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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일방적 게임중독법 추진..개발자·학생 'NO!'
2013-10-31 17:40:10 2013-10-31 17:43:43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전후반전을 다 치르고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한 편의 축구경기와 같은 중독관리법 토론회가 펼쳐졌다.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실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이 후원한 ‘중독없는 행복한 사회 실현을 위한 4대중독예방관리제도 마련 토론회’가 개최됐다.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포함시켜 국가가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이하 중독관리법)’ 제정을 위해 마련한 토론회로, 시작 전 찬성 측 패널이 압도적으로 많은 일방적인 경기로 점쳐졌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게임업계 종사자와 고등학생까지 토론 막판 등장해, 법의 부당함을 알리는 반대 측 의견도 다수 나왔다.
 
◇전반전,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입법추진 분위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을 살펴보면 중독관리법에 게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참석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토론회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한 사람의 숫자로 따지면 찬성 측 11명에 이르렀지만, 반대측은 4명에 불과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신의진 의원과 축사를 맡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최영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비롯해 각 섹션의 사회와 좌장을 맡은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경희 정신간호사회 회장,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등은 모두 법안 찬성 측으로 구성됐다.
 
또 1부 토론 주제 발표를 맡은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도 찬성의견을 밝혔으며, 지정토론에 나선 6명 중 절반이 중독관리법에 게임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약 6.7%인 333만명이 외래치료가 필요한 알코올(218만명)·인터넷게임(47만명)·도박(59만명)·마약(9만명) 중독자들로 지금 당장 보건의료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더 문제는 알코올 중독자가 인터넷게임에 빠지고, 인터넷게임 중독자가 도박에 손대는 등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할 법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게임중독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중독에 고통하고 신음하는 분들을 치유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신의진 의원이 토론회 시작 전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후반전 PC방업자, 게임개발자, 고등학생 분전
 
이에 반해 중독법 입법에 반대의견을 밝힌 참석자는 남경필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승재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이사장, 이수명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등 4명에 불과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2006년 중국도 게임을 전자 헤로인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려 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자율규제로 노선을 변경했다”며 “게임을 마약•알콜•도박과 같은 도박물질로 분류해서는 안되며, 가정에서 게임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논리를 반복하며 다소 맥빠지게 전개되던 반대 측의 논리는 토론 30여분을 남겨두고 불이 붙었다.
 
특히 PC방 소상공인 생존권연대의 한 회원이 지정토론 시간에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난입한 이후 게임업계 종사자와 고등학생 등 일반시민들의 중독관리법 제정 반대 의견이 연거푸 제기됐다.
 
한 게임 개발자는 “정부가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이후 대기업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거푸 포기하면서, 지난해 엔씨소프트에서는 수백명의 개발자들이 퇴사할 정도로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며 “왜 게임산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일반 개발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으로 밝힌 한 학생은 “지금 중독관리법을 말씀하시는 분들은 정신과의사나 학부모 단체들이다”며 “게임의 부정적인 면만 보시려는 분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 같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토론 좌장으로 나선 기선완 정신과 교수는 “이 자리는 게임을 포함한 중독물질을 관리하는 ‘중독관리법’을 다루는 자리지, 게임이 중독물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자리가 아니다”며 “법에 대한 내용만 말하라”며 반대 측의 문제제기에 선을 그었다.
 
◇토론회 도중 '중독법 추진반대' 플래카드를 펼치려던 한 PC방 소상공인 생존권연대 회원이 끌려나가고 있다(시진=최준호 기자)
 
◇추가시간, 신의진 의원 “업계의 염려인정, 반대의견 듣겠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신의진 의원은 중독관리법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면서도 그 동안 여성가족부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실무 부서에서 무분별하게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를 진행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했다.
 
신의진 의원은 “오늘 토론회 이전까지는 게임업계가 지나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각 정부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규제를 추진해 온 것에 대해서는 정부를 대신해 게임업계에 사과를 하겠다”며 “실효성도 없고 비과학적인 규제에는 나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과학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업계가 예측 가능한 법과 제도를 만들겠다”며 “반대 측 의견을 가지신 분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을 꼭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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