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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사이’의 땡땡책협동조합
협동조합
2015-03-04 09:36:00 2015-03-04 10:27:01
건강한 먹거리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생활협동조합처럼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전하는 매개체에는 땡땡책협동조합이 있다. 땡땡책협동조합은 2013년 10월 5일에 창립, 1년 2개월 정도 미인가 상태로 운영하다 올해 1월 정식으로 협동조합에 등록했다.
 
책 협동조합이라고 단순히 책만 읽는 조합은 아니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여럿이 책 읽는 방법들을 묶어 내어 사회적 문제를 고민한다. 책과 사회를 연결 짓는 협동조합, “이 좋은 것을 혼자만 하면 안 되기에!”라 말하는 땡땡책협동조합의 전유미, 기호철 조합원을 만나보았다.
 
◇사무국에 있는 전유미, 기호철 조합원
 
- 땡땡책협동조합을 소개해주세요.
 
처음은 독서모임에서 시작되었어요. 직접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하승우 선생님이 그때그때 주제를 잡아 함께 하는 독서모임을 주도했죠. 시간이 지나 독서모임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생겼고 새로운 그릇에 담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침 새로운 경제, 돈에만 초점이 맞춰진 사업에 대한 고민들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을 부흥시키고 있었고 저희도 협동조합이라는 그릇에 독서모임을 담아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역사적으로는 1970년대 말에 부산에서 양서협동조합이 있었어요. 유신정권시대에 사회과학서적을 유통시켜 암암리에 공부하며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키워내던 운동성 있는 모임이었죠. 그게 1년 반 만에 사라지게 되었어요. 영화 변호인에 잠깐 나오기도 했던 협동조합인데 그런 것을 2014년에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바람아시아
 
- 땡땡책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양서협동조합 명칭을 그대로 쓰자니 사람들이 얼핏 들었을 때 지역명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면 양서협동조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좋은책협동조합으로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이 나왔죠. 그런데 양서가 뜻하는 좋은 책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생기다가 공백으로 두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비워두는 건 채울 수 있다는 의미잖아요. 우리가 의미들을 모아 만들어가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거죠.
 
 
약간 권위적인 분위기를 가진 집단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텐데 우린 쉽게 받아들여졌어요. 보통 단체는 이름에 정체성을 부여하는데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과 암묵적인 동의도 있었고요. 공백을 명시하는 것도 ㅁㅁ책 협동조합, △△책협동조합처럼 다양했어요. 그러다 ㅇㅇ책협동조합의 어감이 되게 좋다는 생각을 하며 땡땡책협동조합으로 부르게 되었죠. 한마디로 입말이 굳어진 명칭이에요.
 
지금은 조합이름 때문에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스스로 질문이 던져지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에서 이름을 제대로 지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정확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의미를 되새길 수 없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이름 덕에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는 단체가 되었고 조합원마다 지향점을 투영하며 자신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바로 땡땡책협동조합이고요.
  
- 예전 인터뷰기사를 보니 협동조합으로 등록하는데 고민이 있었다는 내용을 본 적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협동조합으로 등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협동조합에 등록하게 되며 달라진 점은 있나요?
 
저희는 협동조합이 제도 안으로 흡수된 부분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협동조합기본법에는 정치참여금지조항이 있어요. 저희는 조합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협동조합이 되면 정치참여는 할 수 없었던 거죠.
 
또 시스템적으로 이사장이 1명이어야 했지만 저희는 여자, 남자 1명 혹은 세대별로 두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길 원했어요. ‘왜 우리가 국가가 만든 틀(법)에 갇혀 있어야 할까? 원래 협동조합이 그런 게 아닌데.’ 라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등록하지 않은 거죠.
 
그러나 정식적으로 협동조합등록을 하지 않은 곳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어요. 불법인거죠. 저희 조합의 활동이 커질수록 제재가 들어올 수 있으니 위험을 관리한다는 측면으로 협동조합에 등록했어요.
 
임의단체, 비영리단체 등 여러 형태를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차라리 할 거면 협동조합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죠. 정치참여금지조항처럼 저희의 생각과 다른 점은 조합 활동을 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내자는 생각이에요.
 
