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3D프린터 '춘추전국시대' 승자찾기
후속주자 추격전에 시장 지형도 바뀔 수도
입력 : 2015-05-19 16:15:24 수정 : 2015-05-19 16:15:24
날로 진보하는 3D 프린터 기술을 보고 있자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머릿속에 존재하던 이미지가 손에 잡히는 물체로 ‘프린팅’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설계도와 원료만 있으면 기계 부품이나 생체조직, 식품까지 만들 수 있다. 
 
3D 프린터가 만들 세상을 상상하노라면 흐뭇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관련 사업을 하는 이들은 치열한 경쟁에 죽을 맛이다. 세계 기업들과 국가들은 ‘약속된 땅’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D 프린터 시장을 선점한자와 그 뒤를 쫓는 자의 기술 다툼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휴렛팩커드(HP)와 같은 전통의 업계 강자는 물론 실리콘밸리와 미 항공우주국(나사)도 3D 프린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터라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차세대 산업으로 꼽히는 3D 프린팅 시장을 누가 주도할지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양강 체제 '흔들'…후속주자 추격 '맹렬' 
 
세계 3D 프린트 시장은 현재 미국의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즈가 석권하고 있다.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월러스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3D 프린트 시장 점유율은 스타라타시스가 39%로 1위를 차지했다. 3D시스템즈는 18%로 2위를 유지했고 스타라타시스가 보유한 오브젝트는 14%로 3위에 올랐다. 양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70%가 넘는다. 일찌감치 기술개발에 돌입한 데다 수 차례의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덕분으로 분석된다. 양사는 지난 5년간 총 60차례의 M&A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사의 독점구도가 깨질 것이란 소문이 투자자들 사이에 불길처럼 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스타라타시스는 지난해 초부터 이달 17일까지 뉴욕 나스닥 증시에서 무려 74% 하락했고 3D시스템즈는 78%나 곤두박질쳤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무섭게 이어지자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3D 프린터를 시험해 보는 장면. ⓒNews1
 
주가 하락을 유발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심에는 HP가 있다. 프린트 제조업계의 맹주로 꼽히는 HP가 3D 프린터 시장에 발을 들여 놓으면 기존의 지형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불거졌다.
 
이러한 전망은 지난해 HP가 멀티젯 퓨전(Multi Jet Fusion) 기술을 적용한 3D 프린터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제기됐다. HP에 따르면 이 프린터는 특수 프린터 헤드를 탑재해 셀렉티브레이저(selective laser) 시스템을 장착한 기존의 프린터보다 속도가 10배 더 빠르다.
 
HP는 신제품 출시일을 내년 1월로 잡고 시장의 흐름을 관찰하고 있다. HP 3D프린터의 구체적인 스팩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HP가 축적된 기술력으로 타사를 능가할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자금력을 봐도 HP의 우세승이 점쳐진다. HP의 연간 매출은 1100억달러로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드의 연간 매출 총합인 10억달러의 10배에 육박한다. 자금력만보면 현재 업계 1,2위는 HP의 상대가 안 된다.
 
기술력을 앞세운 업체들의 추격전도 매섭다. 지난 10년간 8건의 3D프린터 특허를 출원하며 칼을 간 제록스, 실리콘밸리 출신의 벤처기업 카본3D 등이 그 대표주자다. 특히 카본3D는 지난 3월 기존의 방식보다 무려 100배 빠른 속도의 프린터를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디자인 프로그래밍 기술로 유명한 오토데스크도 3D프린터 기술 개발에 1억달러의 자금을 투자하며 프린팅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밝은 시장 전망에 국가간 경쟁도 치열
 
3D 프린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기업들 못지 않게 치열하다. 3D 프린트를 다른 분야에 접목시키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데다 일자리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미국은 일찌감치 3D 프린팅 기술을 차세대 제조업 혁명을 일으킬 동력으로 보고 미국 전역에 3D 프린터 연구시설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영국은 지난해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는 데 700만파운드를 쓰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그간 미국과 유럽에 다소 뒤쳐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3D 프린터 기술 연맹’을 결성하고 선발주자의 뒤를 맹렬이 추격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3D 프린팅 기술로 골반 수술을 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까지 전세계 3D 프린터 산업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특허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재 세계 3D 프린팅 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3%에 불과해 갈 길이 멀다. 세계 점유율 1위인 미국은 38%의 점유율을 자랑한다.
  
각국과 기업들이 너도나도 3D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IT리서치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10만8150대에 그치던 3D 프린트 출하량이 오는 2018년에 230만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지난 2011년 당시 17억달러에 그치던 시장규모는 2020년에 10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 예상이 들어맞으려면 제품의 가격이 좀 더 내려가야 한다. 보급형이 출시되긴 했지만, 여전히 수백만원을 호가해 일반 소비자가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 3D 프린터의 대중화가 지연되는 이유다. 복잡한 사용법도 숙제 꺼리다. 3D 프린팅을 하려면 먼저 도면을 그려야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 않다. 기업이야 전문가를 고용하면 되지만, 일반 가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3D 프린터의 수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조나단 자글럼 스트라타시스 사장은 "프린트될 대상을 더 쉽게 프로그램화 할 수 있다면 3D 프린터는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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