구의 산업화가 정교화되고 기업과 함께 뭔가를 하기에 좋다.
 
프로야구는 대기업 덕분에 지금까지 발전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이는 통합마케팅을 하는 데에는 많이 어렵게 한다. 대기업이 계열사가 많고 각 사업영역이 꽤 많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하려는 것을 꺼리기도 하고,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합 구축하는 것도 어렵다.
 
지금은 각 구단마다 마케팅을 다 개별로 하니 원가를 낮게 갖추는 등에 한계가 있다. 통합마케팅을 하면 재고관리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티켓팅(경기 입장권 발권)을 비롯해서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현재 자체 앱을 통해 티켓팅이 가능한 상황이다. 발권 사업을 해오던 몇 개 업체와 협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프로야구 발권은 우리 스스로 해야만 한다.
 
KBO 자체 방송도 해야만 한다. 언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비해 우리가 직접 제작해 이를 배급하는 메이저리그(MLB) 방식도 고민 중이다.
 
1개 야구단이 매년 350억원가량 쓰는 상황에서, 홈구장에서 하는 경기 수를 기준으로 보자면 프로야구 경기는 하루에 5억원짜리 공연을 하는 것과 같다.야 구단에 지자체도 시민들도 호감을 줬으면 좋겠다. 경제 유발효과도 크고, 시민들을 묶을 수 있는 시너지도 있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 사진 이준혁 기자
 
-야구장 인프라가 많이 개선되고 있는데.
 
최근 여러모로 많이 개선됐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고척돔이 곧 개장하고, 경남 창원시도 야구장을 새로 짓게 된다. 문제는 서울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이다. 다른 지역 야구장이 잇따라 개선되거나 새롭게 지어지면서, 한국 제1·제2 도시 야구장이 가장 낙후된 구장이 됐다. 세계적인 도시인데 지자체와 야구단이 같이 노력해서 스포츠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수도인 서울의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데 2만6000여석(잠실구장 수용인원)으로 야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날 100% 차는 상황이 아니라는 식의 비판도 있지만 미국도 좌석 점유율은 60%를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평일 경기 매진은 어떤 종목도 쉽지 않다.
 
좋은 경기장이 생기면 경기장을 쓰는 구단들은 연간 회원을 많이 모을 수 있어 구단 수익이 크게 개선된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결코 아니다. 야구장이 좁으니 빅매치의 경우 일찌감치 직관을 포기하는 사람이 다수다. 잠실구장은 서울이라는 도시 특성상 원정팀 팬이 많은데 홈팀 팬들은 피해를 보는 면이 있다. 새 잠실구장을 홈 관중석을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넥센(히어로즈프로야구단)이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이 고척스카이돔을 내년부터 쓸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나 서울시나 만족하지 못할 상황이 됐다.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 야구장이 생겼는데 야구 경기가 제대로 열려야 한다. 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상황이 있어선 안 된다.
  
넥센 입장에선 강제 이주하게 되는 상황이다. (다른 구단과 달리) 1억원 규모의 적자를 보더라도 힘든 구단이니 겁이 날 수 있다. 서울시랑 협상 마무리가 아직 안 됐는데 넥센한테 권리를 준 이후 넥센이 수익을 내라고 하면 된다고 본다. 적자를 내려고 노력하는 구단은 하나도 없다. 넥센은 최대한 수익을 내려 열심히 노력하게 되고 서울시는 계약에 따라 자기 비율을 찾으면 된다.
  
야구장 짓는데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처럼 구단이 돈을 내지 않느냐 할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왜 야구단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생각이 든다.
 
-언급대로 아직도 구장 운영권·광고권 등의 문제를 서울시와 넥센이 타결짓지 못했다.
  
예컨대 서울시청의 편의시설 입주자들은 시청사 건설에 돈을 보탰나. 임대료만 내고 있다. 그런데 야구단의 경우는 왜 직접 투자를 해야만 돈을 벌 권리가 생기는가.
  
또한 광고권 문제를 보면, 광고 발생 원인을 만드는 구단은 돈을 벌지 못하고, 광고 대행업자는 많은 수입을 챙긴다. 광고업자가 시나 잠실구장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싶다.
 
