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1년도 안 돼 민주당 헤게모니를 둘러싼 전선이 형성됐습니다. 시작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었습니다. 8월 전대를 생각하면 대립은 보다 격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8월 선출될 당대표는 차기 총선 공천권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는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천이 생명줄과도 같은 의원들 속성까지 고려하면 8월 전대는 그야말로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8월15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국민임명식 '광복 80년,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다' 행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 이재명’ 논란도 더해졌습니다. 아직 실체가 분명치는 않지만, 이들의 성향은 중도 내지 합리적 보수이자 정치 고관여층으로 보입니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국민의힘에 진절머리를 느끼고, 대신 효용의 가치로 이재명을 새로 평가하고 지지하는 그룹으로 분류됩니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이는 분명 외연 확장입니다. 이들과 기존 이재명 지지 그룹을 구분 지을 특정한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발견됩니다. 강성일수록 일종의 '빠',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교조주의 성향을 보입니다. 피아 구분이 명확합니다. 무엇보다 반이재명에게는 내·외부 가리지 않고 적대적 성향을 드러냅니다.
이들을 보며, 과거 문파로 불렸던 문재인 추종 세력이 떠오릅니다. 이들은 문재인 집권 초,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라며 대통령 문재인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이 같은 지지는 문재인 입장에서 강력한 든든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우 위험한 신호로 인식했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절차가 빠졌습니다.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췄다면 이 같은 구호를 전면에 내걸지 못했을 겁니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딱히 이들의 집단행동을 막지 않은 문재인 청와대에 있습니다.
때문에 문파가 개딸을 욕할 자격은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지, 문파건 개딸이건 배타적 성향은 같습니다. 각각 반문, 반명에게는 이빨을 드러내다보니, 의원들을 비롯해 한 자리 노리는 사람들은 죄다 내가 더 친문이요, 내가 더 친명이요 줄서기 충성 경쟁을 벌였습니다.
특히 문파의 경우, 비주류이자 변방 이재명을 대하는 천박한 인식도 드러냈습니다. 힘 있는 자의 집단 따돌림이었습니다. 친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노무현도 비주류이자 변방이었는데, 문재인은 주류였습니다. 노무현의 희생이 주류 문재인의 기반이 됐습니다.
이쯤 되면 진정한 지지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집권까지 동일체로 동행했다면, 집권 이후부터는 감시자, 비판적 지지자로 역할을 달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대통령 이재명에 대한 무조건적 엄호가 아니라 혹시 모를 실정을 예방할 감시자가 되는 것이 진정한 도우미 역할일 수 있습니다. 지지 그룹의 견제와 감시는 정부 스스로의 경계심과 자정능력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합니다. 진정한 동행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다시 계파 간 전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친명이냐 친청이냐. 친명이냐 친문이냐. 분명 이들 사이에는 앙금이 있습니다. 먼저, 친노와 친문은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친노 그룹 전체가 친문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과거 정동영의 배신을 똑똑히 기억하는 친노의 감정에, 정동영 팬클럽을 이끌었던 이재명에 대한 반감이 친문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 논란도 더해졌습니다.
친문은 이재명을 못마땅해 했고,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이재명이 아닌 이낙연과 정세균을 지원했습니다. 문재인 역시 이재명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이재명이 20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음에도 문재인은 곧바로 이재명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로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윤석열과의 피 말리는 대선 레이스 속에 이재명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수차례 정부에 요청했지만, 문재인은 홍남기로 하여금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거절케 했습니다. 송영길은 이 때문에 대선에서 석패했다고 해석합니다.
문재인도 집권 초 지금의 이재명처럼 높은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총선과 지방선거도 압승했습니다. 그러나 정권을 내줬고, 그 원인 중 하나는 분명 정권 핵심부에 흐르는 반이재명, 이재명 비토 정서였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윤석열 1심 선고가 난 지금이 이 앙금을 풀 기회일 수 있습니다. 문재인의 대국민 사과가 요구됩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마지막까지 윤석열을 감싼 것은 대통령 문재인이었습니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통해 위로부터의 내란을 획책했고 아직 1심이지만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를 검찰총장에 중용한 내 책임이 크다. 윤석열의 항명으로 시작된 분란도 조기에 정리하지 못했다. 이것은 그가 대선후보가 되는, 대통령이 되는 가장 큰 자산이 됐다. 나의 실책이 자칫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크게 퇴행시킬 수 있었다. 뼈저리게 반성한다."