- 책읽기를 바탕으로 연대하며 합당한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땡땡책협동조합의 정관 목표가 인상 깊습니다. 정관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정관목표>
 
우리는 함께 책 읽기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연대하며 자율과 자치를 추구하는 독서 공동체로, 건강한 노동으로 책을 만들고 합당한 방식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정관목표를 만드는데 20명이 넘는 사람이 3번 모였어요. 각자 정관에 들어갔으면 좋을 단어 여러 개를 생각해냈어요. 그렇게 모인 단어를 합의의 과정을 거쳐 문장으로 형성했어요. 어떻게 보면 정관목표는 금방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저희 정관목표도 그냥 보면 뻔한 소리일 수 있고 만든 과정을 소모적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어떤 집단이든 목표가 중요하지만 저희는 이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참여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하는 상을 만들어냈으니까요.
 
-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이며 2011년에 비해 0.7권 감소했다고 합니다. 점점 책을 읽지 않게 되는 사회에서 독서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독서량을 늘려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독서와 관련된 리서치를 할 때 많이 나오는 질문인데 저는 ‘왜 독서량을 늘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굳이 양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생각도 들고요.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굳이 책이어야 할까요? 그림, 음악, 말 한마디가 책읽기의 중요성을 대신할 수도 있어요. 양을 늘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책은 같이 읽으면 풍성해지는 책도 있어요. 한 권의 책을 일곱 명이 읽으면 일곱 권을 읽어낸 것이 되죠. 양보다는 질이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다독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새로운 사고를 열어준 대답이었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권을 읽더라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 더 나은 책읽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 한 권을 여럿이 읽는 책읽기 방식은 땡땡책협동조합의 정관목표와도 맞아떨어졌다.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짚을 수 있었던 답변이었다.
 
◇땡땡책협동조합 팸플릿 일부(사진=바람아시아)
 
- 팸플릿 활동소개 중에 땡땡이펍이 있는데 조금 더 알려줄 수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에요. 현재 우리나라에 책을 낼 수 있는 출판사가 굉장히 많아요. 상품성이 떨어져 출판에 탈락하는 책도 많고요. 상품성이 떨어지더라도 많은 사람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책이 있거든요. 그런 아까운 책들을 우리가 같이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으로 출판하게 되었어요.
 
지금까지 정식으로 나온 건 두 권이 있어요. 핵사고 이후에도 후쿠시마에 계속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과 연대하자는 내용을 담은「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와 노동조합을 파괴해서 돈을 버는 창조컨설팅이라는 기업의 문제를 비롯하여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현주를 보여주는「우리, 노동자로 살아가다」책이죠. 이처럼 자연스레 책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땡땡책협동조합이 제작한 책들(사진=바람아시아)
◇사무실에 진열된 친구 출판사 책들(사진=바람아시아)
 
- 땡땡책협동조합은 조합과 교류하는 출판사를 지칭하는 친구 출판사들과 협약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경로로 친구 출판사를 만들고 있으며 서로 어떻게 교류하는지 궁금합니다.
 
삼천 개가 넘는 출판사들 중에서 보통 작은 출판사와 업무 협약을 맺어요. 건강한 노동으로 책 만들기, 합리적인 배분 구조 등을 약속하면 그때부터 거래하죠. 물론 우리와 거래하지 않더라도 책을 팔수는 있겠지만 땡땡책협동조합과 협약하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예를 들어 친구출판사에서 노사갈등이 생기면 조합이 개입하여 건강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거죠.
 