이것은 사회적 인식 문제이기도 하다. 야구단은 자선사업이 아니라 엄연한 프로스포츠 산업인데,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한다. 재벌 그룹이 하니 그런(부정적)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시선은 정말 잘못됐다. 프로야구도 스포츠 산업의 하나다. 야구단도 돈을 벌어야 적극 투자를 하게 되고 투자한 것이 팬에게 다시 돌아간다. 그래야 정부가 생각하는 스포츠산업 활성화가 이뤄진다.
  
오해가 생길까 싶어서 첨언하자면 대한민국의 프로야구는 초창기에 대기업이 맡지 않았다면 결코 발전하지 못했다고 확신한다. 미국은 야구단도 많고 연습생들이 마이너리그 구단 소속으로 한국에 비해서도 열악한 상황에서 "언젠가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희망이 있어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프로야구 초기에 그렇지 못했다. 대기업이니까 퓨처스(2군)에 투자했고 리그를 끌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유지가 됐다. 최근 2군을 보면 최저 2700만원 연봉 주면서 좋은 시설에서 연봉 다 주고 먹여주고 재워준다. 1군은 경기력을 위해 원정 경기 때는 호텔에서 잠을 잔다. 이게 과연 대기업이 아니면 가능했을까. 대기업이 하지 않았다면 1군 시스템만 겨우 가능했을 것이다. 
 
대기업이 투자를 했고 사회적 차원에서 적극 투자하고 육성했단 것은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단순히 프로야구의 화려한 현 시점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면 결코 안 된다.
  
-서울과 부산에 새로운 야구장을 지으면 몇 석 규모를 최소 규모로 보나.
 
잠실구장은 최소 3만5000석은 돼야 한다. 1980년대에는 입석 관객들을 포함해서 최대 3만5000명이 들어갔다. 그렇게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야구장은 시설 개선으로 좌석이 줄었다. 사직구장은 최소로 3만석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과 부산의 새 야구장 형태가 혹시 돔야구장이어야 하나.
 
사무총장이 되기 전에 안산시에서 돔 야구장 건설과 관련된 제안이 왔는데 곧 시장 구속으로 인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무총장 재직 시점에도 안산시 제의를 받았다.
 
나는 안산시 관계자를 향해서 "안산시가 연고 프로야구팀을 유치 확신이 있다면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그거(연고 프로야구팀 유치) 없이 야구장 먼저 짓는 것은 안 된다"는 말도 함께 했다.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이다. 예산 낭비의 책임이 안산시뿐만 아니라 야구계에도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무조건 돔 야구장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적절한 규모로 지어야 한다. 부담스럽긴 해도 서울에 제대로 지은 돔 야구장이 한 곳쯤 있으면 분명히 좋다. 국제대회도 늘어날 거다. 일단 고척돔은 아쉬운 면이 많은 구장이다.
 
당장 연말 열릴 '프리미어12'만 해도 대만은 날씨가 되고 일본은 돔 인프라 등이 갖춰져 11월에 국제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런 조건이 안 되니까 항상 해외로 원정 경기를 간다. 매우 불리한 수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그런 국제대회를 개최해서 좋은 국가대항전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돔구장은 각종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만약 잠실에 돔 야구장을 지을 거라면 두산과 LG 양 구단이 동의하고, 적극 참여 가능한 조건이 돼야 한다. 구단에게 충분히 좋은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 구단이 적자를 보면서 돔 야구장에 들어갈 수는 없다.
 
현재는 대기업이 대다수 야구단을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야구단에 지원을 이어갈지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독자생존의 길'을 찾아야 때가 올 수밖에 없다.
 
재벌 대기업은 이제 2세, 3세, 심지어 4세 경영을 앞둔 곳도 있다. 점점 분화가 되고 (주주 권리에 훨씬 적극적인) 외국인 주주도 많아지면 야구단에 오너가 화끈히 밀어주는 시스템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독자생존이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일선 지자체도 구장 안팎 인프라나 위탁운영 조건 등을 미국처럼 적극 지원해줘야한다.
 
-프로야구 인기가 절정이다. 혹시 구단을 10개에 비해 더 늘릴 생각은 있는가.
 
신규 야구단 하나 만드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시장조사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해도 신중해야 한다. 당분간은 선수층과 인프라를 두텁게 하는 조치가 우선이다.
 
