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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균신' 신하균, 시청률 고전하는 까닭은?
2013-05-03 14:52:04 2013-05-03 16:15:53
[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최근 한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신(神)'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게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름과 성을 바꿔 부르는 언어유희식 칭찬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개그맨 신동엽이 예능MC로서 다시 전성기를 맞자, '예능의 신'이라는 의미로 붙여준 '동엽신'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연기 분야에서 또 다른 신이 바로 신하균, '하균신'이다.
 
지난 2011년말 그는 KBS 의학드라마 '브레인'을 통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충무로를 주무대로 활동하다 무려 8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그저 '연기 좀 잘하는' 배우라는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대중적 인기까지 끌어 모으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 같은 성공 후에 이어지는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한 일. 더군다나 '브레인'에서 맛보기로만 보여준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하니 안방은 즐거움과 설렘으로 떠들썩했다.
 
지난달 4일 첫방송한 SBS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하 '내연애')에서 그는 예상 대로 '멜로도 되는' 매력적인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팬들의 '하균앓이' 역시 변함이 없다.
 
그런데 여성 시청자들의 반응과 달리 드라마는 시청률 면에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첫 방송 시청률이 7.4%(닐슨 코리아 기준)를 보인 뒤 줄곧 한자릿수대에 머물고 있다. 지상파 수목극 분야에서 꼴찌 성적이다.
 
(사진제공=SBS)
 
◇'대물'과 '내연애'의 차이
 
신하균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를 내세우고도 '내연애'가 신통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를 정치와 로맨스의 불균형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내연애'는 보수당과 진보정당 초선의원의 비밀연애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주인공들이 정치인이고 국회가 주요 배경이 된다는 점을 들어 정치 드라마가 되지 않겠냐는 시선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로맨스가 주가 된다는 것이 강조됐다.
 
바로 이 지점에 '내연애'의 시청률 고전의 이유가 숨어 있다는 설명이다.
 
신하균과 이민정의 로맨스를 기대하고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내연애'에서 등장하는 정치적 에피소드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내연애'가 로맨스 드라마를 표방하고도 정치적인 내용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실제 여의도 국회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활동 등 드라마의 배경과 설정이 현실 정치와 매우 근접해 있다.
 
남녀주인공의 달콤한 로맨스의 매력에 빠져들고자 하는 시청자들에겐 어렵고 따분한 정치 이야기는 그저 전개를 늘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느껴진다. 주요 갈등이 정치적 성향의 차이라는 큰 맥락만을 보여주고 멜로에 좀더 힘을 실어주는 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화제가 됐던 드라마 '대물'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드라마 평론가 권경률씨는 "드라마 '대물'은 주인공이 힘없는 자들을 위해 정치를 바꾸겠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식으로 정치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했고, 거기에 로맨스는 양념처럼 들어갔다. 하지만 '내연애'는 멜로를 강조하면서도 정치적 에피소드를 상당히 많이 삽입했다. 드라마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와 국회의원의 간극
 
'내연애'가 시청률에서 빛을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주인공의 직업을 꼽는 이들도 있다.
 
신하균에게 화려한 복귀 신고식이 되었던 '브레인'은 바로 흥행불패를 자랑하는 의학드라마였다.
 
여러 전문직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 선보여지고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뤄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을 싣게 되는 의학 드라마는 보편적인 인기를 얻기 쉬운 장르이다.
 
등장인물들이 난해한 어학용어를 구사해도 이는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루는 인간의 근원적인 모습과 에피소드가 핵심인 것이고, 이는 누구든 일상에서 한번쯤 겪게되는 너무나도 친숙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반면 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적 소재들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데 있어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충무로의 단골 소재인 형사 이야기와 같이 흥행을 보증할 수 있는 예가 많지 않다.
 
그런데 '내연애'는 한국에서 사회비판과 풍자의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정치인, 그것도 국회의원을 멜로의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니 되레 어쩡쩡한 드라마가 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의사 신하균과 국회의원 신하균이 주는 매력의 간극만큼 시청률 격차도 벌어지는 셈이다.
 
아무리 연기 잘 하는 연기신도 소재와 에피소드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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