- 팸플릿을 보면 책읽기 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적힌 활동 대부분을 하고 있어요. 땡땡책협동조합은 단순히 책을 읽고 개인적인 만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나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책만 읽는 것은 스터디로 해도 되는데 굳이 협동조합으로 만들 필요가 없지 않은가요? 우리는 처음부터 사회적인 활동도 같이 하자는 생각이었고 지금은 조합으로 사회에 개입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건드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주제가 있는 책 꾸러미(사진=바람아시아)
 
현재는‘주제가 있는 책 꾸러미’를 하고 있어요. 친구출판사의 책을 골라서 판매하는 거죠. 노동을 주제로 책을 뽑았어요. 10대 노동의 사례를 다룬「십 대 밑바닥 노동」, 일을 하다 죽어가는 노동자의 현장 이야기를 담은 「노동자, 쓰러지다」, 최하층의 사람들을 악마처럼 보이게 하는 불평등 사회를 담은 「차브」, 노동조합을 파괴해서 돈을 버는 창조컨설팅이라는 기업의 문제를 비롯하여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현주를 보여주는「우리, 노동자로 살아가다」이에요. 주목해야할 책은 있다고 생각해요. 땡땡책협동조합이 이렇게 주목받지 못한 책을 끄집어내는 일도 한다고 생각해요.
 
- 땡땡책협동조합만의 특별한 문화가 궁금합니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문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제안을 현실화시켜주는 문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저(=전유미)는 작년 6월, 7월에 국가가 청도 삼평리와 밀양에 송전탑 선로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할머니들의 땅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일과 관련된 일을 지켜보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밀양과 관련된 책을 읽는 행위로 무엇이라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저의 이런 생각을 조합에 전하자는 마음으로 광화문 거리에서 땅을 빼앗긴 밀양 할머니들과 삼평리의 이야기를 다룬 책 2권, <밀양에서 살다>와 <삼평리에 평화를>를 들고 광화문 거리에서 읽는 행동독서회가 처음으로 열리게 되었어요. 같이 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행동독서회가 만들어 진거죠. 머리로만 하는 생각들을 내놓았을 때 현실화시켜주는 힘이 땡땡책협동조합의 특별한 문화에요.
 
- 땡땡책협동조합은 어떤 점을 자랑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나요?
 
최근에 땡땡책 조합원이 있는 출판사에서 노동조합과 사측의 갈등이 첨예했어요. 그때 조합원에게 힘을 보태주자는 생각으로 피켓을 들고 지지했던 적이 있어요. 아침 일찍 시위를 했는데, 여러 명이 왔었고, 충청도에서도 땡땡책조합원이 올라와서 피켓을 함께 들어주었어요.
 
나중에 그 출판사에서 일하는 땡땡책조합원에게 신뢰할 만 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말을 들었어요. 신뢰하는 마음. 당연하지만 점점 사라지는 ‘신뢰’를 만들어 간다는 걸 땡땡책협동조합의 자랑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땡땡책협동조합으로 많은 사람에게 신뢰가 있는 관계망을 만든다는 생각이 드네요.
 
노동조건도 자랑할 수 있어요. 저희는 4시간 일해요. 4시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조합원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정하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기호철)는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많이 고민했어요. 그 결과, 자율성이 보장될 때 행복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죠. 시간보다 언제 어디서 일하는 것을 합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 좋아요.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노동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고에 충격을 주고 싶었어요. 모두가 4시간 일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4시간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헌신이라는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 땡땡책협동조합에서 활동하며 보람찬 점과 힘든 점이 궁금합니다.
 
보람찬 점은 노동조건이 마음에 들어요. 월급을 올려야겠지만 앞서 말한 노동시간과 같은 조건이 되게 좋잖아요. 또 신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과 조합이 정관목표에 맞게 가는 것이 보람차요.
 
힘든 점은 재정적인 부분이에요. 안정적이지 않으니 감정적으로 불안해질 때가 있는 거죠.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힘들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힘들어요. 유연하게 사고가 열리는 측면이 있지만 합의해서 무언가 만들어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요. 차이를 인정해야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이견이 나타날 때 행동은 머리를 쉽게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배우고 있죠. 숙제라고 생각해요.
 
 
땡땡책협동조합 노래 <책과 사람 사이>중에 ‘무기력한 흥분을 딛고 얻어낸/ 다채로운 무감각을 뚫고 움켜쥔/ 책과 사람 사이에 있는 무언가’라는 가사가 있다. 가사처럼 홀로 책을 읽으며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서로 연대하며 채우는 곳, 그곳이 땡땡책협동조합이 아닐까?
 
박지은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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