이 정도 메시지는 내놔야 옳습니다. 김어준과 함박웃음을 주고받으며 형님, 동생 할 때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재명에 대한 미안함도 전해야 합니다. "이재명을 인정하지 않았고. 응원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솔직한 마음으로, 후회하는 심정으로, 묵은 앙금을 걷어내는 시작에 나서야 합니다. 문재인만이 할 수 있고, 또 문재인이어야만 합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명도 이를 용서와 화해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민주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가 물려준 빚이 많다 해서 새로운 호적을 원하지 않듯이, 이재명도, 그 지지 그룹도 못난 아비 문재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이 정통성입니다.
과거 노무헌은 DJ가 아들 문제로 집권 말 추락을 거듭함에도, DJ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겠다며 차별화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공은 더욱 발전시키고, 과는 반면교사로 삼으면 될 일입니다. 연장선에서 이재명이 문재인을 끌어안으며 더 큰 정치를 보이면 됩니다.
링 밖의 선수들, 유튜버들도 더 이상의 갈등 조장을 멈춰야 합니다. 갈등과 분열을 돈벌이와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삼는 행태에 분노를 느낍니다.
이재명 지지층과 이들을 기반으로 한 스피커들의 주적이 된 김어준과 유시민을 봅시다. 과연 이들이 배척 대상입니까. 정청래 연임에 뜻을 모으고, 조국까지 포함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반명의 수괴? 나가도 너무 나간 것 같습니다.
물론 김어준과 유시민도 비판받아야 할 지점들이 있습니다. 막강한 대중적, 특히 민주당 당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의도한 방향으로 정치를 끌어가려는 점은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궤변으로 얼룩진 선민의식도 비판 대상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공마저 없었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레거시를 능가하는 대중적 흡입력을 바탕으로 저항과 결집의 구심점이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재명도 분명 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김어준 앞에서 조아리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있습니다. 헌법기관임에도 김어준 앞에만 가면 고양이 앞의 쥐 마냥 얌전해집니다. 소신을 감춘 채, 김어준의 방향에 동의하기 바쁩니다. 이는 김어준 영항력을 확대 재생산하고, 다시 김어준 앞에 가면 작아지는 악순환을 낳았습니다. 김어준의 영향력을 경계한다면, 민주당 의원들부터 종속관계를 끊어내야 합니다.
김어준과 유시민을 공격하는, 마치 연합군의 모습을 보이는 다른 중소형 채널들도 그 공격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솔직해져야 합니다. 이재명과 민주당을 위해서라면서,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맞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김어준을 비난하면서 김어준의 영향력을 꿈꾸고, 또 김어준의 영향력이 주어진다면 김어준보다 더할 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권력은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이재명이 힘을 잃고 국민적 지지가 약해지면, 지금 친명을 내세우는 이들 중 과연 몇이나 이재명 곁을 지킬지 의문입니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에서 최전선에 서며 정청래에게 칼을 겨눴던 이언주는 어떨 것 같습니까. 사실, 우리 모두 답을 알지 않습니까.
내란의 폐허 속에 등장한 이재명정부입니다. 정상화에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때입니다. 게다가 기대 이상으로 대통령이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도 지지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당이 다른 논쟁으로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습니까.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쯤에서 서로들 자중하고 진심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 그 시작은 문재인이어야 합니다.
문 어게인? 가당치도 않은 말이지만, 오해와 억측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낳은 잘못을 반성하고, 이재명과 그 지지층에게는 과거 함께 할 동지보다 불편한 존재로 여겼던 그 미안함을 전해야, 지금의 오해와 억측도 비로소 풀립니다.
친명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다음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해야 다음도 있는 법입니다.
끝으로 이재명의 말을 전합니다.
“세상에 나하고 다른 것 다 골라내면 나중에 자기밖에 안 남는다.”
편집국장 김기성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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