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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재난에 대처하는 한국과 미국의 자세
2014-05-08 13:53:57 2014-05-08 13:58:09
"엄마, 무서워(Mama, I’m so scared)"
"안녕 엄마(Goodbye mama) 토네이도가 바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어(It's heading right for me)"
 
미국을 덮친 토네이도로 목숨을 잃은 대학생 제프리 헌터가 당시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시속 320km에 달하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 중남부 지방을 강타했다. 미시시피주, 테네시주, 앨라배마주 등 3개주가 초토화되고, 가옥 수만 채가 파손돼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됐으며, 현재까지 사망자가 4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방송국이 세월호 희생자 구조작업에 관한 뉴스를 방송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도 토네이도로 슬픔에 잠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재난에 대처하는 두 정부의 대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올 들어 가장 강력한 토네이도가 미국을 강타하자, 미국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즉각 가동됐다.
 
필리핀을 방문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첫 피해를 보고받은 직후 정부의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연방재난관리청(FEMA-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청장을 아칸소주로 급파해 현장에 필요한 게 뭔지를 파악하고, 피해 지역 주민에게 위로와 함께 연방 정부 차원의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가 귀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일이었다. 현장에서는 FEMA의 지휘 아래 국방부를 비롯한 중앙 부처와 주 정부가 유기적으로 구호 활동을 펼쳤다.
 
토네이도에 대처하는 미국의 대응은 신속하고 치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재난에는 항상 정부에 대한 원망이 따라다니기 마련이지만, 미국에서는 어디에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피해주민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FEMA가 나섰으니 이제 됐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해외에서도 재난 상황을 지휘하고, 연방정부에서 지방정부까지 촘촘히 짜여진 재난관리시스템이 긴박하게 가동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재난구조시스템은 각 기관들의 협조는커녕 허둥대기만 할 뿐, 초기 대응부터 구조활동까지 일사 분란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된 인명 이외에 생환자 0명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 원망과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사고 발생 13일이 지나서야 나온 대통령의 사과는 장관들과 회의석상에서의 발언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간접 사과', '뒷북 사과'라는 비난이 일었다. 급기야 석가탄신일인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두 번째 사과를 했지만, 역시 직접 사과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반응은 차가웠다.
 
"남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 문제를 바로잡고, 그로써 우리가 사는 곳을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제가 남 탓을 할 수 없는 까닭은, 제가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2009년 12월25일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승객 278명을 태운 여객기 폭탄 테러 미수 사건이 일어났을 때 했던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내용은 계속 논란을 유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인다.
 
국민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듣고 싶어한다.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꽃다운 어린 생명들을 차가운 바다 속에 가라앉게 만들었다는 죄스러움과 분노가 뒤엉키며 가슴이 먹먹하고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대한민국이 이정도 국가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도 멈출 수가 없다.
 
비단 필자 혼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럴 것이다. 우리 정부는 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취해지든 국민의 신뢰 회복엔 분명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외신에서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은 과거 창경호, 남영호, 서해훼리호 침몰 등 대형 사고에서 교훈으로 얻은 게 없다고 지적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도 못고치는 대한민국. 이번 세월호 참사의 비극이 던지는 교훈은 좀 다를까.
 
세월호 희생자의 영전에 '신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세상'에서의 영면을 기원한다.
 
김선영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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