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궁금하게 하는 맛, 안암동 디어브레드
대학가
입력 : 2015-03-06 10:31:00 수정 : 2015-03-06 11:14:33
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학교 앞 좁은 골목 안쪽에 특이한 빵집이 있다. 허름한 건물들 사이 레몬색 담벼락, 작은 창문 틈 사이로 빵 굽는 고소한 냄새가 새어 나오는 빵집. 바로 앞 건물에 한 그릇에 오천 원짜리 냉면집이 있고 그 앞이 순댓국집인 것을 생각하면 이 빵집의 위치에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과연 이런 데 있는 빵집이 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잘 된다. 생긴 지 2년을 갓 넘은 이 빵집은 수개월 만에 연일 ‘솔드아웃’을 내걸더니 1년 만에 2호점을 이대 앞에 내는 등,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사진=바람아시아
 
‘건강한 빵’을 모토로 내걸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다. 사실 대학생들은 건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싸고 맛있으면 충분. 조미료를 넣든 위생상태가 미심쩍든 주머니 가볍게 들어가서 무거운 배 두드리며 나올 수 있으면 최고다. 비싸고 맛없기로 소문이 돌면 방학을 넘기지 못하고 업종 변경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정글과도 같은 곳에서 '디어브레드'가 잘되고 있다는 것은 저렴하고 맛있다는 뜻이다. 건강한 빵인 것과는 별개로.
 
몸에 좋으면 입에 쓰고, 입에 달면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일진대, 이를 역행하는 '디어브레드'의 빵은 정체가 뭘까. 이름도 생소한 이 빵들은 많이 달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먹다 보면 자꾸 당기는 오묘한 맛을 가지고 있다. 한 조각 두 조각 집어먹어도 질리지 않고 어느새 다음 조각이 기대되는 이 빵. 빵 이름과 맛은 레스토랑인데 가격은 분식점 수준인 이 빵.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이런 빵집을 만들기로 생각한 사람은 누구일까. '디어브레드'의 창업자이자 오너셰프를 만나보았다.
 
◇사진=바람아시아
 
'디어브레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일단은 제 첫 가게고요. 제가 생각했던 것들, ‘나라면 이렇게 장사를 할 텐데.’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저는 돈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여유가 좀 있는 형님과 동업을 하게 됐죠. 기본적으로는 천연발효종을 이용한 건강 빵집인데, 그 빵집을 차리기 위해서는 제가 여태까지 했던 시행착오나 경험을 종합할 필요가 있었죠. 그런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가게라고 할 수 있어요.
  
천연 발효종을 이용한 건강 빵집이라고 하셨는데, 천연 발효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거창한 것은 없고요, 이스트라고 효모가 있는데, 이스트는 사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효모를 배양해서 발효시키는 것이 천연 효모 발효 빵이죠. 일반적인 빵집 같은 경우는 공장에서 생산된 이스트를 많이 넣으면 빠르게 빵이 부풀고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식감도 떨어지고 빵이 오래가지도 않아요. 크기만 크고 실속이 없달까. 대표적인 것이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들이죠. 대량 생산이 필요한 그런 빵집들은 대부분 유사한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빵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빵 반죽과 물을 섞어 놓아요. 그러면 빵 반죽 안에 있는 야생 균이 밀가루 조직을 분해하죠. 그 작업을 ‘오토리지’라고 하는데, 오토리지를 마치고 소량의 천연 이스트, ‘르방’을 넣고 빵을 부풀게 하죠. 르방만으로 빵이 부풀긴 하는데 대량 생산용으로 적합한 수준은 아니죠. 극소량을 넣거든요 0.1%정도. 밀가루가 1kg라고 하면 이스트 1g정도. 그걸 저온 발효하게 되면 3일 후에 반죽이 빵으로 구울 수 있을 만큼 부풀어요.
 
하나의 빵이 나오기 위해서 반죽에 필요한 시간이 3일이라는 말씀이세요?
 
그렇죠. 오래 걸려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군요. 주력으로 판매하시는 빵 이름들이 낯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치아바타, 포카치아, 브리오슈.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일단 치아바타 같은 경우에는 이탈리아어로 슬리퍼라는 뜻이에요. 버터나 설탕이 안 들어가 있어서 식사대용으로 적합한 이탈리아 전통 빵이에요. 반으로 갈라서 샌드위치로 많이 드시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식전 빵으로도 많이 나가죠. 치아바타 베이스에 올리브를 넣어서 구우면 올리브 치아바타, 감자를 넣으면 감자 치아바타, 치즈를 넣으면 치즈 치아바타, 그런 식이죠.
  
