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듣기에도 따듯한 느낌을 주는 속칭 `사회적경제`가 뜨고 있다. 정확한 뜻도 아직 정의되지 않았는데 최근 몇년 사이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고 있다. 기존 경제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부조리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며 자발적인 참여경제를 추구하겠다는데는 공감하지만 `사회적경제`가 그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시각을 같이 들여다보며 이 시스템의 쟁점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아울러 세계 경제위기 이후 일련의 꿈틀거림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커피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벌겠단 생각은 처음부터 아니었어요. 제가 관심 있는 것은 소통, 저는 누구나 편하게 카페에 오고 갔으면 좋겠고 여기 와서 뭐든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프리랜서 PD 김지언(39)씨. 김씨는 외주제작사를 통해 TV 방송용 교양, 오락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한다.
동시에 그는 2년 전부터 서울 창전동에서 '오피스커피'라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1인2역을 하다보니 머리 속엔 늘 일 생각이지만 일 자체가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씨가 운영하는 '오피스커피'는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르다. 아크릴공장을 개조해 만든 2층짜리 카페는 사람들에게 커피와 간식을 파는 곳이자, 개인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의 연습공간으로 쓰이고, 마을주민들이 소소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공연장이나 전시장이 되기도 한다.
사진제공: 오피스커피
지난 11일 방문한 '오피스커피' 2층엔 북아트 디자이너, 밴드 뮤지션, 사진작가, 연극무대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었다.
여기서 나온 작품은 카페 손님에게 소개돼 판로를 찾고, 예술가들은 인근 주민을 참여시켜 '인문학 콘서트'를 열거나 아이들을 위한 강좌를 여럿 개설해 '재능기부'를 한다. 카페는 일종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세상엔 많고 많은 뮤지션이 있지만 개중 살아남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기획사에 속해 있지 않으면 혼자서 살아남는 게 더 어렵습니다. 다른 예술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기획사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목적 아래 수익을 뽑아내려 하는 데잖아요. 그냥 순수하게 공연을 하고 싶고 순수하게 음반을 만들고 싶은데 전부 돈이 든단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는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자신의 역할을 "판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과 연대해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한다'는 점에서 수익을 좇는 유통대기업 카페와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공연 예산 때문에 카페 운영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한 상태이지만 '그들'에게 도움되는 일이 '나'에게도 이익을 남길 것이라는 김씨의 믿음은 확고하다.
사진제공: 오피스커피
김씨는 '이윤' 대신 '신뢰'를 강조했다. 이윤에 집착하지 않으면 공익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연대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카페협동조합', '문화예술인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스터디' 중이라고 밝혔다. 뜻을 이루진 못했지만 지난 4월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에도 응모한 일이 있다. 카페를 '동네휴게소', '감성충전소'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계획은 변함 없다.
삶의 방식을 그렇게 정한 건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도 '회사원'으로선 헛헛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업 특성상 홀로 문화예술에 몰두하는 이들의 처지를 알고 있는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연대의 가치야말로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 오피스커피
김씨처럼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달 말 기준으로 기획재정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협동조합 1461개가 설립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지 7개월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기업도 600개를 넘었다.
단적 사례이지만 세간의 무게추가 어디로 이동 중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협동조합연구소와 희망제작소가 지난해 12월1일부터 올해 2월15일까지 서울시에 신고, 수리된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조합 설립 동기를 물은 결과 전체 68%가 "사회적 약자로서 조합원의 권리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설립"했다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 실현"이란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답한 곳도 15%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관건은 조합 혹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아직은 이익을 내는 곳이 많지 않고 정부나 지자체의 재원에 의존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윤리'를 앞세운 운영방식의 한계가 있는 데다 덩치를 키우기엔 시스템 자체가 아직 맹아단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증 사회적기업의 매출액은 2007년 464억원에서 2011년 5212억원으로 10배 넘게 커졌지만 2011년 인증 사회적기업을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낸 곳은 전체 14.1%에 그쳤다.
김지언씨는 "소자본이 모였을 때 얼마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성공사례만 부각하거나 지나치게 실패사례만 부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단순히 숫자 갖고 하는 게임으로 볼 건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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