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전지구적 경제위기와 침체를 넘어설 대안으로 '녹색성장'이 급부상하면서, 교통 및 이동수단에도 '녹색물결'이 거세게 몰려들고 있다. 자전거는 이미 애호가나 동호인들의 단순한 '취미·운동 도구'에서 벗어나, 건강과 환경, 비용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할 유력한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던 전기자동차 역시 친환경성과 높은 경제성을 앞세워 대규모 시설이나 신도시 등 작은 지역공동체에서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을 몰아낼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단순히 '환경' 측면 뿐 아니라, 우리의 먹을거리를 책임질 '미래 성장동력 산업'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있다. 이동수단에 불어닥친 '녹색' 열풍의 현황과 관련 산업 실태, 이들 산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휴일인 지난 25일 오전. 서울 시청 앞 광장은 6000여대의 자전거 물결로 뒤덮여 장관을 이뤘다.
어린아이에서 90세가 넘는 노인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동차들이 통제돼 탁 트인 도로로 쏟아져 나와 힘껏 페달을 밟았다. 이날 만큼은 자전거가 도로의 주인이었다.
이 행사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활용을 늘리고자 서울시가 주최한 '하이 서울 자전거 대행진'. 올림픽공원에서 서울광장까지 구간을 거대한 자전거 물결이 이동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 건강·경제성·환경 등 1석10조..폭발적 증가
최근 자전거는 건강을 챙기기 위한 국민스포츠라는 점은 물론 교통비 절감, 주차난 해소, 에너지 절약 등 10여가지 장점을 두루 갖춰 1석10조의 효용을 갖춘 근거리 이동수단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 한강공원과 곳곳의 지천들을 중심으로 자전거타기 붐이 일고 있고, 자전거를 이용해 장거리길을 출퇴근하는 이른바 '자출족'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산업화 이전 우리 사회의 주요 이동수단이었지만,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듯 했던 자전거가 녹색물결 속에 화려하게 무대에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기준 국내 자전거 보유대수는 이미 800만대.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의 '자전거타기' 열풍을 감안하면 이미 1천만대 시대를 넘어서는 폭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자전거 열풍 속 산업은 枯死 위기..수입산이 시장 휩쓸어
전국적으로 자전거 물결이 넘실되지만, 정작 우리 자전거 산업은 고사위기에 빠져 있다.
판매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해외 현지생산 제품이나 고급 브랜드 등 수입제품이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 순수 국내 제작 자전거는 연간 2만여대에 불과하다. 1980년대 대만과 함께 세계 1, 2위를 다퉜던 국내 자전거 산업이 이제는 존재 자체가 희미할 정도로 몰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여러 설명들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저가 전략의 실패'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전거는 특히 저가와 고가시장의 구분이 뚜렷한 데, 우리 업체들이 시장 흐름을 제대로 못읽어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저가시장을 집중공략 했으나, 1990년대 이후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경쟁력 악화로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게 되자 결국 중국 등 원가절감이 가능한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대만은 같은 기간 정부 주도로 대만자전거연구원을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자전거 개발 전략을 폈다.
대만은 지난해 수출액 13억8700만달러로 전세계 고가자전거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세계 1위 자전거 수출국가다.
자전거업계 관계자는 “2007년 국내 자전거 수입은 1300억원 규모로 10년사이 80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수출은 2억원으로 4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우리 자전거 관련 산업을 되살리려면, 지금이라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 활동 등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전거산업이 대표적인 조립산업인 만큼 좋은 부품 개발에 치중해 점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완성차의 경쟁력도 자연히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과감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잠재력을 감안할 때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과 생산집중, 수요창출을 위한 우선구매, 자전거 전문클러스터 구축 등 제조생산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한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권경배 한국자전거연구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자전거산업이 '사양산업' 취급을 받아 산업기반이 극히 취약해진만큼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뒤늦게나마 대덕특구에 자전거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한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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