브리오슈의 경우는 저희 가게가 설탕이나 버터가 들어가는 빵이 거의 없는데 설탕, 버터,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빵이에요. 세 가지가 많이 들어가면 반죽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달달하죠. 풍미가 훨씬 좋아져서 간식용으로 적합해요. 그런 달콤한 베이스에 아몬드 크림을 짜고 레몬을 얹고 하는 거죠.
 
포카치아 같은 경우는 치아바타랑 어떻게 다르죠?
 
베이스는 똑같은데요, 치아바타는 그냥 굽는데 반해 포카치아의 경우는 그 위에 올리브유를 발라요. 오븐에 들어가면 그냥 구워지는 것이 아니라 겉면은 튀긴 듯한 느낌으로 구워지죠.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바삭해져요. 올리브유의 향도 나고요.
 
◇사진=바람아시아
 
그렇군요. 첫 번째 가게를 안암동에 오픈하셨는데, 특별히 안암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근처에 카페를 하시는 형님과 아는 사이여서요. 사실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었어요.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등등. 가지고 있는 자본이 많지 않다 보니까. 처음에 '디어브레드'가 들어간 자리가 원래 그 카페 하시는 형님이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시던 곳이었어요. 사정상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지 않게 됐는데 그 자리를 주신 거죠. 큰 메리트라고 생각해서 들어갔어요.
 
또 안암동이라 좋았던 점은 고객층이 대체로 학생들이었는데 그분들 나이대가 젊고, SNS활동이 활발해서 초기에 소문이 일찍 퍼졌어요. 블로그를 운영해주시던 분이 있는데, 하루에 만 명씩 들어올 때도 있었죠. 초반에 많은 도움이 됐죠. 소문이 빨랐던 점이 대학가의 이점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희 빵이 기성세대 분들이 보셨을 때는 그렇게 싼 가격은 아니에요. 오백 원, 천 원에 빵 사 드셨던 분들은 이천 원, 삼천 원하는 치아바타 빵이 거부감이 드실 수도 있겠죠. 요새 젊은 분들 같은 경우는 해외여행도 많이 다녀오시고 그러다 보니까 빵의 품질을 알아봐 주신 것 같아요.
 
그렇군요.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새 조미료 맛에 지쳐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디어브레드' 빵들은 식사대용으로 아주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웰빙 바람이 한몫 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조미료를 안 쓰니까, 설탕도 안 들어가서 자극적이지는 않은데 빵이 계속 당기는 맛이거든요. 그런 게 먹히지 않았나싶어요.
 
웰빙 이야기하셨는데, 요새 웰빙을 내세우는 식당들이 많잖아요. '디어브레드'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특별한 전략 같은 거창한 건 없고요. 저는 빵집을 많이 돌아다녀요. 한 사람의 소비자 입장에서 빵을 많이 먹어보죠. 제가 제과점에서 일할 때는 지금 하고 있는 빵 이외에도 당과자 빵이나 케이크도 했었거든요. 먹어보면 알죠. 원가가 어떨지. 원가가 빤히 보이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면 사먹는 입장에서 화가 나죠. 최대한 제가 집중적으로 따지는 것은 ‘가성비’에요. 빵의 가격 대비 원가의 비율이 높죠.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요.
 
또 빵이 남으면 안 되니까 많은 양을 굽지 않아요. 개강하면 손님이 확 늘어나는데, 아무래도 딱 사서 드셨을 때 갓 구운 빵이라는 느낌을 받게 해드리고 싶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제빵은 전문적으로 배우신 건가요?
 
경험에서 많이 배웠죠. 홍대에 ‘리치몬드’라는 빵집이 있는데 거기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셰프 에드워드 권이 운영하던 가게에서도 일하고, 천안에 있는 빵집에서도 오픈할 때부터 도와드렸고요. 직접 부딪히면서 배운 것이 많아요.
 
'디어브레드'의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요?
 
