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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불평등의 A에서 Z까지
2014-10-28 08:16:28 2014-10-28 08:16:28
<불평등의 킬링필드> 예란 테르보른 지음 |  이경남 옮김 |  문예춘추사 펴냄
 
 
이 책은 불평등의 범주를 생명력 불평등/실존적 불평등/자원 불평등의 3가지로 분류한다. 불평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뤄 보겠다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불평등을 초래하는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불평등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역사적 통계를 들어 설명한다. 불평등에 대한 고발에 머물지 않고 객관적이고 통사적인 현상 분석을 통해 불평등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찰한다.
 
저자는 중국, 동남아, 라틴아메리카 등 중산층이 새롭게 태동하는 국가들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새롭게 세력화에 눈뜨는 이들 지역의 중산층이 미국과 서유럽을 대신해 전세계적 불평등을 타파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문성 : 역사학과 경제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자료를 제시한다. 곳곳에 등장하는 표와 그래프를 통해 저자의 논지를 파악할 수 있다.
 
▶대중성 : 역사책을 보듯이 술술 읽을 수 있다. 분량도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정도로 많지 않다. 책의 주제에 대한 선입견을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다.
 
▶참신성 : 불평등의 여러 측면을 다각도로 접근한다. 지역별, 국가별로 불평등을 계량화한 것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요약
 
저자는 불평등이 계급적, 경제적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수명까지도 좌우한다는 것을 각종 통계를 들어 설명한다. 20세기 들어와 각종 의료수단의 개선으로 인류의 수명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크다는 것이 확인된다.
미국에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됐던 1990년부터 2008년 사이에 대학졸업장이 없는 백인은 기대수명이 3년 줄었다. 구 소련이 붕괴되던 당시에도 극심한 불평등과 대량빈곤 발생에 따라 사망률이 급증했고, 이는 평균수명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 국가 내에서도 지역별로 평균 수명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런던의 중상류층 거주지역과 하층민 거주지역의 남성 기대수명 격차는 17년에 달한다.
 
인종적, 성적 차별을 뜻하는 실존적 불평등은 역사적 사건과 맥락을 같이 한다. 20세기 초반 러시아 혁명을 계기로 북유럽을 중심으로 가부장제가 쇠퇴했고, 세계대전 시기에는 인종차별/인종말살이 극대화됐다. 2차 대전이 끝나고 1980년대까지는 실존적 불평등이 전세계적으로 크게 후퇴했지만 1990년대 구소련 붕괴를 시작으로 또다시 민족갈등이 재연됐다. 남아프리카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는 와중에도 르완다에서는 대규모 인종학살이 일어나는 등 실존적 불평등은 다극화 추세를 보인다.
 
소득 불평등을 뜻하는 자원 불평등은 역사적인 발전양상을 충실히 따른다. 자본주의가 맹아단계를 거쳐 제3세계로 퍼져나가는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자원 불평등이 심화되는 추세였다. 이후 인도와 중국의 독립, 전세계적인 경제호황의 파고로 소득 불평등 곡선은 많이 완화됐다. 하지만 근래들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원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프리카 등지의 최빈국이 글로벌 경제발전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저자는 불평등이 사회적 구조물이며, 해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불평등의 역사는 직선적이지 않다. 꾸준히 개선되는 와중에도 지역적, 시기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단계도 적지 않다. 생명력 평등과 실존적 평등, 자원 평등의 사이클이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3개의 평등화 범주는 정치적/경제적 사건들과 맞물려 상호 연관성을 키우기도 낮추기도 한다.
 
저자는 현대의 불평등을 드러내는 세 가지 핵심 제도로 가족, 자본주의, 국가를 꼽는다. 불평등을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온 가족 제도는 점차 그 역할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남아시아와 중국 농촌지역,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가까운 미래에도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려면 노동권과 시민권을 지키려는 투쟁이 요구된다. ‘국가’와 ‘국민’이라는 개념은 시민혁명 당시 평등을 대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평등과 기득권을 옹호하는 보수적 성격으로 변질했다.
 
저자는 이 같은 불평등을 극복하는 원동력을 ‘21세기 중산층’에게서 찾는다. 신흥개발국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중산층은 기존 선진국 중산층들이 잃어버린 혁신적/진보적 성격을 내재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런 노력이나 희생없이 진보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신흥 중산층이 불평등에 맞서는 대안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서민과 연대하려는 정치적 각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책 속 밑줄긋기
 
“현재의 불평등은 숙명이 아니다.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완화시킬 수도 심화시킬 수도 있는 대상이다. “
 
“테크놀로지는 불평등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이며 아마도 주류 경제학에서는 가장 주도적인 요인일 것이다.”
 
“국가 내 불평등의 상층부는 일차적으로 자본 팽창과 자본집중이 그 추진력이고, 바닥에서는 가난한 사람을 계속 아래에 머물도록 하고 어떤 조치도 감수하도록 유순하게 만드는 정책이 불평등을 추진한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토마 피케티 저 <21세기 자본>
 
조지프 스티글리츠 저 <불평등의 대가>
 
 
손정협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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