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수도권 전략 부재
2024-05-20 06:00:00 2024-05-20 10:38:30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은 DGB대구은행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심의 독점체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iM뱅크(아이엠뱅크)'로 사명을 바꾸고 인터넷은행의 효율성과 오프라인 은행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비전으로 내놨으나, 수도권 공략을 위한 전략이 부재한 데다 디지털화도 모호하다는 평가입니다. 
 
수도권 전략 빠진 점포 확장
 
당장 대구·경북지역을 본사로 둔 대구은행이 개인 및 기업 고객이 몰린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 점포 200곳 중 179개 점포는 대구·경북 지역에 몰려있습니다. 수도권 점포는 9곳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중 수도권 점포가 가장 적은 하나은행 점포 수는 377곳에 달합니다.
 
대구은행은 영업구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수도권 및 충청·강원 지역에 영업점 14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중은행 전환 후 수도권 영업을 통해 이익창출 능력을 제고하고 이를 지역소재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당초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 확대 전략에 맞춰 수도권 첫 거점 점포가 개설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구은행은 강원도 원주에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강원도에 대구은행 지점이 없고, 대구·경북 및 수도권과 인접해 거점 지역으로서 입지가 유리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합니다. 원주 점포 개설 후에도 수도권 지역보다는 충청과 강원, 호남, 제주 4개 지역에 순차적으로 거점 점포를 개설합니다.
 
대구은행으로서는 전국구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 보다는 그 외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상장사 기준)의 본사 70% 가량이 수도권에 위치한 가운데 수도권 지역에 점포 확대 전략이 빠진 것은 의문입니다.  대구은행은 지역 기반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취지로 시중은행 전환을 인가한 만큼 점포가 넘쳐나는 수도권 지역에 거점 점포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전국구 은행이라는 이미지 제고와 시중은행과 다른 전략을 취하다보니 지방 거점 점포가 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각 지역 은행들을 인수·합병 후 전국구로 조직을 키워나간 것으로 대구은행과 출발 자체가 다르다"며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도 중요한 만큼 단기간에 지방은행 이미지를 벗고 소비자들에게 시중은행으로 다가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터넷은행에도 접근성 밀려
 
자본 규모 측면에서 시중은행보다 체급이 한참 떨어집니다. 대구은행의 1분기 자본총계는 4조8741억원입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후 대주주 DGB금융지주의 증자를 통해 5년간 7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증자 후 5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보한다 해도 5대 은행의 자본총계는 23조~36조원 규모로, 최소 20조원 이상 차이가 납니다. 대구은행 1분기 기준 총자산 규모 역시 79조6291억원으로 400조~500조원 규모인 5대 은행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대구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전국 거점 점포와 디지털 금융을 중심으로 효율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겠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디지털 전략을 중심으로 일제히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적 면에서도 카카오뱅크의 경우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112억원을 기록했는데, 대구은행의 1195억원과 별 차이 없습니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디지털 경쟁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구은행 앱 이용자 수는 1분기 기준 195만명에 불과합니다. 카카오뱅크 고객 수가 230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이 채 안됩니다. 기존 시중은행들까지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만 골라 빠르게 벤치마킹하며 경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대구은행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구은행은 자체 모바일 채널(앱) 고도화와 외부 플랫폼과 제휴 확대 등을 통해 고객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해 낮은 금리 상품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복안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초창기 편리함을 내세워 성장한 후 이렇다한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대구은행이 어떤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봤습니다.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은 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시중은행과의 자본 차이·인터넷전문은행과의 인지도 및 접근성 차이를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대구은행)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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