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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시장에 '돈바람'…아트테크로 재산 불릴까

최고가 낙찰자 대부분 '중국인'…아트테크의 '큰손'
국내도 경매시장 '후끈' 서울옥션 주가 올 들어 3배 '껑충'
피카소가 선행지표일까..고점 논란
2015-05-21 15:56:46 2015-05-21 15:56:46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벗어나 미술품으로 자산을 증식하는 이른바 '아트테크(아트+재테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미술품과 골동품이 훌륭한 투자대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중국 부호들의 뭉칫돈이 예술품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경매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피카소 '알제의여인들' 2000억 육박 
저금리 시대에 미술품 경매시장으로 돈바람이 불면서 현대미술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2주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경매회사에서 팔린 미술품 낙찰총액 규모는 27억달러(2조93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작품별 낙찰금액도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주최한 행사에서 20세기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 역대 최고가인 1억7936만달러(1968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스위스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도 1억4130만달러(1549억원)에 낙찰돼 조각작품 사상 신기록을 새웠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로 낙찰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사진/로이터
전세계적으로 미술품 거래규모는 연간 54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요즘처럼 활기를 띤 적은 없었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에 예술품에 대한 수집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매 가격도 치솟고 있다고 진단했다. 애드돌먼 필립스 갤러리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미술품 시장의 규모가 매우 커졌다"며 "엄청난 돈이 경매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시장의 성격이 아예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가 낙찰 대부분 '중국인'…아트테크의 '큰손'
아트테크의 부활은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과 중국 신흥 거부들의 예술품에 대한 수집욕이 이끌고 있다. 최근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한 작품의 낙찰자도 대부분 중국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왕젠린 중국 완다그룹 회장과 류이첸 상하이금융재벌이 미술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왕젠린 회장은 2013년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의 1950년 작품 '클로드와 팔로마'를 2820만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클로드 모네의 1913년작 ‘수련 연못, 장미’를 2040만달러에 손에 넣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6630만달러에 사들인 부호도 중국인이었다. 이러한 중국 부호들의 미술품투자가 아트테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CNN머니는 중국인들은 주식과 부동산이 부진할 때 장기간 보유한 뒤 비싸게 팔 수 있는 예술품이 좋은 투기 대상임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중국 남송시대 접시가 40년만에 1400배 이상 뛴 가격에 낙찰됐다. WSJ도 역사적으로 미술시장은 자산가와 수집가를 위한 공간이었다며 1980년대에는 일본 은행이 인상파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었다면 지금은 중국 부호가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경매시장도 '후끈'…서울옥션, 주가3배 '껑충' 
아트테크 바람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서울 옥션을 비롯해 K옥션, 아이옥션 등 국내 미술품 경매사들의 실적을 합한 결과 지난해 1만3822점이 미술품이 출품돼 8828점이 낙찰됐으며 낙찰총액은 970억73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720억700만원보다 34.8% 증가한 것이다. 직전 호황기였던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1월 서울 옥션이 주최한 2015 마이퍼스트 컬렉션에서 참가자가 1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출품된 작품 156개 중 낙찰 건수는 120건으로 77%낙찰률을 기록했다. 총액은 13억6000만원에 달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 활기를 이끈 것은 온라인 채널 확대다. 온라인 경매는 회원가입만 하면 응찰 기회가 주어지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참여할 수 있기때문에 초보나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좋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온라인 경매와 함께 중저가 미술품을 확대한 서울 옥션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8%, 555% 급증한 67억4900만원, 20억5600만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올 초 5100원대에서 5월 들어 1만8000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경매시장 회복과 함께 미술품 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피카소가 선행지표인가…고점에 대한 논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술시장 호황이 투자자산 버블에 대한 경고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다이얼 캐피털 리서치의 대표 제이슨 지오퍼트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1년간 낙찰된 금액의 합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S&P500지수와 일치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경매시장의 열풍은 주식시장의 사이클이 상단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러한 패턴은 과거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년 말 전후에도 보였는데 고가의 예술품 뿐만 아니라 주식, 부동산, 채권 등 투자자들의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불안한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고점이 언제라고 시기를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직전 고점과 중복되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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