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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난폭한 시대, '기레기'로 사는 비애
2014-06-17 13:55:05 2014-06-17 13:59:32
힘들다. 기자라는 직업. 만만한 일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기는 하나, 요즘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느껴지는 적 또한 없다.
 
'기자'와 '쓰레기'를 조합해 이렇게 입에 착 붙는 합성어를 ‘창조’해낸 이가 과연 누구인지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이 말이 인구에 회자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도 아프고 불편하다.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깊고 날카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자를 향한 질책과 비판의 시각도 시각이지만, 본인이 생업으로 삼고 있는 일이 사회적으로 이토록 비하되는 분위기를 개선해나갈 지혜나 열정이 샘솟기 보다는 필자 스스로도 자책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유구무언의 긍정이 더욱 속이 쓰리다.
 
필자는 기자를 전문직 종사자라고 생각하고,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취재를 잘하고 기사를 잘 쓰는 기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작성하며 나름 위험한 순간들도 겪었다. 취재를 더 잘하려다 보니 부딪히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내가 쓴 기사 때문에 분노하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앓이도 적잖이 했다.
 
더 타당한 분석과 엄정한 시각을 바탕으로 더 정확하고 깊이 있는 팩트를 담아서 공익에 기여하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고자 고민해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쌓아온 언론인으로서 자부심과 내공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기자 아닌 누구라도 쉽게 소식을 퍼뜨리고 제 견해를 다중에게 거침없이 표출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개인적인 의견' 또는 '헌법에도 보장된 표현의 자유'라는 방어막을 치고 쏟아내는 말도 안 되는 말들로 인해 우리 사회에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를 않는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무분별한 주장들이 난무하고, 모호한 양비양시론(兩非兩是論)으로 바른 판단을 유예해버리는 무책임한 글들이반복 재생산되며 지금 한국사회를 점점 더 난폭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옳은 것에 대한 신념,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판단력으로 기자정신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제대로 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는 것만이 기자로서 이 난폭한 시대를 헤쳐나갈 방도다. 과연, 언제쯤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김종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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