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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이상 노인자살 급증"
"가족제도 변화 및노동시장 이탈 탓"
"보편적 노후보장제도 확충해야"
2014-02-18 10:49:42 2014-02-18 10:53:51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우리나라 자살률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체 자살자 중 노인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법래 자살과 학생 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은 18일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자아의 위기와 한국 자살발생의 인구학적 구조 변동'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통계청의 지난 1983년부터 2011년까지 약 30년간 사망 데이터를 5년 단위로 나눈 뒤 각 인구 집단의 10만명당 자살률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시기와 연령대별로 측정하는 파이(PAI) 지수로 분석했다. PAI의 숫자가 커질수록 전체 연령 내 특정 인구 집단의 자살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분석에 따르면 70~74세 남성의 PAI 값은 1980년대 초반 0.00을 기준으로 2005~2011년 3.85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75~79세는 같은 기간 8.25, 80세 이상의 경우 14.02까지 늘었다. 65~69세도 -0.82~0을 기록하다가 2000년대 들어 0.23~0.43을 나타냈다.
 
여성도 75~79세 인구 집단부터 양의 값을 갖기 시작해 같은 기간 4.48, 80세 이상의 경우 12.45를 기록했다.
 
반면 다른 연령대의 경우 음의 값을 유지했다. 남성의 경우 2005~2011년 사이 10~64세의 자살률 비중은 -5.62~-0.16을, 같은 기준으로 여성은 -4.0~-0.31의 값을 갖는다.
 
이는 전체 자살자 중 70~7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보다 30년간 급격하게 늘었다는 의미다.
 
노 연구원은 "전통적인 가족제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 성취 중심적 문화가 확대된 가운데, 노동시장 이탈로 인한 정체성 위기를 일차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년층 이후 세대의 자살률이 상승하는 인구학적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높은 자살 발생률을 나타냈으나, 2005년 이후부터는 노인층 자살률의 변화가 둔화됐다"며 "이는 노년층 자살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정황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사회의 자살은 발생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비정상적으로 높고 수십 년간 증가 추세라는 점에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며 "경제적 지위 상승을 최고의 가치로 주입하면서 사람을 정체성의 위기로 몰아넣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노후보장과 관련한 제도의 미발달은 위협의 크기를 더욱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크다"며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예측지 못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보다 보편적 차원의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3년부터 2010년까지 약 30년간 우리나라의 연령별 자살발생 구조. 왼쪽은 10만명당 자살자 수의 변화이고, 오른쪽은 전년대비 자살률의 변동 수준이다. 자살률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꾸준하게 증가했다. 특히 노년층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자료=노법래 자살과 학생 정신건강연구소 연구원,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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