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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업때리기 곤란" 對 박지원 "자성부터 하라"
2012-07-16 13:29:07 2012-07-16 13:30:09
[뉴스토마토 김기성·박수현기자] 재계와 민주통합당이 16일 정면충돌했다. 주제는 역시 '경제민주화'였다.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정경유착 아냐"(박지원 원내대표)라는 농담으로 시작된 이날 면담은 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벗고 양측 간 미묘한 신경전의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먼저 박지원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통해 재계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지금 시대화두는 경제민주화"라며 "특히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3대 기치를 들고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으려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사명에 대해 일부 경제단체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정치권에 불만을 말하는데 유감"이라며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잘 사는 경제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어조는 곧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 경고로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양극화, 그렇다고 대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아니다"며 "왜 우리나라 대기업은 미국의 워렌 버핏, 심지어 구라파의 대기업 오너들도 자기 세금을 올려 달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 정부는 (재계 요청을 받아들여) 부자감세를 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서민이 붕괴되고, 중산층이 없어지고, 국민이 파타나면 대기업 상품은 누가 사주겠느냐. 국민이 건강해야 대기업도 건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가 발언 중간 "재벌들이 골목상권을 완전히 잠식하고 있다", "재벌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생각할 수 없다", "남산에 올라가서 야경을 보면 네온사인에 비친 모든 빌딩은 대한민국 10대 재벌의 소유" 등의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낼 때마다 재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일쑤였다.
 
박 원내대표는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경제민주화를 위해 이번 임시국회는 물론 9월 정기국회에서 법과 제도를 완전히 정비하는데 총력을 경주하겠다"며 "대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제가 쓴소리를 했더라도 국민의 소리라고 이해해 달라"며 기나긴 공세의 마침표를 찍었다.
 
눈치를 보던 재계가 반격에 나섰다. 입법권에 대한 부담 탓인지 반격의 수위는 조절됐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모르는 바는 아니나 세계경제가 어려워져서 기업들도 굉장히 불안한 즈음에서 민주당이 난국을 어떻게 잘 극복할 것인가 고민했으면 한다"고 맞받았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보다 직접적으로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지나치게 기업을 때리기 하는 식으로 비쳐지면 국민들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증세와 관련해 개인 소득세를 늘리는 것에 대해선 크게 반대 안 한다"면서도 "법인세 부분은 글로벌 경쟁 입장을 생각해 증세보다는 감세, 최소 현행 유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여러 대책이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취득세 감면 등 부동산 대책에 대해 깊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너무 지나친 경제민주화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좀 걱정"이라며 "재벌 해체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합리적 수준에서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개발언에서 제기된 재계의 역공에 박 원내대표가 제대로 화가 났다.
 
그는 "과연 대기업들이 국민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해 왔는지 자성이 먼저 뒤따라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이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불공정하도급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87석의 의석이 아니라는 것을 재계에서 이해해 달라"고 경고했다. 127석을 갖춘 제1야당의 달라진 위상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뼈 있는 한마디였다.
 
박 원내대표는 또 "우리경제가 나쁘더라도, 이것을 핑계로 경제민주화를 뒤로 미룰 수 없다"며 재계의 오랜 논리를 일축했다.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했다. 야당과 재계 표정이 엇갈린 '경제민주화'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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