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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넘치는 렌탈, 소비자는 없다!
2014-02-28 17:32:50 2014-02-28 17:36:43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렌탈이 넘쳐댄다. 정수기, 연수기, 매트리스, 비데, 가스레인지 후드, 안마의자까지. 그 종류는 다 헤아리기도 힘들다. 가정 내에서 관리하기 번거롭고, 가격도 나눠 낼 수 있어 소비자로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공급자인 기업에게도 렌탈은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초기 큰 규모의 투자비용이 투입되지만 고정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수년의 약정기간 동안 안정된 수익이 발생한다. 꾸준한 현금흐름이 보장되면서 이보다 '바람직한' 사업군은 찾기 힘들다. 렌탈은 구입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가가기 편하다. 
 
특색있는 제품으로 렌탈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소위 '대박'을 치면서 너도나도 렌탈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관리가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정도의 제품을 들고 나와서 '이제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면서 1-2만원대로 '편리함'을 경험하세요'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렌탈제품군 중에는 실제로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가정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적지 않다. 인터넷 검색창에 '필터'를 치면 정수기 필터나 공기청정기 필터를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그 요령도 간편하게 안내돼 있다.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렌탈 안마의자도 원래는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제 하에 렌탈이 이뤄졌지만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상황에 맞춤형으로 적용됐다.
 
상황이 이쯤 되니 렌탈과 할부가 다를 게 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업체가 광고하는 만큼의 잔고장이 생겨나지 않고, 섬세한 전문가의 관리가 필요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기업은 덩치를 계속 늘리면서 렌탈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창조해 낸다. 더 많은 소비를 권장하는 메카니즘에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렌탈을 강요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렌탈을 위한 렌탈은 사회적 비용만 키운다. 가계 입장에서는 이유 모를 고정비 상승의 원인이 된다. '소비를 위한 소비'에 현혹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위를 둘러볼 때다. 미국의 경제학자 스콧 니어링처럼 모든 문명을 버리고 시골로 들어가 자급자족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편리한 것은 취하되 쓸데 없이 과장된 소비를 유발하는 일부 렌탈 제품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고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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