NC를 봐도 통합 창원시가 100만명 인구이고 구단의 각종 마케팅 활동도 좋지만 현재 관중은 최하위권이다. 새 야구장 지어지고 통합 창원시의 상징이 될 경우 분위기가 바뀔 수 있지만 시장을 확장하고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다.
 
KT는 조금 다른 경우다. 서울이 아니긴 해도 수도권 특성상 타팀 팬들의 방문이 많다.
 
성남시가 야구단 유치 제안을 KBO에 해온 적이 있다. 전국 8도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은 성남시라, 시민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할만한 것이 있기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KBO는 "먼저 야구장 신축을 하자."라고 말했다.
 
야구장은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 여론 수렴하고 시의회 동의받는 데에 5년 정도 소요된다. 그렇다면 (야구장 없는 지역을 연고로 삼아 창설된) 야구단은 난처해진다.
 
해당 도시에 야구장이 있어야 구단 창단이 가능하고 이전할 수도 있다. 물론 KBO도 시가 야구장을 먼저 건설했는데 경기가 없다면 난처하다는 것을, 그리고 프로야구 경기가 없을 것인데 야구장을 만들자 말하면 시의회의 동의가 여럽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KBO는 성남시에 야구장을 만들면 30경기의 배정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의했다. 수도권의 5개팀이 6경기씩 개최해도 30경기다. 비수도권 구단도 중립 경기를 성남에서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새로운 팀이 생길 수도 있고 기존 팀이 옮길 수도 있다.
 
-2군(퓨처스리그) 연고제는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2군이 1군에 상비 선수 공급처 역할만 하지 말고 2군은 2군의 독자 팬들과 호흡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낫다. NC가 고양에서 '고양다이노스'로 독자적인 마케팅을 하는데 그것은 구단마다 선택할 일이다.
 
물론 인프라가 갖춰저야 한다. 구장이 만들어지면 퓨처스리그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없는 빈 시간에 독립리그가 운영될 수 있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 사진 이준혁 기자
  
-KIA가 작년부터 군산에서 경기를 하지 않는다. 군산지역 신인 1차지명 팀은 KIA가 아니라 NC라는 이유가 크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NC는 울산공고의 선수를 신인 1차지명으로 찍을(입단시킬) 수 있는데 울산 문수야구장은 현재 롯데가 제2구장으로 사용한다.
 
1차지명을 재분류하는데 고등학교 팀이 워낙 적으니까 고교 수를 안배하는 차원에서 이상한 결과가 발생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데 고등학교 야구팀이 53개에서 67개로 늘어났다. 9구단과 10구단이 생기며 고등학교에 창단지원을 해주니 고등학교 팀이 늘게 됐다. 팀이 조금 더 늘 경우 다시 한 번 구역 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1군팀의 연고 지역과 신인 1차지명 연고지가 크게 멀어지는 경우가 사라질 것이다.
 
KBO도 노력할 것이다. 일단 구단이 지역 내 아마추어 팀 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력해야 한다. 대한야구협회(KBA)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문제도 중요하다.
 
-KBO는 최근 '스피드업(Speed Up)'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앞으로도 스피드업 조치에 대한 보완 계획과 다른 추가 계획에 무엇이 있는지.
 
올해 8월까지 보면 지난해에 비해 6분가량 줄긴 했는데 10분 정도는 더 줄여야 된다. 야구 보는 사람이 집에 몸도 마음도 편히 가야 한다. 집에 가기 바쁘면 안 된다.
 
더불어 경기가 빨리 끝나서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길 바란다. 그것이 프로야구의 경제 유발효과의 하나다. 방송 등 여러 측면을 봐도 줄어들어야 한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이제는 리그와 팬들을 생각해 KBO의 스피드업에 대한 인식을 정말 절실하게 공유해야 마땅하다. 투수의 경우 빠른 템포로 공을 던져야 하고.
  
-'심판 합의 판정' 제도가 정착 중이다. 심판 외에 제3자가 합의판정 심판을 보는 방법 등 제도 보완 요구가 다양하게 나온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메이저리그가 작년에 이 제도를 시작했다. 메이저리그가 시작하기 전인 지난 시즌 전의 겨울부터 심판위원회에 시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결국 메이저리그가 먼저 심판 합의 판정 제도를 시작하자 당시 다수 심판들은 "메이저리그도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데 그것을 살펴보고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나도 조금 물러나 지켜봤다.
 
