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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영리목적 변호사 겸직 금지해야"
박희태 전 국회의장 수임료 계기로 논란 재점화
2012-02-14 18:09:12 2012-02-14 18:09:23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나가기 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받은 2억원의 수임료 중 5000만원을 돌려준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전 의장이 라미드그룹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2008년 2월 당시 17대 국회의원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사건을 맡아 수임료를 받은 것이다.
 
박 전 의장은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출신으로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 부산고검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고위 법조인이다.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이른바 율사출신 의원들의 변호사 겸업이 박 전 의장 사건과 맞물려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과 변호사 업무의 겸직이 변호사법이나 국회법 등 관련법규에 저촉되지는 않지만 국회의원의 본 업무인 의정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국회의원이 영리적인 목적으로 겸직을 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변호사 겸직 금지하는 법조항 없어
 
변호사법 제38조 1항은 '변호사는 보수를 받는 공무원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이 법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해당조항에는 '다만,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 의원 또는 상시 근무가 필요 없는 공무원이 되거나 공공기관에서 위촉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규정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현행 변호사법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가 국회의원이 되더라도 사건수임을 막거나 개업을 막고 있지 않다"면서 "국회의원 같은 경우 사건을 직접적으로 수임하는 경우는 적지만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9대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 변호사 A씨는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면서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겸직을 막는 법을 의원들이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영리활동보다는 의정활동에 힘써야"
 
율사의원들의 변호사 겸직과 관련, 정계나 법조계 인사들은 겸직을 통해 영리활동에 공을 들이기 보다는 의정활동에 먼저 힘써야한다고 지적했다.
 
앞의 A씨는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의 신분으로서 직무에 충실해야한다. 다른 영리사업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변호사를 겸직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황영민 간사는 "의정활동의 충실성이라는 측면에서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에 충실해야하는데, 겸직을 하게 되면 본연의 역할보다는 다른 일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황 간사는 이어 "여러 가지 정보들이 국회 내에서 유통이 되고, 이것을 의원들이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받게 된다"면서 "변호사로서 영리활동을 하면 의원들이 중요한 정보를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받는 피감기관에 대해 냉정해야한다"면서 "겸직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이해관계가 피감기관과 얽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변호사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임을 받는 것은 소속 변호사협회의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리목적 변호사 겸업, 불허해야"
 
정계나 법조계에선, 보다 직접적인 차단 방법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국회의원의 겸업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황 간사는 "원칙적으로 겸업을 불허해야 한다"면서 "상임위 차원에서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겸업의 범위를 철저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국회의원의 겸업자체를 막으면 해결될 일"이라면서 "국회의원이 변호사 수임을 받는 것은 자신의 명성과 위세를 통해 광범위한 로비를 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할 의도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또 "본인이 변호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이름만 걸어놓는 것은 변호사로서의 충실의무 역시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18대 국회의원 중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은 모두 61명이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의원들의 업무를 제한하는 법 규정은 국회법 제40조 2항의 "상임위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직무와 관련한 영리행위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 전부다.  
 
국회사무처는 "국회법 제29조에 따라 국회의원 당선이 된 후 한 달 안에 겸직 현황을 국회사무처에 신고해야 한다"면서 "일반 국민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회의원의 직업 활동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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