'디어브레드'는 고대점이 있고 이대점이 있는데요, 고대점은 개업 때부터 동업하던 형님과 함께 하고 있죠. 이대점은 에드워드 권 가게에 있을 때 만난 지인들이 운영하고 있어요. 네 명의 셰프가 계신데, 제빵을 전문으로 하신 분은 없어요. 한 분은 한식, 세 분은 양식을 하셨던 분들이죠. 저는 항상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면 빵을 이용한 콜라보를 하고 싶다고 말해요. 빵을 중심으로 빵에 어울리는 요리를 하는 거죠. 빵에 어울리는 파스타가 될 수도 있고 샌드위치가 될 수도 있죠. 그런 비전을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에요.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이대점에서 일하고 계신 한식 전공하셨던 셰프는 지금 방송 출연도 하고 계세요. 이원일 셰프라고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고 계시죠. 다른 분들도 실력이 출중하시고요. '디어브레드'가 잘 돼서 자본금이 모인다면 다 같이 모여서 가게를 내고 싶어요. 기존에 없는 방식이거든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죠.
 
블로그를 살펴보니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떤 봉사활동인가요?
 
봉사활동은 시작할 때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인데요, 거창하진 않아요. '디어브레드'가 매주 일요일에 쉬는데 한 달에 한 번은 가게에 나와서 빵을 만들죠. 블로그 이웃 분들과 함께요. 그러면서 빵 만드는 방법도 알려드리고, 함께 만든 빵을 승가원 어린이들에게 보내줘요.
 
많이는 아니고 한 70개 정도씩. 100개를 만들면 30개는 블로그 이웃 분들과 나눠 먹고요 70개는 보내는 방식이에요. 어릴 때부터 유니세프에 적은 돈이지만 기부해왔어요. 그런 게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장사가 더 잘되면 연말에 크게 한 번 하고 싶어요. 생각하고 있는 건 큰 카페를 빌려서 요리하는 분들 모아서 자선 파티처럼 하는 거죠. 투자도 받고 수익금은 기부하는 방식으로요.
 
◇사진=바람아시아
 
정말 좋은 계획이네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내실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대점을 고대점 오픈한지 일 년 만에 개업했어요. 저는 제 손을 벗어난 일은 잘 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이대점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분들이어서 흔쾌히 맡겼죠. 이후로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돈을 대줄테니 3호점, 4호점을 만들자는 분도 있었고, 가게 자리가 있으니 와서 일해라, 백화점에 입점하자는 분도 있었죠. 내키지 않더라고요. 돈을 좇기 보다는 제가 처음에 가게를 오픈할 때의 마음처럼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호밀 무화과 빵의 무화과 양이 적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걸 듣고 무화과 양을 많이 늘렸죠. 가게를 크게 내고 체인점을 여럿 만들게 되면 이렇게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어렵잖아요. 좋은 빵을 만드는 게 목표였는데.
 
돈보다는 사람을 따라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희는 쉴 건 다 쉬거든요. 이번 설 연휴도 다 쉬기로 했어요. 빵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때는 연휴를 다 쉬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우리는 그냥 다 쉬자고 했죠. 직원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다른 가게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려고 하고 4대 보험도 원래 업주랑 직원 반반씩 내는데 저희는 다 내주거든요. 얼마 하지는 않지만 사회초년생들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돈이니까요.
 
그런 식으로 제가 걸어온 길보다 조금씩 쉽게 만들려고 많이 하죠. 다 후배들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혼낼 때는 엄하게 혼내고 잘못된 것들은 지적하고요. 그래도 개인 생활은 지켜주고 싶죠. 방학 시즌이면 일손이 좀 남거든요.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 많은데 일찍 퇴근시켜 주기도 하고요. 이런 식으로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다 함께 일하고 싶으니까요. 요새 ‘갑질’ 얘기가 많잖아요. 결국 사람과 사람 관계인데, 단거리를 잘 달리기보다는 장거리를 함께 달릴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빵집 이야기만을 들었는데 그의 삶을 엿본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아마 빵이 그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줄곧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자랑스럽게 강조해서 이야기해도 될 법한 부분에서도 그의 어투에는 방점이 없었다. 천연 발효종을 이용한다는 것도, 빵 하나를 만드는 데 3일이 걸린다는 것도, 돈을 좇기보다는 좋은 빵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봉사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도 그저 당연하다는 듯 풀어낼 뿐이었다.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빵집에 깃든 생각들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온 비전이었다. 3일을 숙성시켜 구워내는 빵 반죽처럼 오랜 시간 숙성되어온 생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만들어내는 빵은 앞으로 오랫동안 그 맛을 유지할 것 같다. 그의 사업이 번창하여 3호점, 4호점이 등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안암동의 빵집에서 파는 이 빵들은 계속 이 맛을 낼 것이다. 건강한 빵, 맛있는 빵, 저렴한 빵, 그리고 변하지 않는 빵. '디어브레드'의 빵에는 그의 믿음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조응형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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