그러다 지난 해 초반 판정과 관련된 시비가 많아졌고 결국 작년 후반기 도입하게 됐다. 이제 1년이 지난 것이다. 아직 당연히 문제도 있다. 더욱 준비하고 있다.
 
판정을 한 심판이 다시 들어가서 비디오를 보고 판정을 한다는 게 각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미국과 유사한 센터를 만드는 것도 고려 중이다. 그런데 돈이 많이 든다. 지금은 팬들이 보는 화면을 심판이 똑같이 보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화면을 확보하려면 당연히 돈이 더 많이 든다. 1·2·3단계로 해서 단계별로 착실히 구축하려 준비 중이다.
 
-KBO리그 출신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야구단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으로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2년 연속 50홈런이 유력한 박병호도 해외 진출을 타진할 게 유력한 상황이다. KBO리그 스타 선수들의 잇따른 해외 진출이 KBO리그에 어떻게 작용할까.
 
결국은 우리 리그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우리만 보호무역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더 큰 무대로 가고 싶다는 것은 모든 선수의 꿈일 것이다.
 
KBO리그 출신 선수로 류현진(현 美 LA 다저스), 이대호(현 日 소프트뱅크 호크스), 오승환(현 日 한신 타이거즈), 강정호(현 美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이 해외로 나갔는데 그래도 KBO리그가 큰 영향 안 받았다. 프로야구가 체력이 강해진 것이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류현진이 잘 하니 야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KBO리그 위상도 높아졌다.
 
다만 이제는 '영양보충'을 충실히 해야 한다. 아마추어 저변 확대와 함께 아마추어 선수들이 기량을 잘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아쉬운 것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올 때 신체가 거의 망가져 오고 있다는 것이다. 첫 해 신인 중에서 신인왕이 나오지 않고 '중고 신인'으로 불리는 선수가 신인왕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부상이 크다. 부상 경력으로 아파서 바로 뛸 수 있는 신인이 없다. 아마추어와 프로야구가 연계해서 선수도 보호하고 기량도 발전시켜야 한다.
 
KBO 육성위원회로는 한계가 있다. 아마추어 토양 자체가 승부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선수의 보호는 정말 뒷전이다. KBO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 / 사진 이준혁 기자
 
-KBO리그 역점 과제 중 부산 기장군에 여는 '한국야구명예의전당' 사업이 있다. 진행 상황은.
 
부산시가 국고지원을 요청했는데 국고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시비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 절차 때문에 1년정도 늦어져 오는 2018년 준공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 솔직히 내 사무총장 임기내에 잘 마치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야구명예의전당은 야구계의 숙원사업이지만 동시에 KBO에게는 걱정거리다. 지은 이후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당연이 있어야 하는 시설은 맞지, 박물관 사업이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적자를 최소화해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흑자는 아니더라도 적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야구명예의전당은 짓는 것은 부산시와 기장군이 하고 운영 일체는 KBO가 맡는다. 부산시는 박물관을 짓고, 기장군은 야구장이랑 테마파크를 건설하며, KBO는 시설을 인수해 운영을 쭉 맡는 3자가 얽힌 꽤 복잡한 사업이다.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마다 축구와 같은 전임감독제 선임 논의가 나온다. KBO는 전임감독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축구와 야구는 다르다. 축구는 전임감독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도 계속 있고 예선도 있고 1년 내내 경기가 있다. 평가전도 많기에 전임감독이 필요한 종목이다.
 
그런데 야구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11월부터 시작될 프리미어12 끝나면 다음 국제대회가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다. 그 때까지 전임감독이 무엇을 할 것인가.
 
일본은 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이란 형태로 국가대표 전체를 관리하기 때문에(아마추어 포함) 한국과 다르다. 한국은 아마추어와 공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야구는 국가대표팀 감독은 현역 프로 감독이 갈 것이냐 현역 감독 아닌 사람이 할 것이냐 등의 문제다. 축구나 일본 야구가 하는 전임감독제 형태 도입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 
 
-끝으로 독자들,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올 시즌도 야구가 성황리 진행될 수 있도록 응원해준 야구 팬들에게 고맙다. 야구팬의 니즈를 채워드리고 야구를 보시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미흡하고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앞으로도 KBO는 열심히 노력하겠다. 응원해주시면 좋겠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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